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동한 ‘개성공단’ 지금은!]

“개성공단 임금지급률 60%, 아직 정상화 안돼”
“개성공단 정상화의 핵심은 ‘정경분리’, 합의사항만이라도 지켜야...”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주)에스엔지 정기섭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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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6일, (주)에스엔지 정기섭 대표(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겸 기획분과위원장)를 찾아 개성공단 재가동 이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난 48일 가동이 중단되었다가, 중단166일만에 재가동한 개성공단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1124일 통일부와 관세청에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월 남북 교역량은 15215만 달러 규모로 잠정 집계됐다. 연합뉴스도 1124일자 기사를 통해 이는 지난해 같은 달 18813만달러의 80.9%에 이르는 수준이고, "본격적인 재가동을 준비하면서 원부자재와 생산 설비, 식자재 등이 개성공단으로 많이 들어가면서 반출량이 높아졌다""개성공단은 예년 수준으로 완만하게 회복되는 중"이라고 통일부 관계자의 말을 통해 개성공단의 최근 상황을 전했다.

 

지난 봄, 개성공단이 중단된 상황에서 경제적 피해와 더불어 마음고생이 컸던 개성공단 진출 향토기업 ()에스엔지 정기섭 대표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한바 있다. 반년 만에 ()에스엔지 정기섭 대표(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겸 기획분과위원장)를 다시 찾아 그 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재가동현황 이후 현재 개성공단의 현황은 어떠한가?

"대부분의 공장들이 외견상으로는 중단 이전상태로 수리했다. 북측 근로자의 복귀인원은 전체적으로 10%정도 줄었다. 자연감소도 있고, 중단된 상황에서 타지역으로 갔다가 복귀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인원은 90% 복원되었지만, 북측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일한 시간에 따라 지급되는데, 이전에 비해 6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일이 줄었다는 뜻이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인해 거래처가 끊겼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보면 전자 및 기계는 부품업 쪽이 피해가 심하다. 전자 및 기계 부품업 쪽은 본청에서 보통 복수거래를 하는데, 중단된 사이에 거래처를 바꾸었고, 다행히 재가동하였지만 아직 개성공단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거래처 회복이 쉽지 않다. 자사제품을 생산하는 곳은 상대적으로 회복율이 높은 편이다. 에스엔지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심한 편은 아니다. 한 가지 이전보다 나아진 부분은 북측 근로자들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일을 잘해보려는 기색이 보인다. 그들도 개성공단 중단으로 인해 공단의 중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측 근로자들은 대부분 이전대로 복귀했는데, 우리 에스엔지의 경우 중 10명중 1명만 바뀌고 모두 그대로 복귀하였다."

 

- 언론에서는 80%정도의 정상화를 달성했다고 보도하는데, 사실인가?

"앞서 얘기한 대로 현재 임금 지급율이 60% 정도 밖에 안 된다. 통일부에서 발표한 자료는 남북 교역량을 기준으로 작성했는데, 여기에는 갑작스런 중단으로 반출하지 못한 지난 4월 물량에 대한 반출실적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에서 발표한 자료에는 이처럼 허수가 포함되어 있다. 전에 입주기업 지원대책에서 여실히 들어났듯이 통일부에서는 실질적인 내용을 담기보다는 대국민 홍보용 멘트가 많이 섞여 있다. 기업입장에서는 출입만 재개되었지 아직 개성공단이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있긴 하지만, 여전히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입장을 발표하고,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재가동 이후 개성공단에는 몇 번 다녀왔고,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왔나?

"3번쯤 다녀왔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보니 현지공장을 둘러보기 보다는 개성공단 전반에 대한 일을 주로 봤다. 개별 업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다. 개성공장 업무는 현지 사장에게 위임한 상황이고, 필요한 업무는 서울 사무소를 통해 사업을 처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1030일 국회 외통위원들이 개성공단을 시찰하기 위해 방문했을 때 동행하여 개성공단 현지설명과 정상화를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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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공단이 중단되기 이전에 (주)에스인지 개성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북측 근로자들 모습. 


-이번 사태로 인해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무력감을 많이 느꼈다. 북한 당국은 말할 것도 없고, 만날 수도 있고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우리 정부 당국자들한테도 벽에 데고 말하는 것 같았다. 올해가 개인적으로는 인생사 중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분단을 너무나 당연시 하는 경향이 있다. 이 부분이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기도 한다. 개성공단에서 성공해서 좋은 일도 해보자는 것이 입주기업들의 기본 생리인데 개성공단 사업 진출이 오해를 받는 경향도 있다. 시작할 때만해도 모두가 힘을 합쳐 잘해보자는 상황이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개성공단도 어려움을 겪었다. 북한을 적으로만 본다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우리 입주기업들은 적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개성공단에 간 것은 아니다.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게 된다면 개성공단은 문 닫아야 한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남북 간 공동번영과 교류협력을 위해 있는 곳이다."

 

-중단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과 제도적 방편은 무엇인가?

"개성공단이 잘되려면 핵심적으로 정경분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정부도 정경분리를 안하고 있다. 정경분리가 안된 상태다보니 정치, 군사, 안보적인 갈등관계가 경제활동을 하는 공단에도 악영향을 그대로 준다. 개성공단은 제대로만 된다면 중소제조업체들에게 기회의 땅이고, 그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그 가능성을 망치는 것은 다른 아닌 남북관계이다. 최소한 개성공단과 관련된 남북 양 당국 간 합의사항만이라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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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맞는 이야기이다. 현재 남북 간에 신뢰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뢰회복은 시급한 문제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뒀을 때에만이 교류협력이 크게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는 틀리고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는 남북관계는 회복하기 어렵다. 서로 다른 차이를 역지사지로 생각해야 한다. 조건 없이 적극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던 박근혜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지원했던 밀가루도 불허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먼저 통 크게 접근했으면 좋겠다.

개성공단은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유지되어 왔는데 개성공단에 위기가 닥쳐왔다. 실제 개성공단은 상당히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다. 3조 정도 중국 다롄에 투자했던 STX가 청산절차를 밟을 상황이라는 보도를 접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저성장 시대에 빠져들었다. 국내 대표기업 몇 개를 빼고는 나머지는 어렵다. 이미 오래전부터 어려웠던 중소제조업체들에게는 개성공단은 희망과 같은 곳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망가트리지만 않는다면 지금도 희망과 가능성이 있다. 기업하는 사람들은 그 희망을 보고 개성공단에 입주한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이 그 책무를 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