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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규명 추진위, 전두환씨 연희동 집 앞서 기자회견 뒤 항의서한 전달
“전두환 골프 회동 등 최근 행동에 분노 치밀어…
녹화사업 책임자 처벌하고 진실규명 특별법 제정해야”
강제징집 피해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씨 자택 앞에서 국군보안사령부가 부여했던 관리번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강제징집 피해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씨 자택 앞에서 국군보안사령부가 부여했던 관리번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손톱 밑을 바늘로 찔렀던 고문 트라우마로 아직도 손톱을 짧게 못 깎아요. 초인종을 누르면 경찰인 것 같고, 아직도 누군가가 절 감시하는 것 같다는 피해 의식을 가지고 살아요.”

대구대 80학번인 황병윤씨는 1983년 경찰에 붙잡혀 강제로 군대에 끌려간 이후 3년의 기억이 아직도 꿈에 나올 정도로 생생하다고 말했다. 1983년 7월말께 당시 대학 4학년이었던 황씨는 학교 동아리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영문도 모른 채 경찰에게 체포됐고, 대구 남부경찰서에서 한 달간 조사를 받았다. 이후 구속 의견으로 검찰에 기소된 황씨는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육군 50사단에 강제 징집됐다.

강제 징집된 군대 안은 끔찍했다. 황씨는 3년간 꼬박 고문과 폭력, 따돌림에 시달렸다. 출생부터 강제 징집되기까지 황씨가 만난 사람들과 친구, 가족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은 자서전을 쓰도록 지시받았고, 쓰지 않으면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 15일간 돌연 휴가증을 끊어주며 학내에 간첩과 북한 찬양자를 조사해 전하는 ‘프락치’ 역할을 강요받기도 했다. 황씨는 “데모를 하거나 사회 서적을 읽었다는 내용의 편지만 받아도 불려가 귀싸대기를 맞았고 부대 안에서 빨갱이 취급을 받으며 집단 구타를 당하기 일쑤였다. 군대 안에 있는 3년 내내 제 일거수일투족은 기록돼 위로 보고됐고 추궁당했다”고 털어놨다.

1981년∼1983년 전두환 정권 당시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는 학생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대학에서 강제 징집한 학생들을 학생 운동권 시위 계획 등 관련 첩보를 수집하는 ‘프락치’로 활용하는 녹화공작을 벌였다. 2006년 국방부 과거사위원회는 강제징집·녹화사업 진상조사 최종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런 활동을 지시한 사람은 전두환씨라고 결론지었다.

황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모임인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 추진위원회(추진위)는 21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씨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0년대 전두환 정부의 강제징집 녹화사업·선도공작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주요 관련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강제징집과 녹화사업 피해자들은 본인의 이름과 보안사령부 관리번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추진위는 “전두환 당시 군사독재 정권은 녹화, 선도라는 황당한 이름 아래 헌법에 보장된 사상의 자유를 박탈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우리의 의지를 꺾어 군사독재 체제에 순응하는 노예 인간으로 만들려고 했다”며 “전두환 정권이 우리에게 가했던 무자비한 폭력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두환 군사정권 당시 강제징집과 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전두환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의 책임자인 전두환씨의 처벌과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옛 대공분실에서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 창립총회를 열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두환 군사정권 당시 강제징집과 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전두환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의 책임자인 전두환씨의 처벌과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옛 대공분실에서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 창립총회를 열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들이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건 최근 고급 음식점에서 코스요리를 즐기고 강원도에서 골프를 치는 등의 모습으로 과거의 폭정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전씨의 행동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추진위를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 윤병기 추진위 공동위원장은 “전두환씨는 29만원밖에 없다면서 골프를 치고, 치매에 걸렸다면서 술도 마셨다는 걸 보면 강제징집 당사자들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녹화 선동 최종 지시자이자 광주항쟁의 최종 책임자인 전두환이 어떤 식으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황씨도 “강제징집 피해자들이 제대 뒤 시민운동 등 각자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가슴 속에 이 일을 품어두고 있다가 전두환의 최근 행보를 보고 국가 폭력을 공개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겨 이제 나타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피해자 215명으로 구성된 추진위는 이날 정부와 국회,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기무사령부)에 △녹화·선도공작 및 의문사와 관련한 자료 즉각 공개 △녹화사업에 대한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책 마련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기본법’ 개정과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 △전두환씨와 관련 책임자들의 사죄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항의서한을 전씨 자택에 전한 뒤 오후 3시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창립총회를 열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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