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3787
아직은 대화와 설득의 끈을 놓을 때가 아니다
<칼럼>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2011년 02월 28일 (월) 13:20:59 임을출 http://onecorea615.cafe24.com/xe/tongilnews/mailto.html?mail=tongil@tongilnews.com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올해에도 한반도에서의 따뜻한 봄은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남북 간에 섬뜩한 말의 전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북한은 2월 27일 군의 대북 심리전에 대한 ‘조준타격’을 언급한 데 이어 2월 28일 시작되는 키 리졸브 연습에 대해서도 ‘전면전’, ‘서울 불바다전’을 거론하며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의 태도는 연초부터 대화공세를 펼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남북관계는 다시 일촉즉발의 대결상태로 전환된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 남북간의 충돌이 벌어진다면 지난 연말의 연평도 포격사건과는 그 피해수준이 양적, 질적으로 다를 것이다. 남측이 자위권 행사를 공언해왔기 때문에 그야말로 남북간의 강도 높은 국지전의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가 없다.

우려스런 대목은 우리 사회에서 북한의 내부 취약성을 과도하게 평가하면서, 북한이 다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면 이번에는 응분의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해야 한다는 식의 으름장들이 각종 지면을 채우고 있고, 북한이 도대체 무엇을 원하고 있고, 타협할 여지는 없는지, 정말 한판 붙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는지 등에 대해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성찰하는 모습은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취약국가를 연구하는 국제사회의 전문가들은 어떤 취약국가라도, 이들을 마냥 무법자로 취급하고 그들을 무장해제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는 것이 가장 치명적인 신념이라고 말한다. 강제와 위협은 오히려 그 나라를 더 보수화시키고, 반드시 핵무장 등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보다 더 제공하는 역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 북한이 올초 발표한 신년공동사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에 다시 한번 경공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 향상과 강성대국 건설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키자’는 사설에서 가장 주목할 세 가지 열쇳말은 경공업, 인민생활 향상, 그리고 강성대국 건설이었다. 북한은 특히 2009년 11월 화폐개혁 이후 더욱 추락한 주민생활 향상을 ‘경제, 정치사업 차원의 절박한 과제’로 규정한 바 있다.

북한은 경제건설 매진을 위해서는 대외 환경의 안정이 필수불가결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남북관계의 악화는 북한 정권에게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후계정권은 내부적으로 강한 군사적 리더십을 보여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사회와의 고립을 탈피하고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외교협상 리더십도 보여줄 필요성이 강격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첫 시험대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남북관계를 회복시켜 놓는 일일 것이다. 연초부터 북한이 대화공세를 편 배경은 이런 내부 사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물론 북한은 마지막까지 대내외적 위신과 자존심을 유지하면서 경제적 실리도 챙기는 ‘두 마리 토끼’ 모두를 붙잡으려는 기존 전략을 고수하려 할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인도적 지원이나 경제협력을 통해 정치군사적 현안들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또다시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남측 정부의 선택은 북한 정권의 취약성을 더 흔들어 벼랑 끝으로 밀어 넣느냐 아니면, 처음에는 성과가 미흡하더라도 협상과 대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비핵화, 군사적 도발의지를 누그러뜨려 상생과 평화를 모색하느냐라는 양자택일에 맞춰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남측 정부는 전자에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 즉 북한 정권의 붕괴야말로 모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길이라는 신념을 갖고, 북한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굴복하지 않는 한 마냥 밀어붙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집단 사고를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는 것이 오히려 그들 스스로 몰락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우리가 불리할 게 없다는 식의 일부 시각도 엿보인다.

참으로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북한과의 사소한 군사적 충돌은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커다란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 분쟁과 파괴는 극심한 국론 분열을 일으키고 모두의 삶을 파멸로 이끌 뿐이다. 또한 남측이 계속 강경정책을 고수할 경우 경제적 악영향은 물론 남남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이고, 여론의 뒷받침이 약화되면서 정책의 실효성도 크게 떨어질 게 뻔하다. 적지 않은 국민들은 더욱 빈틈없는 안보태세 유지를 요구하면서도, 지속적인 대화와 접촉을 통해 북한정권으로부터 나오는 위협수준을 낮추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상대방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거나 강경책만을 구사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책, 전략과 전술의 조합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아직은 대화와 설득의 끈을 놓을 때가 아니다. 남북한 당국 모두는 대화 복원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남북한 모두 인내심을 갖고 고차원의 정치력 발휘를 통한 공동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독일의 통일 과정도 무수한 대립과 갈등, 관계의 진전과 후퇴를 겪었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접촉과 교류협력이 중단되지 않고 이어졌기에 그나마 오늘날 통일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평가는 새겨들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남북경협이나 대북 인도적 지원과 같은 남북한 주민들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체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다시 높아지고, 이들의 역할에 대한 논의들이 다시 활성화되어야 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93787_23551_2553.jpg  
정치학 박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 조교수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개성공업지구입주기업협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자문위원

(경력)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정부 남북관계발전위원회 1기 민간위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연구원
KOTRA 북한경제/남북경협 조사분석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