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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금강산.개성 관광
남북 간 '치킨게임' 양상, 파국?..."주변 정세 풀려야"
2010년 03월 05일 (금) 15:43:24 정명진 기자 mjjung@tongilnews.com
북측이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를 위해 남측에 마지막 경고를 보냈다. 그동안 '신변안전보장'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담보, 회담 선제의 등 유화책을 펼쳐왔던 북한이 더 이상 양보는 없다며 강경책으로 돌아섰다.

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는 4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측 당국이 관광길을 계속 막을 경우 '관광 관련 모든 합의, 계약 파기', '관광 지역 내 남측 부동산 동결'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측의 경고는 관광 재개에 대한 남측 당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면서, 계약 당사자인 현대를 통해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남측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강경하다. 같은 날 통일부는 "신변 안전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 재개한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진상규명, 신변안전보장, 재발방지 등 '3대 선결조건'을 그대로 확인한 것이다.

이같은 정부 입장에는 북측이 실제로 '특단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낮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외자 유치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금강산을 닫는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인식은 안일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측이 대남유화 기조를 견지해 왔음에도 남측이 성의를 보이지 않아 북 내부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근 남측 주민 4명 억류사건 등의 사례를 보면 북측은 '지금까지 다 해봤지만 남측이 속도조절만 하고 실질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며 "이번 아태 담화문은 하나의 대남 정치적 공세의 신호탄"이라고 봤다.

북측도 '합의 및 계약 파기', '남측 부동산 동결' 등 극단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이지만 남측이 계속 강경한 입장으로 몰고 갈 경우 금강산 지구 남측 인원 철수 등 단계적 조치를 밟아나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남북이 금강산.개성 관광에 대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두고 서로에게 양보를 요구하면서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는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현재 남북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남측은 3대 조건 중 '신변안전문제'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북측은 이번 아태 대변인 담화에서 밝혔듯이 "편의와 신변안전은 완벽하게 보장될 것"이라며 "당국 선에서 담보해줄 것은 다 해준 것"이라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회담 자체를 안 할 이유는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입장차가 너무 크다"면서 "북한이 회담을 제안하면 검토하겠지만, 지금은 회담 제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입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서로 입장을 벼랑 끝으로 끌고 가지만 이 사안 자체로 남북관계를 계속 압박하기는 어렵다"면서 "남북이 6자회담 결과를 봐가면서 남북관계를 끌고 가려고 하는 것이 강한 것 같다"고 봤다.

일단 북측이 이번 담화에서 "3월부터 개성지구 관광, 4월부터는 금강산 관광의 문을 열어 놓을 것이라는 것을 엄숙히 천명한다"고 밝힌 만큼 닫혀 있는 관광길을 여는 열쇠는 남측이 쥐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의 기조로 보아 북측의 압박으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결국 6자회담 재개 등 전반적인 한반도 정세가 풀려야 금강산.개성 관광에 대한 남측의 태도도 유연해 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