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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마지막은 본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환지본처라는 말을 쓴다. 지금 나에게 본래자리는 어딜까? 이 질문의 대답은 쉽게 할 수 있는 답은 아니다. 심각하게 고민을 하다가 보면 근원적인 철학적 질문이 될 수도 있고 그냥 쉽게 받아들이면 지금 이 순간 내가 있는 곳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여간 지금 나는 서산 부석사에 머물고 있다. 어디를 떠났다가도 내가 돌아오는 곳은 서산 부석사이다. 정작 우리는 살면서 자신의 머무는 곳에 대해서는 가볍게 여기거나 살피지 않는 경우가 흔하게 있다. 안데르센의 동화에 나오듯이 우리가 찾는 행복도 사실은 자신이 가장 근거지로 삶는 집에 있는 것을....

그래서 이 참에 서산부석사를 간단하게 소개해 보면 서산 부석사는 신라시대의 스님인 의상대사가 창건하고 조선조의 무학대사가 중창했으며 근세에는 경허, 만공선사가 선기를 드날리며 수행하던 명당터이다. 마치 소가 누워 있는 가람배치를 하고 있다고 하여 와우형구조라고 하며 실제로 우유약수가 있고 소의 발굽이 있으며 소의 구유도 있을 정도로 와우형구조에 대해서 오랫동안 살았던 스님들이 생각해 왔던 흔적이 보인다. 서산 부석사에 아침부터 하얀 눈이 내리고 소복히 쌓이고 있다. 눈의 하얀색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마력이 있는 듯하다. 눈을 쓸어야되는 고된 운력의 노고도 잊게 할 만큼 흡입력이 있다. 아마도 그것은 눈의 하얀색은 모든 색을 쉽게 들어 내고 표현해 주는 넉넉함이 있으며 또한 때 묻지않은 순결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대선을 둘러싼 부정선거의 얼룩으로 온사회가 시끄럽다. 대통령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다. 위임받는 절차가 선거인데 그 선거가 부정하다면 권력은 권위를 잃을 수밖에 없다. 설사 그 절차가 정당하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태생은 눈처럼 순결하고 결백해야 민의를 담아 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그 색이 검은 색이라면 무슨 색을 덫칠해도 색이 드러날 수가 없다. 내리는 하얀눈을 보면서 우리는 아직 눈처럼 하얀 정치인을 갖지 못했고 먼 훗날을 기약해야할 것 같다는 다소 슬픈 상념에 젖어야한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 같다. 여행은 항상 돌아오는 것을 기약한다. 돌아 오지 않는 여행은 방황일 것이다.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키는 것 또한 어떤 의미에서는 여행일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