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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전격 방북, 북미관계 새 국면 이끌 것"

전문가들, "김정일 위원장 만남...오바마 대통령 메시지 전할 것"

정지영 기자 jjy@vop.co.kr
북핵문제 전문가들은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의 전격적인 방북이 1차 핵위기 당시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열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비견할 만한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경색됐던 북.미 관계를 협상국면으로 전환하는 극적인 방북이라는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북.미 관계를 정상화 직전까지 이끌었고 역사적인 북.미 합의를 도출해낸 인물이다. 또한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수장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남편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는 미국 정부의 북핵문제 등에 대한 의미 있는 제안을 들고 방북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또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받아들인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그를 만나겠다는 뜻이고, 미국에 선물을 줄 것이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미국 정부가 제안한 '포괄적 패키지 딜' 내용에 대해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전격적인 방북은 최근 뉴욕채널 등을 통해 진행된 물밑접촉에서 북.미가 북핵문제에 대한 일정한 접점을 도출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거나,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우선 이번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1차 핵위기 때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해서 물꼬를 튼 것에 비견할 수 있는데, 당시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의미 있는 방북이 될 것이다. 이번 방북은 북한 핵문제 해결 등을 포함해 북.미 관계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갈 중요한 사건이다.

두 번째로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하면 기자 석방 문제를 넘어서 북.미 간 근본적인 요소에 대한 포괄적 ‘주고받기’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뜻을 정확히 전달할 것이다. 또한 미국의 대화와 협상 의지를 전달하고 북한의 생각을 미국에 전달하는 한편 북한이 협상에 적극 나오도록 권유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세 번째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위상이 중요하다. 그는 제네바북미기본합의나 2000년 10월 북.미공동커뮤니케 등 북.미관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역사적 합의를 이뤄낸 대통령이다. 북한 사람들의 인식 속에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러한 위상이 들어있다. 또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에 합의했다는 것은 김 위원장이 그를 만나겠다는 뜻이고, 미국에 선물을 줄 것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기자 석방 문제도 진전이 되고 전반적인 북핵문제 해결부터 미사일 등 ‘포괄적 패키지 딜’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포괄적 패키지에는 이전 북핵문제 합의에 담겼던 내용 외에 북.미가 관심을 가진 내용들이 모두 다뤄질 것이다. 미사일 문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 북미 군사회담, 북미 금융회담 등이다.

네 번째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극적으로 일어난 배경은 두 가지로 짚을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제재와 압력, 처벌이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딜레마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이해다. 두 번째로는 내년 3월 핵정상회담과 5월 NPT검토회의 전에 북핵문제에 있어서 진전을 이뤄야 한다는 불가피성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준비하고 방북을 통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까지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시간표에서 오는 필요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렇게 논의가 시작되고 대화의 물꼬를 터서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마지막 대단원을 이루는 방식이 되지 않겠나?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정상회담을 하자고 해왔다. 따라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제안할 가능성도 당연히 있다.

끝으로 이번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은 부시 정부 8년과 오바마 정부 초기의 혼란을 모두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약속했던 ‘클린턴 방식’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영철 서강대 교수=클린턴이란 인물은 우선 전직 대통령이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 시절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민주당 정권의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이라는 상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북미관계 정상화 직전까지 갔던 측면에서 본다면 그의 방북은 굉장히 비중 있는 인물을 보내서 북한과 적극적인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 접점이 형성됐던 것이다.

두 번째로 계속해서 뉴욕채널 등을 통해 물밑접촉을 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일정한 합의점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즉 미국 정부는 북미 간 접촉에서 일정하게 성과가 나오니까 이를 바탕으로 클린턴을 보낸 것이다.

세 번째로 표면적으로는 기자 석방 문제겠지만 그런 것이라면 엘 고어 전 부통령이 가도 상관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했다는 것은 기자 석방 문제는 표면적인 것이고, 북미 간 현안들에 대해서 북미가 접점을 찾아 특사 파견을 통해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보통 북.미 간 협상 과정을 보면 교착상태에서 물밑 협상을 통해 전격적으로 진행되는 패턴이 있었다. 겉으로는 엇나가는 강경발언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어느 순간 양자가 만나 전격적인 협상과 합의를 하는 것이 과거 9.19공동성명이나 제네바 합의 사례다. 9월 정도로 예상됐는데 8월로 당겨진 것을 보니 뉴욕채널을 통한 대화가 생각보다 빠른 진전을 이룬 것 아닌가 생각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 같은 고위급 인사가 갔기 때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날 것이고, 이 자리에서 중요한 얘기들이 오갈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