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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와 소통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칼럼> 김이경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
2011년 08월 17일 (수) 00:45:36 김이경 tongil@tongilnews.com
남북관계 중단의 시대가 그 끝이 안보인 채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다.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8.15경축사에서 조금은 전향적인 계획이 발표되지 않을까 ‘혹시나’하며 기대했던 사람들은 ‘역시나’의 긴 한숨과 함께 가슴속에 커다란 응어리가 가득 들어차 있는 듯 체증의 고통을 다시 한번 감내해야 했을 것이다.

현 정부 하에서 남북관계에 그 무엇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 세상의 중론이지만, 북미관계와, 6자회담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 맞이하는 8.15야말로, 얼마 남지 않은 현 정부 하에서의 정책전환의 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존재했었던 것 같다.

답답한 사람들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까 싶어, 오늘 나는 ‘인도적 대북지원을 위한 대화와 소통’(이하 <대화와 소통>) 사람들 이야기를 하려한다. <대화와 소통> 사람들은 운영위원장인 박창일 신부님의 주창대로 ‘노느니 장독 깨는 정신’으로 똘똘(?) 무장되어 있다.

우리들은 처음에 그 말이 무슨 뜻일까 잘 이해되지 않았다. 인도적 지원마저 원활하지 않아,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조차 변변히 내밀지 못하는 부끄러운 상황에서, 내심 ‘그 무슨 철없는 소리냐’는 반응들이었다. 논다느니, 장독 깬다느니 하는 어감들이 주는 느낌이 ‘장난치냐?’는 이미지 였고, 우리의 비장하고 절박한 심정을 잘 대변해주고 있지 못해 ‘역시 신부님이라 자유분방하시군’ 하는 그저 우스개 소리로만 여기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창립된 지 두어 달이 지나면서 <대화와 소통>사람들의 생각은 달라지고 있다. ‘식량지원을 위한 민주당, 시민단체 간담회’, ‘인도적 대북지원의 정상화와 식량지원을 위한 캠페인’, ‘지자체, 민주당 시민단체 실무자 간담회’ 등을 거치고, 남북관계의 활성화를 원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어렴풋이 ‘노느니 장독 깨는 정신’을 통해 신부님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를 헤아리게 되었다.

그 정신은 ‘남북관계가 엄청난 거대 담론이어서, 이 질식할 것 같은 단절의 시대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너무 주눅이 들어있는 것이 문제’라는 시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 또 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을 비롯한 공무원들, 대북지원 단체들의 대표들을 비롯한 수많은 실무자들, 그 외에 사회문화교류를 바라는 사람들은 대부분 현 정권의 대북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개별 인사가 나서서 무엇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자칫 무리한 액션은 ‘퍼주기 논쟁’, ‘실익도 없는 당위적인 목소리를 높이는 의도가 무엇이냐는 의구심’을 받을 뿐이라는 우려들이 깊다. 남북관계 만큼은 ‘잘해야 본전(?) 자칫하면 피박(?)’ 이라는 ‘물귀신 같은 분단적 사고’가 뼈 속까지 스며들어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주장일까? 이런 상황에서 노느니 장독 깨는 정신은 한마디로 ‘남북관계라는 거대 담론을 내 힘으로 어찌하겠냐는 무력감에 빠지지 않고 그 무엇이라도 실천하는 정신, 도전하는 정신, 창조하는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대화와 소통>은 ‘노느니 장독 깨는 정신’으로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일들을 모색하고 있다. 그것을 위해 첫째, 우리가 그 무슨 대단한 일들을 해야 한다는 터무니 없는 자신감을 갖지 않음으로써, 과도한 책임의식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해방하는 것. 둘째, 그 대신 우리는 상대의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최소한 함께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한 우리의 주장에 대해 진지하게 역설하고 자유롭게 설득할 자유를 추구하는 것. 셋째, 우리는 우리끼리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것을 지양하고, 큰 소리로 시민들을 향해 함께 이야기할 과감한(?) 계획들을 꿈꾼다.

시민들을 향한 캠페인 따위를 해서 효과가 있느냐는 반론을 받을 때마다, 우리는 ‘노느니 장독 깨는 정신’에 대해서 역설하며 ‘남북관계가 거대 담론’이라는 주장은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는 반론을 편다. 사람들의 이야기, 삶의 이야기, 인도주의에 관한 이야기, 경제협력을 바라는 경제인들의 이야기 등등 남북관계의 회복을 바라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절규가 있는지를 표현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이런 질문들을 할 것 같다. 정부의 거대 담론이 바뀌지 않는 한 그 모든 것이 무망하지 않느냐고... 게다가 아무 효과도 없는데 그냥 장독만 깨버리면 손해라고 주판알을 튕겨보이는 친절을 베풀지도 모른다. 완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두 가지! 그 하나는 누구도 큰 소리로 이야기하지 않는 이 무시무시한 남북관계 단절에 대한 침묵의 분위기야 말로 가장 우려해야 할 사태이며, 다른 하나는 거기에 우리 스스로 길들여져, 언젠가 대통령이 바뀌면, 혹은 북미관계가 어찌어찌 풀리면, 기다리다 지쳐 어느 사이 남북관계를 열어야 할 기본 역량들마저 이미 사라지고 난 뒤일지도 모른다는 진정한 위기의식이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 중 일부는 재깍 “그러니 투쟁해야지”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렇지, 투쟁해야 하지! 그러나 그저 현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에 대한 근본적 비판을 외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자체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은 바라지만 자기가 그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무수한 사람들과 함께, 요모조모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서는 것이 아닐까?

서로 함께 있으니, 이런 저런 측면에서도 서로가 힘을 낼 수 있는 지점들이 있었다는 깨달음에 어깨를 으쓱하기도 하고, 서로 더 힘을 내자고 다독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작은 노력과 함성들이 남북관계 회복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고, 지치지 않고 오히려 남북관계가 다시 열릴 그 날 힘차게 통일의 큰 걸음을 내딛을 역량들을 구축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

<대화와 소통>은 주요 대북지원 단체, 시민단체의 실무책임자들이 함께 만든 네트워크이다. 어린이 어깨동무 황윤옥 총장,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강영식 총장, 어린이 의약품지원본부의 엄주현 국장,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김정수 대표, 한국대학생선교회 이관우 목사, 월드비젼 이주성 팀장, 함께나누는세상 방현섭 목사... 등 그 정겨운 분들은 월요일마다 박창일 신부님과 함께 나름 즐거운 시간을 나눈다.

남북관계 암흑의 상황에 찌들리지 않기, 식량모금도 신나게 하고, 인도적 대북지원에 대한 국제호소문 돌리기, 통일부에는 정중하게 공개 질의서 보내고 답변을 촉구하기... 전국 캠페인 투어도 준비하고, 지자체와 함께 하는 판도 고민하고, 야당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도 모색하기. 그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우리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할 뿐이고, 이것을 문제삼아 만일 정부가 패널티를 준다면, 우리는 그에 걸맞게 대응할 일이고... 그러다 남북관계가 열리면 그때는 대박 나는 일이고...

오늘 17일은 <대화와 소통>이 함께 장만한 밀가루를 싣고 개성에 가는 날이다. 예전 같으면 각 단체의 실적을 견주느라 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민화협)이 합의한 사안에 힘을 모아주는 일 따위는 꿈도 꾸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 모두는 ‘민화협 이운식 처장님의 그간의 노고’와 ‘강영식 총장님의 열정’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아울러 박창일 신부님의 주장처럼 우리에게 이런 단결의 판을 깔아주는 ‘MB’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를 역설하며, 저녁에는 자축연을 베풀지도 모르겠다.


   
김이경 (겨레하나 사무총장)

전 통일연대 사무처장
전 통일연대 자주교류위원장
전 민주주의 민족통일전국연합 민주민권위원장
전 민주주의 민족통일전국연합 통일위원장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