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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참사 "핸드폰 없으니 편하다는 말 알겠다">
이동통신 개통 평양 새 풍속도..방북 단체들 "北관계자들 태도 우호적"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남측 분들이 '핸드폰이 없으니 편하다'는 말을 왜 하는지 이제 알겠습네다"
새로 생긴 핸드폰 벨이 수시로 울리는 바람에 식사도중 몇차례나 왔다갔다 하던 북측 참사가 한 말이라고 지난달말 평양을 다녀온 어린이의약품 지원본부의 엄주현 사무국장이 소개했다.

   엄 국장은 "우리를 상대한 북측 참사가 우리가 이전에 북한에 도착하면 공항에 핸드폰을 맡겨 놓고 난 뒤 하던 말을 상기하며 이렇게 말했다"며 "북한 핸드폰은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디자인이 비슷하더라"고 전했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평양을 시발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재개한 뒤 생긴 새 풍속도인 셈이다.

   지난달 25-28일 평양 만경대 어린이 종합병원 신축 현장을 다녀온 엄 국장은 4일 "작년 10월후 4개월만의 방북이어서 분위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민간 지원단체에 대한 북측의 '우호적' 태도를 강조했다.

   다만 "북측 관계자들은 서로 반목하는 남북관계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면서, 상황이 유동적이라고 본 때문인지 지원 물자를 빨리 보내줬으면 하는 눈치였다"고 엄 국장은 덧붙였다.

   집중적으로 같은 시기에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다른 대북 지원 단체 관계자들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움직임을 비롯해 남북관계가 긴장한 가운데서도 "민간단체들이 계속 방북해 지원하는 데 대해 북측 관계자들은 고마워하며 우호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자신들을 상대하는 북측 관계자들이 종래와 달리 핸드폰을 휴대한 채 자주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고, 평양 거리에는 8일 실시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구호들이 많이 나붙어 있었다고 전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특히 북한이 발사하는 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라며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우주개발용으로 어느 나라나 다 하는데 남쪽에서는 왜 그리 호들갑을 떠느냐"고 북한 매체들의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남측 단체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등의 의료진과 함께 방북했던 나눔인터내셔날의 이윤상 대표는 "평양에 있는 조선적십자 병원, 내분비 중앙병원, 종합검진센터 등의 사업 논의를 주로 했다"며 "현 남북 긴장 국면과 상관없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일정으로 다른 팀이 현지 병원내 의료장비 설치를 위해 방북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이전과 다름없이 냉랭하지 않았다"며 "북측 민화협 관계자들은 남북관계가 더 많이 안 좋아질 수 있다고 함께 우려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월드비전의 김혜영 과장도 "북측 민경련 관계자들과 만났는데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며 "대체로 북측 관계자들은 남북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측 민간단체들이 지원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방북하고 기술지도까지 해주는 데 대해 고맙다는 태도였다"고 말했다.

   월드비전은 올해도 북측과 감자, 채소, 과수 등 농업개발 분야에서 협력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유전자원을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저장고를 북측에 지어주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일행 9명과 함께 평양을 다녀온 이운식 겨레의 숲 사무처장은 "전혀 냉랭한 분위기없이 우리 사업에 종래보다 더 적극적이었다"며 "덕분에 평양 순안구역 양묘장을 현장 점검하고 지난해 2천ha 살포 분량의 병해충 방제약을 보내준 용악산의 소나무 숲 상태가 많이 호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북한의 국토환경보호성 직할인 평양 중앙양묘장내에 종자관리센터를 짓고, 평양시 역포구역 능금동 과수단지에 올 상반기중 4.5정보 규모로 사과나무를 심기로 북측 민화협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 북측 관계자는 특히 평양제일백화점의 지붕을 인민대학습당처럼 전통 한옥식 통기와로 바꾸는 공사가 진행중이며, 앞으로 평양시내 웬만한 큰 건물은 다 이처럼 `민족적' 양식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이 처장은 전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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