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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떠나게 될 자전거여행은 매일 100km를 30일 동안 달리는 장거리여행이다. 빨리 갈려면 혼자서 가고 멀리 갈려면 여럿이 가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 번 여행은 혼자서 가는 여행이다. 구간에 따라서는 동행자가 있을 수도 있지만 기본 원칙은 혼자서 가는 여행이다. 마치 우리의
인생이 결국 철저하게 혼자인 것과도 많이 닮아 있는 여행이다.

 짐을 챙기기 위해서 가지고 갈 목록을 작성하고 다시 지우기를 여러 번 하고 있다 자전거의 원동력은 사람의 힘이기 때문에 멀리 가기 위해서는 짐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욕심을 내서 여러 가지를 적었다가 다시 힘들 것을 생각해서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도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많은 것을 갖을수록 세상에 빚을 지고 금생에 업장이 두터워 지는 것인데 우리는 그것을 망각하고 많이 가지려고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여행을 떠나기 전 짐을 챙기며 갖는 설레임과 생각들은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기 하다. 무소유란 내게 꼭 필요한 것 이외의 것들을 갖지 않는 것이라고 법정스님은 정의한 적이 있다. 자전거여행의 짐 챙기기도 그런 무소유의 정신에 따라 챙겨야 할 것 같다. 가다가 쉬면서 마실 차 여벌의 옷 한 벌 그리고 자전거를 응급수리 하는데 필요한 수리공구다. 카메라도 짐이 돼서 지참하지 않기로 했다가 아주 작은 똑딱이로 준비를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이렇게 여행에 가지고 갈 준비목록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평소 나의 삶도 돌아보고 삶에 대한 태도도 정리를 할 수 있는 것 같아 짐챙기기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의 발걸음을 잡는 장애물은 역시 일상의 일이다.
 내가 몸닮고 있는 서산부석사에도 여러 가지 일이 산적해 있다. 그 많은 일을 뿌리치고 떠날 수 있을지 마지막 고민을 하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 스스로를 가둔 울타리에 잡혀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울타리를 넘어 세상속으로 이번에는 기필코 나서고 싶은 것이 짐을 챙기며 갖게 되는 마지막 희망이다.

봄꽃이 피기 시작하고 흑두루미가 북상하고 있다.
이제 떠날 시간이 된 것이다.


null6.15대전본부 공동대표인 원우 스님은 대흥동 정수사
주지로 있다가 2월 말 서산 부석사로 떠났다. 부석사는
최근 일본에서 밀반입 되 환수 주장이 일고 있는 관음
보살좌상의 원래 소유 사찰이다. 원우 스님은 부석사에
있으면서 3월 21일 정식 발족한 '서산부석사관세음
보살좌상 제자리봉안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고, 3월 25일부터는 한반도 평화기원 3,000km
자전거 국토순례를 떠난다. 통일웹진 두근두근6.15에서는
원우 스님의 국토순례기 연재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