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게 개성공단은 마지막 희망이었지만 현재는 절망"

[인터뷰]개성공단 입주, 대전향토업체 (주)에스엔지 정기섭 대표이사(‘개성공단기업협회’ 수석부회장) 인터뷰
그동안 숱한 위기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개성공단이 멈췄다. 남과 북의 두 정상이 손을 잡고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지 10년만의 일이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은 123개이며, 70%는 섬유·의류업체다. 그 70%의 의류업체 중에 대전의 한 기업이 속해있다. 대전지역 향토업체로는 개성공단에 진출한 '1호 제조업체' (주)에스엔지가 바로 그 기업이다.

(주)에스엔지 정기섭 대표이사는 요 몇 달 동안 거의 대전회사에 머물지 않고 있다. 아니 못하고 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개성공단이 정부에 의해 잠정 폐쇄 된 이후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를 어떻게든 최소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에스엔지의 대표이사이면서 '개성공단기업협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기섭 대표이사와의 인터뷰를 지난 5월 24일 어렵사리 에스엔지 대전 본사에서 하게 되었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개성공단 출입제한 52일 째이면서,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 중단과 개성공단의 신규투자를 금지한 5.24조치가 3년을 맞는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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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성공단 잠정중단 사태로 연일 긴박하고, 분주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정기섭 대표이사 만났을 때 첫 모습은 무척 피곤한 모습이었다.
ⓒ 임재근


- 에스엔지 기업은 언제 개성공단에 입주했으며, 그 계기는 무엇입니까?
"에스엔지는 81년도에 설립되었으며, 2005년에 개성 부지를 분양받아 2008년 7월에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개성공장은 개성공단 내 3000평 부지에 지상 2층의 연면적 2200평 규모로 준공되었습니다. 개성에 기업을 두게 된 것은 남과 북 두 정상이 손을 잡는 것을 보고 해외에 공장을 두는 것보다는 같은 민족으로서 개성공단에 투자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어서 계획을 갖게 된 것입니다. 또한 지속된 경기 불황 때문에 한계선상에 있는 수천개의 중소제조업체들에게 활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개성공단의 회사 규모와 개성공단에서 작업하는 일과 대전 본사와의 작업형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요?
"개성공단의 종업원 수는 960명 정도이고, 이중 남측 인원은 10여명정도이고 나머지가 북측 근로자들입니다. 남측 인원은 기술자들이거나 관리자들입니다. 대전 본사와 개성공장과는 취급하는 품목이 다릅니다. 대전 본사는 신사복 중심의 의류를 만드는 곳이며, 개성공장은 스포츠, 바지, 니트류를 만들어 주로 서울로 납품하는 곳입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북측도 종업원 대표, 총무 등 관리체계가 있습니다. 그 대표들과 함께 월간, 주간회의를 통한 계획에 따라 작업량을 결정하고 생산을 하게 됩니다. 남과 북이 동업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 에스엔지 기업이 개성공단에 입주하여 활동을 하게 됨으로 인해 대전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대전은 부산, 대구, 인천과 다르게 산업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원·부자재를 대전에서 공급받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에 회사를 설립하여서 부품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대전경제에 매우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는 볼 수는 없지만, 에스엔지 회사의 상당부분의 이익은 개성공장에서 창출이 됩니다. 그 창출된 이익으로 개성공장 주재원을 대전사람으로 고용하거나, 대전 본사의 인원도 확충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 이전까지는 개성공장의 식자재 대부분을 대전 오정동 농수산시장에서 구입하여 공급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렇듯 대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개성공장에서 창출되는 이익을 최대한 대전을 위해서 쓰이도록 노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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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중구 문창동에 위치한 (주)에스인지 대전본사 사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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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엔지 기업은 2007년도 이후부터 대전시티즌, 대전시 등 에 유니폼 및 양복을 수 천벌 기증하는 등 다양한 기부활동을 해오셨는데, 그 동기가 무엇인지요?
"대전에 적을 둔 기업으로써 지역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기부활동을 해온 것입니다. 게다가 앞에서 말했듯이 대전 본사의 이익은 상당부분 개성공단에서 나옵니다. 아마도 개성공단이 없었다면 그런 좋은 일도 어쩌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개성공단의 효과이지요."

- 작년에는 대전시로부터 일자리창출 고용우수기업 상도 수상하셨는데요? 이것도 개성공단의 효과일까요?
"그렇지요~ 쌀독에서 인심난다고... 예전 같으면 한 사람이 할 일도 두 사람, 세 사람이 하기 위해 대전 사람으로 고용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다 회사의 수입이 안정적 일 때 가능한 것입니다."

- 개성공단 입주 이후, 수차례 남북관계 경색국면으로 인하여 위기가 있었는데 그 때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요?
"에스엔지가 개성에 분양받은 지 2년 후에 입주를 하게 되었는데, 북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포기는 할 수 없었습니다. 개성공단은 처음부터 3단계에 걸쳐 중소기업, 경공업과 중화학공업, 마지막으로 첨단 사업을 유치한다는 구상아래 진행이 되었습니다. 경공업단지만해도 800만평 규모로 계획되어진 곳입니다. 그런 만큼 국내 중소기업의 희망이었습니다. 북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개성은 5만 3천여명의 북 근로자의 일터이며, 가족을 포함하면 20만 명의 생계와 연계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성공단은 남과 북 모두에게 윈-윈인 것이었으며, 긴장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폐쇄되지 않고 활발하게 유지되어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부터 기숙사 설립 등 약속된 것들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3단계 규모로 개발될 계획이었지만 현재는 1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원래 개성공단은 북에서는 군사시설이 있었던 곳으로 매우 민감한 곳이었습니다. 그런 개성을 남북경제협력을 위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의 강경파를 직접 설득하여 유치한 곳입니다. 그런데 막상 1단계에서 막히고, 이런 저런 이유로 약속한 것도 남측에서 지키지 않다보니 기대만큼 성과가 없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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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기업협회’ 정기섭(에스엔지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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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개성공단이 잠정폐쇄되면서 입게 된 피해규모와,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지?
"자재와 완제품 등 30억 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4~5월은 시기적으로 의류부문의 절정기이기 때문에 구매가격으로는 30억이지만 판매가격을 생각하면 30억 원보다 더 큰 피해규모입니다. 대부분의 자재는 임가공 의뢰하는 업체에서 임대받은 것으로 배상해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런데 배상도 원가로만 따져도 손실이 엄청납니다. 문제는 저희와 같은 123개의 기업의 피해로만 그치지 않습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에 원·부자재를 공급하고 있는 중소기업도 5800여개나 있습니다. 정말 재난과도 같은 상황입니다."

- 신문기사를 보면 대전시, 정부에서 입주기업에 대한 피해 실태를 조사했다고 하는데, 그 이후 특별한 대책이 있었습니까?
"현재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대책은 업체당 연리2%로 10억씩 대출해준다는 것입니다. 부가세 등 세금은 6개월 유예시켜준다는 것인데, 피해규모는 그보다도 더 크고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액은 더 커질 것이기에 실상 많은 효과를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역은 실상 법률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대책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 어제(5월 23일) 비대위의 발표에 의하면 30일에 개성공단 방북을 남과 북에 요청하였습니다. 만약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1인시위 및 집회 등 행동전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하셨는데요. 그렇게 결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며, 정부에 촉구하는 요구안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는지요?
"실상 일부 사람들과 언론이 이야기한 만큼 안전문제라든가 식량의 문제가 전혀 없었습니다. 특히 안전문제에서는 인질이다 뭐다 해서 위협적으로 여론을 모아갔지만, 실제 안전에 위협이 있었다면 '개성공단을 지키기 위해 남아있겠다' 이런 목소리들이 나왔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정부의 요구대로 해왔으나,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의 몫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더 이상은 정부만 바라볼 수는 없기 때문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활동을 해온 것입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조속한 개성공단의 정상화이며, 그것이 단시일에 해결이 안 될 때에는 정부를 믿고 개성에 입주한 기업들에게 제대로 된 피해보전과 재발방지를 위한 법률적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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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모습으로 인터뷰를 시작한 정기섭 대표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피곤도 풀리고, 미소도 되찾게 되었다. 절망스런 상황에도 희망을 꿈꾸는 낙천적인 성품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그간 정부를 믿고 정부의 요구대로 해왔으나,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모든 피해를 입주기업들이 고스란히 부담해야만 하는 상황을 이야기할 때는 눈에 눈물이 글썽이기도 했다.
ⓒ 임재근


- 끝으로 대전시와 대전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중소기업에게 개성공단은 마지막 희망이었지만 현재는 절망입니다. 이 절망이 지속되어 회생불가능이 되기 전에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지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6.15대전본부 웹진 '두근두근6.15' 5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