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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라선.황금평 ‘점진적’ 개발 선호
이찬우 “황금평은 신의주 '떡밥'이다”
2011년 07월 04일 (월) 20:05:28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중국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으려는 북한”

   
▲ 중국 단둥특별경제구 청사진. 강밑 흰색으로 처리된 부분은 북한 지역. [자료사진 - 민족21]

“라선.황금평 특구 개발을 점진적으로 하자는 것이 북한의 생각이다. 이 점을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북한과 중국이 6월 초 공동으로 착공식을 가진 라선경제무역지대(이하 라선지대)와 황금평경제지대(이하 황금평지대) 개발을 북측에서 오히려 점진적으로 하자는 입장이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방한했던 이찬우 동경국제대학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강사는 지난 1일 오후 서울의 한 커피숍에서 진행한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자기들 돈이 있고, 시기적으로 지금이 적당할 때니 ‘팍’ 하자는 것”이라며 “중국이 국내 고속철을 깔 때 보면 몇 년 사이에 엄청나게 깔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미국과 한국, 일본 등 외부 지원은커녕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 호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동북 3성 개발과 연결해 라선지대 개발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비해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을 목전에 둔 급한 상황에 처해 있음에 틀림이 없지만 △지난 신의주.라선 특구 실패 경험 △법.제도 정비에 시간 필요 △전문가 집단의 경험 부족 등 여러 요인들 때문에 “중국에 모든 걸 맡기지 않고 검토해서 추진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본다”는 것.

특히 이찬우 강사는 “중국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으려는 북측 특유의 염려도 작용했다”고 지적하면서 “북중경협을 북한으로부터 보는 시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만강, 압록강을 경계로 중국과 북한이 지경학적으로 맞물려 있는데 중국의 인식은 쉽게 이해가 가지만 북한의 인식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화두를 꺼냈다.

중국은 동북지역 진흥과 연계해 라선지대를 통해 동해로 나갈 수 있는 통로기능 확보가 최고 우선순위이고, ‘북한은 중국 동북경제의 기도(氣道)’라는 것. 중국은 또 하나의 축으로 단둥지역 개발을 평양으로 연결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북한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가 경제가 발전하고 개발되고 성장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충분한 물자공급 △국내생산 정상화 △후계체제 안정화 △한.러.일과 협력관계 형성 등을 지향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물론 북측 입장에서도 ‘중국 동북지역은 북한 경제의 생명선’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북중 경제관계에 대해 중국은 늦었기 때문에 급속히 하려하고, 북한은 늦었기 때문에 급속하게가 아니라 지금이야말로 점진적으로 중국을 끌어당기려 하는 전술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금평지대 공동개발은 ‘신의주 떡밥’?

   
▲ 6월 8일 황금평.위화도경제지대 착공식 모습. [자료사진 - 민족21]

이찬우 강사는 “중국이 라진.황금평에 대해 북한에게 조차권을 요구한다는 소문도 떠돌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조차가 아니라 공동개발, 공동관리로 나타났다”며 “토지사용권도 50년 임대로 중국이 외자에 대해 똑같이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황금평은 떡밥이다”며 “중국기업과 외자기업이 일단 들어오면 신의주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기업들은 사실은 신의주 개발에 관심 있다. 그런데 지금 바로 신의주로 들어오면 단둥이 반발한다”는 것.

따라서 “북한은 북한대로 단둥의 개발도 환영해주면서 황금평이라는 한 단계를 놓아서 중국이나 제3국이 합작경험을 해보면 안심해서 신의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는 해석이다. “2002년 신의주 특구 실패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의 페이스로 가져가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북한이 국내적으로 가장 중점을 두는 선은 신의주에서 평양으로 내려가서 원산 -함흥 -청진으로 이어지는 유(U)자 곡선”이라며 “북한이 국내적으로 가장 중점을 두는 선은 바로 이 선”이라고 말했다.

   
▲ 북한은 신의주-대계도를(검은원), 중국은 선양-평양을 기본 개발축으로 삼고 있다. 중국의 선양-평양 축선 가운데 노란 선이 신압록강교가 놓일 지점이다. 붉은 점선 타원형 황금평지대고, 붉은 큰 타원형이 단둥연해벨트다. [자료사진 - 이찬우]

특히 “신의주 밑으로 내려와 안주지역의 평강공업지역과 그 밑의 평양.남포 지역은 기본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이라며 “신의주 -대계도를 이어주는 본격적인 북한 내부의 경제개발”을 기대하고 ‘황금평 떡밥’을 던졌다고 설명한다.

북한은 2002년에 신의주특별행정구를 시도했다가 무산되자 2004년에 ‘신의주-대계도 경제개발지구’로 이름을 변경했고, 2010년 대계도 지역의 간석지를 완공했다. 대계도는 일제시대 일본이 개발해서 남겨둔 항만이 있고, 수풍발전소의 220kV 전기가 들어오고, 철도도 용천에서 다사도로 연결돼 있는 등 산업입지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라선지대가 중국에겐 동해로 나가는 전략적 요충지라면 황금평지대는 북측에게 신의주-대계도와 수도권 개발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신단둥을 개발, 항만과 구단동을 연계하여 단둥시 전체를 개발하겠다는 구상 하에 단둥 연해 벨트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며 “중국의 입장에서 황금평은 계륵과 같은 곳”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이미 부동산 소유권의 민영화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황금평이 잘나가면 단둥 쪽의 투자가 막혀버린다”는 것이며, “중국사람들 입장에서는 개발해 주되 황금평이 3층 이상의 건물이 들어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주로 논의되는 업종도 비닐하우스나 골프장, 창고형 위탁가공공장 수준이고 자유무역시장 역할을 하는 쇼핑센터 건립이 주 내용으로 파악된다는 것.

그는 “중국의 개발계획은 선양(심양)에서 평양, 장기적으로 서울로 이어지는 라인을 만드는 것”이라며 “새로운 압록강 다리를 신의주가 아닌 신의주 남쪽에 건설해야만 하는 자기 목적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신압록강대교는 신의주와는 상당히 떨어진 위치에 놓일 예정이다.

“현 단계에서는 라선지대가 핵심”

   
▲ 6월 9일 라선지대 착공식 중 연산 100만톤급 '시멘트공장 건설 착공식' 장면. [자료사진 - 민족21]

그는 “현 단계에서는 라선지대가 핵심”이라며 “라선에 시멘트 공장건설, 원유 정제시설, 화력발전소 개건, 자동차 공장도 세우고 일련의 계획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중국은 이미 동해 진출을 위한 인프라 정비에 2020년까지 25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알렸다.

특히 라선지대 개발에 소요될 전력 공급에 대해 “20만kW 선봉화력발전소를 석탄화력발전소로 대체하고, 석탄화력발전소를 신설한다는 계획이고, 현재는 발전소가 없으니깐 훈춘에서 라선으로 6만 6천kW를 송전한다”고 전하고 “개성공단이 현재 10만kW로 노동자 4만 6천명이 일하고 있다”고 비교해 설명했다.

또한 사할린과 시베리아의 천연가스와 석유 파이프라인이 북한 동북지역으로 연결될 경우 경제적 효과가 높다고 지적하며 “한국의 LG나 일본의 가스회사에 의향을 타진 중”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라선이 급속히 발전, 성장하더라도 북한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경제력을 갖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가장 가까이 있는 청진이 물류와 산업 배치면에서 상호 긴밀하게 연계해 ‘청진-라진경제권’이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한 “중앙정부의 경제능력이 ‘평양 -원산 -함흥 -청진’을 발전시킬 수 있을 때 경제적으로 폭발할 수 있다”며 “라선과 신의주에서 종자돈을 마련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투자기업들의 투자금 보호 장치에 대해서는 “중국 중앙정부가 투자하는 국유기업에 대해 투자금액의 80%를 보상해주고, 민간 기업도 중국은 수출금융이 있어 재정이 튼튼한 기업은 무역융자를 끌어다 쓰고, 나중에 정부에 대해 보험으로 처리하는 방법이 있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라선이나 황금평, 압록강.두만강 지역에 홍콩 등 화교자본이 아닌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유럽연합 등 제3국 자금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을 재미없어 한다”며 “이왕이면 연변 단둥 쪽에 들어오게 하려고 혈안이다”고 중국의 속심을 짚었다.

라진항 2호 부두를 스위스가, 원산-금강산 관광권을 캠핀스키가 투자한 사례는 북측의 입장에서는 중국에 대해 ‘레버리지’(지렛대)를 갖는 효과가 있다는 것.

“김정일 위원장, 양저우 방문해 장쩌민 만났을 것”

   
▲ 북한 장성택 노동당 행정비서(왼쪽 두번째)와 중국 천더밍 상무부장(맨 왼쪽)이 양국을 대표해 라선지대 착공식에 참석했다. [자료사진 - 민족21]

그는 “지금의 우선 순위가 중국일 뿐 영원한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며 “북한은 수면 아래서 일본과의 대화도 요구 중이고, 여러 가능한 수를 많이 만들려 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도 수모를 받으면서도 계속 대화를 하자고 한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일본과의 관계,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이 되고 한국의 정부가 바뀌면 다시 민족적 관계에서 경제협력을 하겠다. 이런 복안 속에서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며 “그러니 의존성의 시각으로 볼 필요도 근거도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이번에 김정일 위원장이 방문한 양저우는 상해방 장쩌민의 고향”이라며 “상해방인 시진핑이 차기 지도자로 등장하면 정치적 성향은 보수적이어서 북중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지만 이들은 동북개발에 대해 시큰둥한 연안지역, 선진지역 우선 개발론자들”이라고 평가하고 “후진타오와 리커창은 당내 민주주의로 후대 정치에 대해서는 시니컬하지만 오히려 동북개발에는 앞장섰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이 양저우를 방문해 장쩌민을 아마도 만났을 것”이라며 “정치도 경제도 북중 간의 결합이 중요하다는 암시를 주기 위한 것이 양저우 방문”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