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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육' 정부 입김은 세게, 민간엔 족쇄?!
통일교육지원법 개정안 뜯어보니... 통일교육 보수화 연장선
2009년 04월 16일 (목) 19:17:36 박현범 기자 http://onecorea615.cafe24.com/xe/tongilnews/mailto.html?mail=cooldog893@tongilnews.com

통일교육을 촉진하기 위해 1999년 제정된 통일교육지원법이 개정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의 입김은 세게 하고 민간단체엔 족쇄를 채우는 방향이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의원 22명이 발의한 통일교육지원법 개정안(대표발의 이춘식)은 1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위원장 박진)에 상정돼 별다른 대체토론 없이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그러나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간 사회적 통일교육을 상당부분 담당해 왔던 민간단체에 대한 예산지원을 중단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된 반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할 공산이 큰 '통일교육위원'들에 대해선 재정.행정적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통일교육 보수화 법 개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민간단체 '통제장치' 신설 = 새로 신설된 개정안 10조 3항을 보면 "통일부장관은 협의회가 제3조의 규정을 위반할 때에는 협의회에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예산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협의회는 통일교육지원법에 따라 만들어진 통일교육협의회(통교협)로, 90여개의 민간단체들로 구성된 협의체다.

기존 법에는 "통일부장관은 통일교육을 하는 자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내용으로 통일교육을 하였을 때에는 수사기관 등에 고발하여야 한다"(제11조)고 돼 있다. 고발 조항에 예산중단 조항까지 추가돼 정부가 민간단체의 활동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강화된다.

'예산지원 중단'의 근거가 되는 '제3조'는 '통일교육의 기본원칙'을 명시한 것으로 '통일교육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고 개인적.당파적 목적으로의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수호' 등 표현 자체가 모호해, 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민간단체를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진보와 보수, 양 날개로 꾸려져 온 통교협의 통일교육이 정권에 따라 획일적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우려다. 통교협은 1년 예산 중 90%를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통교협 이영동 전 사무총장은 "11조에서 통일부 장관이 고발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10조 3항을 신설해서 통일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위축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면서 "의도적으로 통일교육을 움츠리게 하고 보수성을 띄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통교협의 구성 자체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구성돼 통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교육하는 기관인데, (개정안은) 정부의 입맛대로만 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며 "통일교육의 획일성을 가져 오는 것이고, 정권에 따라서 통일교육이 기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정부의 임무'를 명시한 개정안 6조에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내 통일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통일교육을 하는 자에게 필요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3항)는 조항이 신설된 것은 "통일교육을 지원하는 역할을 정부에서 지방자치까지 확대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 정부 입장 대변 강화 = 개정안이 민간단체의 통일교육에 '족쇄'를 채운 반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한층 강화됐다.

이 법안 통과되면 통일부 장관이 위촉하는 통일교육위원들은 행정.재정면에서 법적 뒷받침을 받는다. 개정안에 따르면, 통일부 장관은 통일교육위원들에게 통일교육 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고, 통일교육을 실시하는 기관, 단체 등은 위원들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각종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통일교육위원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종전까지 통일부 훈령에 따랐었다.

개정안은 통일교육위원을 통일교육원에서 개설한 통일교육전문강사 과정을 이수한 자 중에서 임명토록 했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의 대북정책을 무비판적으로 홍보하는 '대변인' 구실을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통일교육위원들이 아마 대부분 친여인사, 보수적인 분들이 되지 않겠냐?"며 "통일교육을 보수화 시키고, 관변단체를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영동 전 사무총장도 "지금까지 봤을 때, 위원들은 장관이 위촉하기 때문에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으로 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잘한 것은 잘했다고 하고 못한 것은 못했다고 평가를 해야 하는데 정부 대변자, 홍보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통일교육위원 위상을 높이는 것은 좋지만, 정권의 향배와 무관한 제3의 기관에서 이들에 대한 교육을 시켜야 되고, 교육내용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같은 맥락으로 이뤄지도록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16기 통일교육위원은 총 1448명으로 임기가 이달 말까지다. 통일부는 지난달 17기 통일교육위원을 공모했고, 심사를 거친 최종 명단은 이달 말 발표될 예정으로 임기는 2년이다.

◇ 통일교육 '보수화' 연장선 = 통일교육지원법의 이 같은 개정은 이명박 정부 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난 '통일교육 보수화'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 통교협에선 정부의 외압에 의해 사무총장이 쫓겨났고, 이사단체 구성이 보수 쪽으로 기울었다. 민주평통 역시 지난해 보수성향의 학자.전문가가 대부분인 '강사 리스트'를 만들어 지역협의회에 내려 보내는가 하면, 예산을 볼모로 지역에서의 교육활동에 '코드맞추기'를 강요했던 것이 뒤늦게 드러난 바 있다.

특히 '통교협 사태'나 이번 개정안에서도 보여지듯 '보수화' 흐름이 민간단체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옥죄고 정부의 입김을 강화하는 성격이 강해 '민주주의 역주행' 현상도 함께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