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활동을 함께하며 잘 알고 지내는 분이 하루는 개성공단이 폐쇄된 것에 대한 분함을 토로하였다. 그 말을 들을 때까지 나는 이 분이 개성공단에 투자한 것을 몰랐다. 자기는 개성공단에서 나오는 원단을 받아 그것을 가공해 판매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은 소규모 투자가이지만 많은 돈을 투자한 사람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하게 현 정권을 비판한다.
 
개성공단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6·15남북공동선언에 따라 조성된 공단으로 남북교류협력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2004년 12월 시범단지에 분양된 기업에서 처음으로 제품을 생산하여 반출한 이후 2011년까지 누계생산액이 12억 6천만 달러를 돌파했다. 개성공단에는 2012년 3월 현재 123개의 업체가 입주해 있어 5만여 명이 넘는 북한 노동자와 800여 명의 남한 노동자가 있다.

이러한 개성공단이 지난 5월 4일 7명의 최종 근로자가 귀환하면서 조성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남북한의 감정싸움으로 좌초하고 말았다. 남북한 당국은 똑같이 합작하여 수많은 노동자는 안중에도 없이 감정만 앞세워 그나마 유일하게 남아있는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그 유탄으로 남북한의 수많은 노동자가 피해를 보게 되었다.

개성공단조성은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토지와 인력이 결합한 최초의 남북합작 공단으로 남북화해교류협력 특히 남북경제협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남한은 개성공단을 통해 남북긴장을 완화시켜 국제적인 지위를 높일 수 있었고 국가 브랜드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한국의 브랜드 가치는 하락하여 한국의 잠재적인 신용도 함께 떨어질 것이다.

북한은 5만여 명이 넘는 노동자와 그에 딸린 식구까지 포함하면 20여만 명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게 되었으며 연간 9000만 달러에 이르는 현금도 놓치게 되었다. 아울러 남북한 긴장완화로 주변국과도 불편한 관계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

결국 개성공단의 폐쇄는 남북한을 아우르는 한민족에게는 엄청난 손해를 가져오는 반면 긴장조성을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주변국들이 상대적 이익을 보고 있다.

개성공단은 남한과 북한, 그 누구에게도 일방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다. 상호간에 이해가 떨어지는 공간이다. 퍼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거래에 있어서 일방적인 것이 어디 있겠는가?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남한의 자본과 기술을 합쳐 좋은 품질을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상부상조하는 공간이다. 동시에 민족적인 단합을 불러일으켜 남북한 주민이 협력하여 서로간의 적대감이 완화되어 한민족의 대망인 통일에 절대적으로 도움을 주는 곳이다.

세우기는 어려우나 부수기는 쉬운 법이다. 그러나 한 번 부수어지면 다시 세우기 어렵다. 수조원의 자산이 사라지고 또 다시 수조원의 세금이 평화 대신 전쟁 준비를 하는 군수품 구입에 들어가니, 이 통탄함을 어떻게 참아야 하겠는가? 이 모든 것이 역사를 왜곡하고 이성보다는 감정에 치우치는 한민족의 성격 때문인 것을. 오호 통재라.


이규봉 공동대표
이 글을 쓴 이규봉 공동대표는 배재대학교 전산수학과 교수이며, 대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이다.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현장을 자전거로 누빈 후 쓴 '미안해요! 베트남'의 저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