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 남북교류에관한조례가 2008년 6월 20일 공포되어 시행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남북교류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한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대전광역시의 남북교류협력에관한조례는 지방자치단체들 중에서 빨리 제정된 편은 아니다. 강원도는 1998년, 경기도는 2001년 9월, 광주광역시는 2003년 1월, 전라남도는 2003년 6월, 인천광역시는 2004년 11월, 경상남도는 2005년 4월, 대구광역시는 2005년 8월, 울산광역시는 2006년 4월, 전라북도는 2006년 6월, 부산광역시는 2007년 7월, 충청남도는 2011년 11월에 각각 제정 공포되었으니 광역자치단체로서 대전광역시의 조례가 결코 일찍 제정되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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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8일, 대전광역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제정을 위해 정책간담회를 진행했다.>

 우선 다른 자치단체의 조례와 비교하여 대전광역시 조례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대전광역시 조례에는 기금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조례 제3조 제3항에서는 ‘시장은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지속적 추진을 위하여 별도의 기금 등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하여 추상적인 ‘재원확보방안 마련의무’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대부분의 자치단체 조례에서는 단체장에게 재원확보방안을 일임하는 형식의 규정을 두는 것이 아니라 조례 자체에서 기금조항을 명시하고 있어 대전광역시 조례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충청남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제4조는 ‘① 도지사는 남북교류협력사업의 효율적 추진과 지원을 위하여 도에 충청남도 남북교류협력기금(이하 “기금”이라 한다)을 설치 운영한다. ②기금은 다음 각호의 재원으로 조성한다. 1. 도의 출연금 2. 기금의 운용수익금 3. 그밖의 수입금’라고 규정하여 조례에서 직접 기금설치 운영을 의무화 하고 있다.

 이렇듯 조례 자체에서 기금마련의무를 직접 규정하는 경우와 단체장에게 추상적인 재정확보방안 마련의무만을 부여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큰 차이를 노정한다. 즉 전자의 경우에는 기금이 마련되지 않으면 직접적으로 위법이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기금을 마련하지 않더라도 바로 위법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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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남북교류협력 조례 제정을 위한 대전시의회 후보자 서약식을 2006년 5월 24일 진행했다.>

 

 무릇 모든 사업이 그러하듯이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도 재원확보가 전제조건이 된다. 따라서 기금이 설치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사업의 추진동력이 다를 수 밖에 없고, 궁극에는 사업추진의사 유무의 문제로 귀결될 뿐이다. 대전광역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가 조례 자체에서 기금설치규정을 직접 규정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아가 남북교류협력위원회 구성의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대전광역시 뿐만 아니라 다른 자치단체에도 공히 해당하는 문제이다. 모든 광역자치단체의 조례에는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설치에 관한 규정이 있으며, 대전광역시 조례에도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설치에 관한 규정이 있다. 그러나 위원회 구성에 있어 민간위원의 비율에 관하여는 어떠한 규정도 없다. 따라서 극단적으로는 민간위원이 전혀 없더라도 위법은 아니다. 남북교류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남북교류협력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고, 남북교류협력위원회가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직접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민간인, 전문가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히 요망됨에도 불구하고 일정비율 이상의 민간인이 참여하게끔 하는 강제규정이 없다는 것은 자칫 위원회가 형해화될 위험을 항시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상에서 대전광역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상의 문제를 기금과 남북교류협력위원회, 두가지 측면에서 짧게 살펴 보았다. 제대로 된 사업은 제도보다는 사람과 의지의 문제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의지는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대전광역시 차원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이 좀더 활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조례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편집위원장 김병구 변호사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집행위원,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대전광역시 장애인차별금지 및
인권보장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고,
현재는 법률사무소 더숲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