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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마지막 가는 길까지 남북을 잇다
<종합> 北 조문단 파견...남북관계 '해빙' 징검다리 될까
2009년 08월 19일 (수) 16:45:08 정명진 기자 http://onecorea615.cafe24.com/xe/tongilnews/mailto.html?mail=mjjung@tongilnews.com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영결식에 조의방문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측 당국의 고위급 인사가 남측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북측이 강하게 반발해왔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연합연습' 기간(8.17-27)에 남측에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기로 결정하는 등 김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파격적인 예우를 취하고 있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위원장 김양건)'는 18일 새벽 '김대중평화센터' 임동원 이사, 박지원 비서실장 앞으로 보낸 통지문을 통해 영결식 전날 1박 2일 일정으로 "내왕 경로는 우리(북)측 특별 비행기를 이용하여 서해직항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조의방문단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 비서, 부장을 비롯한 5명 정도로 구성될 것"이라고 밝혀, 북측이 남측에 보낼 수 있는 최고위급 인사를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2005년 8.15 축전을 계기로 남측을 방문해 김 전 대통령을 병문안한 김기남 당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양건 아태 위원장(통일전선부장), 리종혁 아태 부위원장(통일전선부부장), 원동연 아태 실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북, DJ에 대한 파격적 예우... '6.15공동선언' 정신에 따른 것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파격적인 예우에 따라, 경색된 남북관계가 풀려나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통해 현대와 북측이 합의한 5개항(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활성화, 이산가족 상봉 등) 추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거하시면서 까지 '조문정국'을 형성해 남북경색 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측은 6.15 공동선언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통일의 이정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최고위급 조문단을 구성하여 김 전 대통령 서거에 최고 예우를 갖춘 것"이라고 말했다. 즉 김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조문단 파견은 6.15공동선언 이행을 강조하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북측은 조문단 파견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뜻임을 강조했다. 아태는 이날 통지문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님께서는 이미 어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이 보도되는 즉시 자신의 존함으로 된 조전을 보내시고 특사 조의방문단을 파견하도록 해 주셨다"고 밝혔다.

김정일 위원장이 6.15공동선언을 함께 만들어낸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갖추면서 6.15공동선언에 대한 남측 여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측 정부, 북 조문단 파견 수용할 듯

북측의 조문단 파견 의사에 대해 정부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온 국민의 관심이 김 전 대통령 서거에 쏠린 만큼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의 조문단 파견 통보 사실은 청와대와 행정안전부에도 전달됐으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협의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대중평화센터측으로부터 북측의 공식적인 조문단 파견의사를 전달 받았다"면서 "정부로서는 유가족과 협의를 비롯해 필요한 검토를 거쳐 최종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전날 "북한이 조문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일단 수용의사를 밝힌 바 있어, 입장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측은 2001년 1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사망했을 때 송호경 아태 부위원장 등 4명이 고려항공을 통해 입국해 당일 복귀한 바 있으며, 2003년 8월 정몽헌 현대 회장 사망 시에는 금강산에서 개최된 추모행사에 송 부위원장이 참석한 바 있다.

1994년 별세한 문익환 목사의 경우 2004년 10주기 행사에 북측 대표단 7명이 남측을 방문했다.

남북 당국간 접촉 성사 여부에 주목  

북측 조문단 파견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막혀 있던 고위급의 당국간 접촉이 이뤄질 수 있을 지가 주요 관심사다. 조문 자체 만으로도 남북관계를 부드럽게 하는데 일조할 수 있지만, 결국 현 정부 들어 막혀있는 당국간 접촉이 실현돼야 유의미한 관계개선의 고리가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 정부가 모처럼 조성된 남북관계 개선의 호기를 적극 활용할 의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사실상 '선 북핵포기' 입장인 '비핵.개방.3000'에 토대로 한 신 평화구상을 내놓았고 구체적인 남북관계 개선의지도 표명하지 않았다.

북측 역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남측 정부에 대해 비난하면서 공식적인 당국간 회담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최근 진행되고 있는 남북 당국간 개성공단 실무회담에 대해서도 북측은 공식적인 '당국간 실무회담'이 아닌 '비공식 실무접촉'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남측은 '실무회담'으로 간주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조문단의 성격상 예우차원에서 남북 당국이 만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남북이 서로의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라는 측면도 고려될 만 하다.

당국간 접촉이 이뤄질 경우 조문단으로 파견되는 북측 인사들이 노동당 중앙위 비서 및 부장급 등 최고위급 인사라는 점에서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은 지대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공식적인 회담은 아니지만, 당국간 실무접촉이 비공식적으로 이뤄질 것은 기정사실화 된 것"이라며 "조문단 파견이 당국간 대화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고 현대와 북측 사이의 합의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북측이 '6.15, 10.4선언 이행 의사 표명'을 당국간 회담 성사 기준으로 삼고 있어서, 이번 조문단 파견으로 '비공식 당국간 접촉'이 이뤄지더라도 "특별한 메시지는 없을 것"(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의 남한을 방문하는 행위는 내용보다 그 상징성만으로도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데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데 이견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