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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2012년 강성대국' 일정표 강행
<종합> 안보리 의장성명과 북 외무성 성명 '4.14 북미공방'
2009년 04월 14일 (화) 18:20:19 김치관 기자 http://onecorea615.cafe24.com/xe/tongilnews/mailto.html?mail=ckkim@tongilnews.com

4월 5일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가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면, 4월 14일(이하 한국 시간) 유엔안보리 의장성명과 북 외무성 성명 발표는 새로운 국면으로의 진입을 가시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새벽 유엔 안보리는 만장일치로 의장성명을 채택해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안보리결의 1718호 위반으로 규정하고 제재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고, 북한은 이례적으로 외무성 성명 발표를 통해 6자회담 탈퇴와 핵억제력 강화 조치라는 강경대응으로 맞섰다.

안보리 의장성명, ‘일면 압박, 일면 대화’

먼저 이날 새벽 유엔 안보리는 만장일치로 채택된 의장성명을 통해 “안보리는 안보리결의 1718호를 위반한 북한의 2009년 4월 5일 발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발사’가 인공위성인지 미사일인지를 명기하지 않은 채 안보리결의 1718호 위반으로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안보리는 결의 1718호 제8조에 의해 부과된 조치들을 제재대상 단체 및 물자 지정을 통해 조정하기로 합의하고, 결의 1718호에 따라 설치된 위원회가 이를 위한 작업에 착수하여 4월 24일까지 안보리에 보고토록 지시”했다.

한 마디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는 2006년 10월 북의 핵실험에 대해 유엔이 규탄하고 제재를 가한 안보리결의 1718호 위반이므로 이번에도 동일한 제재를 가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의장성명은 “안보리는 6자회담을 지지하고,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요청하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검증가능한 한반도 비핵화 달성과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모든 참가국들에게 2005년 9월 19일 중국, 북한, 일본, 한국, 러시아 및 미국이 발표한 공동성명 및 후속 합의문서의 완전 이행을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일면 압박, 일면 대화의 전형을 보인 셈이다. 1718호 위반에 따른 제재를 구체화시키면서 북측에게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한 것이다. 지난 2006년 핵실험 이후에도 6자회담에 참가함으로써 제재 조치는 사실상 유보됐던 경험을 담은 것으로 결국 북한을 6자회담 틀에 조속히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처럼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은 북한의 ‘발사’를 1718호 위반이라는 명백한 규정이 포함돼 예상보다 강도가 높았지만 결과적으로 6자회담 조기 재개를 촉구한 예상된 범주를 넘지 않는 수준이었다.

중국이 ‘1718호 위반’이 담긴 의장성명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중국으로서도 6자회담의 틀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중유제공 의무도 지키지 않은 채 납치자 문제만 들고 나오는 상황에서는 6자회담 의장국에 집착하기보다는 오히려 북.미 양자 대화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북.중, 미.중간의 대화를 통한 협상이 책임감은 덜면서도 더 실질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북 외무성 성명, ‘9.19 백지화’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해 북은 즉각 예고한 대로 6자회담 불참뿐만 아니라 사실상 9.19공동성명 이전으로 돌아가는 적극 공세에 나섰다.

북 외무성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통해 “역사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위성발사를 문제시한 적은 없다”며 “위성 발사이든 장거리 미일일 발사이든 누가 하는가에 따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행동기준이 달라진다는데 문제의 엄중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외무성 성명’은 최고 수준의 북측 공식 입장 발표로서 최근에는 2005년 ‘2.10 핵보유 선언’, 2006년 ‘10.3 핵시험 예고’ 시에만 사용될 정도로 비중있는 발표다.

성명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부당천만한 처사를 단호히 규탄배격한다”며 “우주조약을 비롯한 국제법에 근거하여 우리의 자주적인 우주이용 권리를 계속 행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추후에도 인공위성 발사를 강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6자회담이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우리의 무장해제와 제도전복만을 노리는 마당으로 화한 이상 이런 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이며 6자회담의 그 어떤 합의에도 더 이상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주체적인 핵동력공업구조를 완비하기 위하여 자체의 경수로발전소 건설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6자회담에서 탈퇴하고 6자회담 합의라는 ‘구속’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으로, 이는 2005년 9.19공동성명부터 그 실행을 위한 2.13합의, 10.3합의의 무효화를 선언한 것이다.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이 참가국 이름까지 일일이 명기하며 9.19공동성명 및 후속 합의문서를 거론한 것에 대한 북측의 답변인 셈이다.

특히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못박아 일부 국가들의 6자회담 복귀 설득 노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측은 이미 3월 26일자 외무성 대변인 대답에서 “(안보리에 상정하는) 그 순간부터 6자회담은 없어지게 될 것이며 조선반도 비핵화를 향하여 지금까지 진척되어온 모든 과정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게 되고 필요한 강한 조치들이 취해지게 될 것”이라고 이미 경고한 바 있고,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대로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절묘한 ‘자체의 경수로’ 카드

특히 ‘자체의 경수로발전소 건설 적극 검토’는 9.19공동성명 채택 당시부터 쟁점이 됐다가 성명에 어렵사리 포함됐던 경수로 문제를 꺼내든 것으로 다분히 미측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사무총장 출신의 미국의 보스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1월 민간인 신분으로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북측으로부터 경수로 제공을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제 북측은 ‘자체 건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풍부한 매장량을 자랑하는 ‘우라늄’을 자체의 기술로 ‘농축’하는 ‘우라늄 농축’에 적극 나서겠다는 선전포고로서 미측에 대한 정면 도발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94년은 흑연감속로였고, 2002년에는 미측에 의해 고농축우라늄, 이번에는 경수로, 저농축우라늄이다”며 “북한이 핵카드 활용에 있어서 과거와 달리 밀어붙이기 식이 아니고 국제사회에서 자주적 에너지 주권에 속하는 경수로 문제를 들고 나와 국제사회에서 다시 한번 논란이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명은 “우리의 자위적 핵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6자회담 합의에 따라 무력화되었던 핵시설들을 원상복구하여 정상가동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며 그 일환으로 시험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폐연료봉들이 깨끗이 재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9.19공동성명의 이행조치를 담은 2.13합의와 10.3합의에 따라 진행된 1.2단계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폐쇄.불능화 조치를 원점으로 되돌려 ‘원상복구’, ‘정상가동’, ‘폐연료봉 재처리’ 절차를 진행해 핵무기에 쓰일 수 있는 플루토늄 핵물질을 계속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PSI 전면참여 ‘부담’

유엔안보리 의장성명 발표에 발맞춰 PSI(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구상) 전면 참여를 발표할 예정이었던 한국 정부는 일단 당일 발표는 미뤄둔 상태다.

북측은 지난 3월 30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명박 패당이 이 현실을 망각하고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구상’에 참가한다면 그것은 곧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로서 우리는 즉시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엄숙히 선포한다”고 명백히 밝힌 바 있다.

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해 북측이 예고대로 맞대응에 나선 마당에 PSI 전면참여를 발표한 순간 역시 예고대로 북측이 맞대응에 나설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별 실익도 없는 PSI를 서둘러 밀어붙이기에는 부담이 큰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부담'에도 불구하고 내일(15일) 쯤 PSI 전면 참여 발표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 정해진 2012년 강성대국 일정표 강행

주사위는 던져졌다. 안보리 의장성명으로 ‘제재 감수냐 대화냐’ 선택을 강요한 미국에 대해 ‘6자회담 백지화와 핵프로그램 가동’을 그대로 지켜보든지 북.미 양자간 전면 협상에 나서든지를 선택하라는 강력한 반격이 가해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아직 대북정책에 관한 인적,정책적 준비가 미진한 가운데 생각보다 빠르고 강력한 반격을 맞아 어떤 선택을 할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측이 이처럼 미측에 강력한 반격을 통해 선택을 강요하며 제 갈길로 가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2012년까지 강성대국에 진입해야 한다는 북측의 일정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고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12년까지 경제강국까지를 이루어 강성대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북측이 지지부진한 6자회담의 틀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는 형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금융위기와 중동문제 등 우선순위가 높은 사안들에 매달려 있고, 대북정책은 아직 본격적으로 다듬어지지도 않았는데, 미국만 쳐다보며 기다리기엔 갈 길이 바쁜 것이다.

결국 북측은 오바마 정부를 협상장으로 끌어낼 만큼의 강력한 충격을 가해야 했고, 그것이 바로 ‘광명성2호’ 발사와 6자회담 탈퇴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미국이 선택할 차례다.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전면 협상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북한의 반발을 무시하고 예정대로 천천히 대북정책을 가다듬으며 북한을 6자회담장에 끌어들일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며 시간을 보낼 것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