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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날리고 MP3 듣고...북한은 김정은식 혁명중"

[인터뷰] 정창현 <민족21> 대표 "6.28지침은 경제운영 내각책임제가 핵심"
12.08.13 09:01l최종 업데이트 12.08.13 11:00l
 
정창현 <민족21> 대표.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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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까지 휴대폰이 100만대 이상 보급됐고, (남한의 걸그룹을 연상케하는 가수들이 등장한) 모란봉 관현악단도 만들어졌다. 젊은이들이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고, MP3 플레이어로 음악 들으며 학교에 간다. 도시 여성들에게 바지 입지 말라던 제약들도 무너지고 있다. 퍼스트레이디가 외부에 공개됐다. 모두 김정은이 후계자로 확정된 2008년 말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대형슈퍼마켓으로 '유통혁명'이, 휴대폰 보급으로 '통신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중앙일보> 전문기자 출신으로 오랜 기간 북한을 짚어온, 남북관계 전문 월간지 <민족21>의 정창현 대표는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확정된 2008년 말 이후 북한의 상황을 '김정은식 혁명중'이라고 요약했다.

북한의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일까. "우리가 아사자만 떠올려서 그렇지, 북한 주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의외로 돈이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활성화된 북한 내 시장과 대외무역과정에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있고, 최근에는 해외파견인력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2만 명의 인력을 중국 단둥에 파견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이미 나온 바 있다.

그의 표현대로 북한이 '김정은식 혁명' 과정이라고 한다면, 그 혁명의 핵심내용이자 성공의 열쇠는 경제회복 즉, 북한 주민들의 생활개선이 될 것이다. 김 제1비서는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자 북한의 최대명절인 태양절(4월 15일) 열병식 공개연설에서 "인민이 다시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체계를 확립할 데 대하여', 6월 28일 하달됐다고 해서 '6·28지침'으로 불리는 북한의 새 경제관리 지침이 주목받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 대표는 지난 4월 "(북한은) 미국과 한국의 정책 변화를 기다리며 내부적으로 '김정은 체제'를 공고히 하고, 새로운 경제개혁노선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 바 있다.

그는 6·28지침을 북한이 10년 전인 2002년 내놨던 '7·1 경제관리 개선조치'의 연장선으로 파악한다. 기업의 독립채산제를 핵심으로 한 7·1조치는 북한의 재정 부족으로 좌초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인식이다. 이를 주도했던 박봉주 내각 총리도 2007년에 물러나고 말았다.

"6·28지침은 군·당 경제 축소-경제 내각책임제 하겠다는 것"

평양 능라유원지 준공식에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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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전문은 공개되지 않은 채, 협동농장과 국영공장에 시장가격이 반영된 생산비용을 선(先) 지급하고, 생산물을 국가와 개인(농장주체)이 공동 분배한다'는 기조 아래 구체적으로 ▲ 공업부문의 경우 공장기업소들이 독자적으로 생산품을 결정하고 가격과 판매방법, 수익과 배분을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등 자율성을 허용한다'는 정도로 알려진 6·28지침에 대해 정 대표는 "내용 자체는 새롭지 않다. 실질적으로 공장, 기업소들이 독자적으로 기업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7·1조치와 6·28지침의 내용이 같은 것이라면, 6·28지침도 실패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북한이 '경제 총사령부'라고 하는 내각이 모든 경제 사업의 책임성을 가지려면, 내각에 힘과 돈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당, 군, 국가(내각) 경제가 따로 움직였다"며 "군수분야 자원을 민간으로 돌리지 않으면, 북한의 경제 개혁은 말로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1 조치에서 시행하지 못했던 것이 '특수부문(군경제와 당 경제)축소' 다르게 표현하면, 경제에 대한 '내각의 통일적 지도'를 줄여서 경제 내각책임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 6·28지침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지난 10일 정 대표와 한 인터뷰 문답 전문.

- 북한의 이른바 '6.28지침'이 관심을 끌면서 , '사회주의 계획경제포기 선언' '식량배급제 포기 선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그렇게 했으면 하는, (일부의) 간절한 열망의 표현 같다(웃음). 북한은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치(아래 7·1 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10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균형감각 있게 봐야 이번 6·28 지침이 왜 나왔고, 또 이것이 7·1 조치와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또 그래야만 북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2007년 북한 공장 가보니, 인센티브제 하고 있더라"

- 7·1 조치의 핵심은 기업의 독립채산제 인정으로 꼽히는데.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7·1조치를 시행하면서 '사회주의 원칙을 확보하며 최대한의 실리를 보장한다'는 기본원칙을 표방했다. 이때부터 경제지표가 '얼마를 생산했느냐'에서 '생산한 물건으로 얼마나 돈을 벌었느냐'로 바뀌었다. 인센티브제도 적용하고 있다. 2007년 평양 3·26전선공장에 가봤더니 '재정총화공지판'라는게 있더라. 그해 월별로, 또 작업반별로 얼마만큼 임금이 지급됐는지 표시해놨더라. 어디는 1만 5000원, 어디는 최대 3만 원으로 각각 달랐다.

또 시장가격을 현실화했다. 쌀만 해도 이전에는 국영가격(북한에서 운영하는 시장가격)과 (민간)시장가격이 500배씩 차이 났는데, 국영가격을 550배 올려서 현실화했다. 기업의 자율성, 북한식으로 말해 '상대적 독자성'도 늘었다. 가령 내각이 계획의 70%를 세우고, 30%를 기업 등에서 정하라고 했다면, 7·1 조치 이후엔 그게 (기업의 자율성 영역이) 50% 정도가 된 것이다. 노동자들에게 임금이나 인센티브를 얼마에 줄지를 알아서 결정하라고 한 것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렇다면 6·28 지침과 7·1 조치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내용 자체는 새롭지 않다. 실질적으로 공장, 기업소들이 독자적으로 기업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제1비서는 4월 15일 첫 공개연설에서 '선군노선을 계승하면서도, 지식경제시대에 맞는 경제관리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사회주의 원칙을 확고히 고수하면서도, 최대한의 실리를 보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경제부문에서 종자로 틀어쥐고 나가야 된다'고 발언했다. 북의 경제학자로부터 들은 내용이다. 이는 김 국방위원장이 말한 7·1 조치의 원칙과 정확히 일치한다. 다만 7·1 조치에서 시행하지 못한 게 하나 있다. 북한은 내각을 '경제 총사령부'라고 한다. 그런데 내각이 모든 경제 사업의 책임성을 가지려면, 힘과 돈이 있어야 한다. 현실은 달랐다. 북한은 당, 군, 국가(내각) 경제가 따로 움직여왔기 때문이다."

- 원래 당의 통제나 권한이 강했던 사회 아닌가.

"그걸 7·1 조치로 바꾸려 했다. 그런데 목표는 잘 세웠지만, (내각이 경제를) 움직일 수 있는 힘과 돈이 제대로 확보 안 됐다. 북한은 당과 내각, 군의 경제가 따로따로 있는 사회다. 내각이 힘을 가지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에 투자를 한 뒤 (세금 등으로) 회수해서 재투자하는데 내각에 돈이 없었다. 2000년대 들어 공장을 현대화한 곳에는 당 자금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별자금이 들어갔다고 한다. 당의 힘이 유지될 수밖에 없었다."

"김정일도 당·군 경제 대폭축소는 끝내 승인 못했다고 한다"

정창현 <민족21> 대표.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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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에서는 7.1조치가 실패했다는 시각이 많다.

"군수분야에 들어가는 자원을 민간으로 돌리지 않으면, 북한의 경제 개혁은 말로 그칠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그랬다. 1990년 남북 기본합의서 만들 때 서울을 다녀온 김달현 부총리가 '우리도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군수 분야 투자를 민간으로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가 바로 비판받고 지방으로 내려갔다. 7·1 조치 시행을 주도한 박봉주 총리도 2007년 해임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입장에서도, 내각책임제를 강조했지만 선군노선을 내세운 탓에 군을 무시할 수 없었다. 7·1 조치 계획안에 내각에 힘을 주기 위해 '특수부분(당과 군이 각각 운영하는 경제)'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김 국방위원장이 끝내 승인을 못했다더라. 군부의 견제도 있었고…."

-그렇다면 지난달 리영호 총참모장의 전격 해임이 6·28 지침과 연관성이 있는 것인가.

"그가 해임당한 결정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본다. 김정은 제1비서와 관련된 사항이 아니면 절대로 해임될 수 없는 사람인데….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겠지만 밑바탕은 될 수 있다. 나진선봉 특구 사업을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엔 중국 훈춘과 북한의 나진 간 도로공사가 매우 중요하다. 근데 예정대로라면 이미 끝났어야 할 사업이 아직 진행 중이다. '우리가 인력과 장비, 자재 다 동원할 테니 중국은 돈만 대라'는 자신들의 요구를 중국이 거부하면서 군이 공사에서 빠졌다. 국가적인 사업에 군부가 걸림돌이 된 것이다. 리영호 해임은 '이런(경제) 사업들을 내각 책임 하에 진행할 테니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보여줬다. 당의 자금을 만들고 관리하던 39호실을 해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6·28 조치에는 '기업에 생산정상화를 위한 초기자금을 지원하고, 자율성을 준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미 평양 등에서 시행되어 오던 것들이다. 이번 발표는 (7·1조치에 따라) 잘 운영되지 않던 곳들을 정리할 목적으로, 살릴 공장이나 기업에는 기업 경영전략과 실질적인 지표를 가져오라는 것이다. 그럼 그걸 심의·비준해 국가가 자본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이다.

계획경제를 유지하면서도 '상대적 독자성'('자율성'의 북한식 표현)을 확실히 보장해주겠다는 뜻이다. 얼마만큼 판매해 이익을 낼 것이고, 노동자에게 임금·성과금을 얼마나 줄 것인지 등을 기업 스스로 계획한 뒤에 국가계획위원회의 승인을 얻으면 국가가 재원을 주겠다는 것이다."

- 농업부문에선 앞으로 수확물의 30%를 농민이 70%를 당국이 갖는 방식을 세웠다고 알려졌다. 이전의 3:7제와 같은 것으로 들리기도 한다.

"기존 방식을 모르니 자꾸 새롭다고 말한다. 한 협동농장에서 쌀이 10만톤이 났다면, 국가가 7만톤, 농민들이 먹을 쌀 3만톤, 이런 식으로 계획을 세워왔다. 다만 경제사정이 나빠지면서 각종 부과세가 붙었다. 군대가 어려우니까 적립할 돈이 있다, 옷 대신 쌀을 보내겠다 등의 이유로 (부과세를) 징수해갔다. 그러다 보니 (농민들에게) 남은 몫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농민들 몫은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김 제1비서가 각종 부과세를 다 폐지하라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조치는 7·1조치의 연장선상에서 '어떻게 최대한 실리를 보장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구체화한 내용이라고 보는 게 맞다. 7·1 조치의 전면 확대 시행이다."

- 6·28 지침이 7·1 조치의 연장선상에서 나왔고, 그 핵심은 '경제 내각책임제'라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판단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7·1조치가 나온 후 발간된 북한의 당 이론지 <근로자>, 사회과학원의 <경제연구>를 보면 북한 내부의 수많은 논쟁과 해설이 다 있다. 그 내용들을 일반화한 것이 바로 이번 6·28 지침이다. 자세한 내용은 해설요강을 봐야 알겠지만, 이번 지침의 핵심은 '내각의 통일적 지도하에서 어떻게 기업과 협동농장에서 자율적으로 생산성을 높여갈 것인가'하는 문제다. 북한 자료에는 '내각의 통일적 지도'라고 표현되어 있다. 그걸 줄여서 '내각책임제'라고 한다."

- 이번 지침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6개월여 만에 나온 걸로 봐선 이전부터 북한이 미리 준비해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 2010년 9월 김정은이 3차 당대표자회(남한으로 보면 임시전당대회)를 계기로 공개석상에 나왔다는 건, 북한 내부에선 이미 후계자 시대의 새로운 방향이 나왔다는 뜻이다."

-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방향, 어떤 점들을 고민했을까.

"첫 번째는 대중관계다. 김 국방위원장이 (2010~2011년 사이에) 세 번이나 중국을 방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저는 김 국방위원장이 두 번째로 중국을 방문해(2010년 8월) 후진타오 주석을 만났을 때, 그때 김정은 제1비서도 함께 갔다고 알고 있다. (김정은 시대의 방향에 관한) 두 번째가 비핵화 문제, 그 다음이 평화협정이다. 남북관계는 대화를 원칙으로 했기 때문에 계속 정상회담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는 계획과 시장의 조화문제, 결국 자신들의 원칙과 현실을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 북한 내부에서 달라지고 있는 부분이 있는가.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는 데에 주목하고 있다. (북 수뇌부는) (자본주의식) 시장을 없애는 방식으론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올 1월에 정식으로 '광복지구 상업중심'이란 3층짜리 대형 슈퍼마켓을 만들었다. 장바구니나 카트를 갖고 장을 본 뒤 계산하는 형태가 우리나라 이마트와 똑같다. 중국 자본을 끌어 왔다. 물건값은 국영상점과 시장의 중간 수준인데, 중국 기업이 직접 자국 상품을 들여오므로 품질 면에선 시장보다 훨씬 좋다. 공급도 안정적이다. 당연히 구매력 있는 사람들은 그곳으로 간다. 이곳을 가본 러시아·중국인들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보면, 매장에 사람들이 꽉 차 있다. 또 여기엔 시장보다 높은 비중으로 북한산 상품이 진입됐다. 안정적 유통망을 확보한 것이다. 이게 바로 북에서 밀고 있는 '유통 혁명, 상업 혁명'이라고 본다. 이걸 광복지구뿐 아니라 다른 곳에도 만들면 새로운 형태의 유통망이 나온다."

-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구매력이 극히 약하지 않나. 또 대형마트나 전문상점은 평양 등 일부 지역에 한두 개 있는 것 아닌가.

"회의적인 사람들은 이게 어떻게 확대되겠느냐고 하는데, 북한이 중국 기업의 손실분을 보상해주기로 했다. (중국 기업이)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물론 일부분이긴 하다. 그러나 이게 (앞으로 북한 경제정책의) 방향이다. 성공과 실패는 나중에 얘기할 부분이다.

그리고 우리가 아사자만 떠올려서 그렇지, 북한 주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의외로 돈이 많다. 불법이든 합법이든 대외무역과정에서 부를 추적한 사람들이 있고, 제일 큰 건 북한 내 시장을 통해 돈을 번 사람들이다. 공장 노동자 임금이 2만 원수준인데, 시장에서 국수 장사하면 그보다 많이 번다. 해외파견인력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렇게 한 번 다녀오면 집 한 채 사는 것이다. 국가가 가져가는 몫이 굉장히 축소되고 있다. 쿠웨이트나 사우디 같은 중동은 임금이 더 세다. 중국에 몇만 명씩 나가고 있는 것은 이미 확인된 상태 아닌가."

"중국식 개혁개방은 아닐 것... 경제회생에 김정은이 김정일보다 좋은 조건"

정창현 <민족21> 대표.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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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가고 있는 방향이 중국식 개혁개방쪽일 것으로 보나.

"중국이나 베트남을 분야별로 연구해 북한 현실에 맞게 적용하려는 건 맞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북한은 개인농을 허가하거나 기업을 민영화하는 등 소유권 문제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일부는 중국, 또는 베트남이나 태국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조직 운영의 효율성, 생산성 향상 같은 미시적 차원에서 (외국 모델을) 수용했을 뿐이다. 소유권을 국가에서 민간으로 바꾸는, 그런 근본적인 문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사회주의 원칙 고수하며 최대한 실리를 보장한다'는 원칙에서도 어긋난다."

-하지만 이번 지침과 관련해 "북한 최악의 경제상황 타개책이고,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적지않다.

"성공 여부는 반반이라고 본다. 김 제1비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 조건이 좋다. 북한은 2000년대 들어와서 내부에 자본주의 연구그룹을 만들었고, 중국이나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 연수·유학 등을 보내 전문가를 양성해왔다. 30~40대의 새로운 경제 관료들이 많이 생겼다. 또 2009년 이후 자신들을 '핵보유국'이라고 하면서 명분이 생겼다. '국방을 발전시키면서 민간을 병행한다'는 기존 노선에서 민간에 더 집중할 수 있어졌다. 마지막으로, 북한 경제가 전반적으로 나아지고 있다. 북한 밖에선 (북한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안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대외무역이 늘고, 중국관광객들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새 지도자에게 섣불리 반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화학공업·IT 중심으로 경제구조 바꿀 때 사고 변화...북한이 지금 그렇다"

-지금이 북한역사에서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라고 보나.

"우리나라가 1970년대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바꿀 때, 그리고 김대중 정부 들어 IT산업이 발전할 때 매번 생활방식이나 사고가 바뀌지 않았나. 북한이 지금 그렇다. 올 1월까지 휴대폰이 100만대 이상 보급됐고, '음악의 대중화' 얘기가 나오면서 (남한의 걸그룹을 연상케 하는 가수들이 등장한) 모란봉 관현악단도 만들어졌다. 1970년대 초반 이후 오랜만에 퍼스트 레이디가 외부에 공개됐다. 모두 김 제1비서가 후계자로 확정된 2008년 말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대형슈퍼마켓으로 '유통혁명'이, 휴대폰의 보급으로 '통신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4.25(인민군 창건기념일)에 김정은이 군 부대가 아니라 고기 전문상점에 갔다.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세계를 보라'는 게 김 위원장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사회주의 고수하면서 눈은 세계를 보라고 하는 것이 변화의 기본방향인 셈이다. 김 제1비서가 이를 새로운 젊은 세대의 감각과 정서에 맞춰가고 있는 것으로 본다."

-북한은 '혁명 중'이다?

"젊은이들이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고, 엠피쓰리(MP3) 플레이어로 음악 들으며 학교에 간다. 여성들에게 바지 입지 말라던 제약들도 무너지고 있다. 김 제1비서가 부인과 함께 다니는 모습을 본 노인들은 '저래도 되나' 하겠지만, 젊은 세대는 '와 새롭다, 우리도 해야지' 한다. 점점 더 그런 부분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 생각이 바뀌어 갈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금 '김정은식 혁명 중'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