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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마이너스 성장 "신뢰도 의심"
한은, 2010 북한 경제성장률 이례적으로 11월에 발표
2011년 11월 07일 (월) 17:26:17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한국은행이 지난 3일 ‘2010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를 발표를 통해 북한경제가 2009년에 이어 2010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고 밝혔지만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한국은행은 “2010년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대비 0.5% 감소”했다며 “이는 기상여건 악화, 에너지.원자재난 지속, 국제사회 제재 등 대내외 경제환경이 악화되면서 주요 산업의 생산이 부진한 데 기인”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1991년부터 국가정보원 자료 등을 토대로 ‘북한 GDP’와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를 매해 6월경에 발표해오고 있지만 올해는 유일하게 11월에서야 발표했다.

   
▲ 한국은행이 지난 3일 발표한 북한의 경제성장률 추이. [사진캡쳐 - 통일뉴스]
한국은행은 “농림어업은 냉해, 태풍 등으로 농산물 등의 생산이 부진하여 전년 대비 2.1% 감소”, “광업은 금속광물 및 비금속광물 생산이 늘었으나 석탄 생산이 크게 줄어 전년대비 0.2% 감소”, “제조업은 중화학공업 생산이 증가하였으나 경공업 생산이 줄어 전년 대비 0.3% 감소”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농산물과 함께 “석탄 생산은 전년대비 2.0% 감소”, 음식료품 및 담배 생산 감소, “전기가스수도업은 화력발전을 중심으로 전년대비 0.8% 감소”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북한경제 전문가는 “북한 경제는 작년은 물론이고 지난 몇 년간 플러스 성장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한국은행 발표의 신뢰도에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정부가 플러스 성장이라고 발표할 수 없을 것”이라며 “플러스 성장이라고 말하면 그 순간 야당에서 득달같이 효과 없는 5.24조치를 해제하는 정치적 부담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이 전문가는 북한 경제성장률을 플러스 성장으로 추정하는 이유에 대해 “지난 몇 년 동안 급격히 커지고 있는 시장에서의 경제 활동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까지 알려진 팩트들과 어긋나는 측면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올해 초 발간한 「2010년 북한경제 종합평가 및 2011년 전망」의 내용이나 북한의 대외 무역 통계 등과 이번 한국은행 발표 내용이 상충된 부분이 많다.

한국은행 자료에는 “2010년 북한의 대외무역 규모(상품기준)는 41.7억달러(남북교역 제외)로 전년(34.1억달러)보다 확대”됐으며, “2010년중 남북교역 규모는 전년보다 13.9% 증가한 19.1억달러”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내수 경제가 축소됐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지만 대외무역 규모가 대폭 확대된 근거는 각종 수출입 통계 등으로 입증된데 반해 북한 내수경제가 축소된 근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어 알 수가 없다.

구체적으로 석탄 생산량을 보면, 한국은행은 “석탄 생산은 전년대비 2.0% 감소”라고 평가했지만 통일연구원은 “석탄, 철광석 등 광업부문은 전력 사정의 개선, 설비 개선 및 확충 등으로 생산량이 다소 증가한 것으로 보임”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무역협회의 무역통계자료에서도 북.중 교역실적 중 2010년 무연탄 수출은 수량(2,817톤)과 금액(386,188달러)에서 모두 2009년(2,008톤, 208,633 달러)에 비해 40%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남쪽으로의 수출은 2010년에 현저히 줄었지만 2009년 수출 총량 자체가 468만톤에 불과해 대중 수출 증가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통일연구원의 추정치나 북한의 대외무역 수치로 보아 북한의 2010년 석탄 생산량이 증가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2%로 감소했다면 결국 북한은 지난해 내수용 석탄량은 상당히 줄어들었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해석은 석탄 생산량이 50만톤 정도 줄었고, 결국 내수량이 줄었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화력 발전량도 줄어 든 것으로 봤다”고 답했다.

특히 매년 6월경 발표되던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11월에야 발표된데 대해 한 전문가는 “정치적 고려 때문 아니겠느냐”고 추정했고, 다른 전문가는 “국정원이 북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발표가 늦어진 것은 북한 경제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국정원에서 늦게서야 자료를 넘겨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진흥청이 매해 발표해오던 북한의 식량생산량도 올해는 몇 차례 발표를 미루다가 끝내 발표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예년 수준에 비해 크게 늘거나 줄지 않은 수준”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북한 식량문제 전문가는 “정부가 북한 식량생산량 발표에 부담을 가졌을 것”이라며 “생산량이 줄었다면 왜 지원을 안하느냐는 논란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한국은행이 북한의 2010년 식량생산량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농림어업은 냉해, 태풍 등으로 농산물 등의 생산이 부진하여 전년 대비 2.1% 감소”라고 추상적으로만 밝힌 대목에 대해서는 “2009년에 비해 그 정도 수치는 대체로 근접한 것으로 본다”고 평하고 “2011년 생산량은 다시 2009년 수준을 회복하는 정도”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는 “식량생산이 다소 감소했더라도 북한이 영농 다각화를 추진해 과수농장을 확대하는 등 곡물이 아닌 부분의 식량생산 증가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고 짚었다.

또한 실제로 북한을 방문한 많은 국내, 해외 관계자들이 북한의 경제활성화 분위기를 체감하고 돌아온 것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한 전문가는 “사회서비스 부분 통계도 마찬가지”라며 “북한이 10만호를 건설하면 부가가치 창출이 계속 이루어져 경기부양 효과가 있어야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한 전문가는 “북한 경제성장률 -0.5%와 0.5%는 얼마든지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수치”라며 “적어도 통계수치 만큼은 정치적 고려와 별개로 객관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북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2010년 북한의 경제성장률 -0.5%에 의혹의 눈길을 보냈지만 구체적 자료로 반박이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 대부분 익명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