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군의 꿈을 품고 있는 도솔암 마애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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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 가을의 첫 여행지는 선운산 도솔암이다.

불교의 대전제는 이 세상이 고통의 바다라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몇 일전에 있었던 일이다. 다섯 살 때 절에 와 고등학생이 된 동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스님 세상살기가 너무너무 힘들어요 하면서 펑펑울던 모습이 생생하다. 대체 무엇이 열일곱 꽃다운 나이의 그를 그렇게 힘들게 하는 것일까? 어쩌면 인간은 태어나면서 고통의 짐을 지고 태어나는 지도 모르겠다. 도솔암 내원궁으로 오르기전에 나한전 옆을 지나다가 보면 거대한 절벽에 조각된 마애불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특이하게 배꼽부위에 네모난 구멍을 메꾼 흔적이 보인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는 거기에는 비결이 숨겨져 있었는데 동학농민전쟁 때 궁지에 몰린 동학군들이 그 비결을 꺼내 보았다고 한다. 과연 거기에는 무슨 비결이 있었을까 사뭇 궁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 고통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비책이 있겠는가?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우리사회가 이 지경에 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암담하고 높은 절벽처럼 현실의 장벽은 높지만 가슴속에는 항상 이상의 해법을 품고 있으라는 가르침은 아닐런지 모르겠다. 선운사는 동백이 피는 봄도 좋지만 단풍이 곱게 물드는 가을에도 좋은 곳이다. 동학농민군의 자취가 서려있는 도솔암 마애불은 답답하고 숨가쁜 이 가을에 잠시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