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정으로 2개월 간 편집 및 발행이 미뤄졌다가 10월호부터 다시 발행하게 되었다. 요즘 어지간한 시민운동단체나 개인들은 종북세력으로 내몰리고 있다. 하긴 민주당도 종북세력이라고 비난받는 터에 종북의 낙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진보세력이 있을까 싶다. 과연 대한민국 사회에 북한체제를 옹호하며 적화통일을 지지하는 종북세력이 있을까 의문이 든다. 어느 모로 보나 대한민국 체제가 북한의 그것보다 우수함은 실증적으로 증명되고 있는데 시대착오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으리라고 본다. 그럼 왜 종북이라는 말이 횡행하는 것일까. 사상의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가장 오른쪽에 가 있는 사람들의 주장이 보편적으로 회자됨에 기인하는 것은 아닌지,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건강함이 시나브로 죽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스럽다.

 

가장 대표적인 우파학자인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자신의 좌익 제자를 옹호하면서 자유민주주의는 논리가 아니라 태도라고 하였다. 진정 자유민주주의가 우수한 것은 자기와 다른 생각조차도 인정하고 포용하는 그 태도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다양한 사상과 사고의 합리적 핵심들이 한 사회 안에 녹아들음으로 인하여 사회는 건강해지고 발전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자들의 각성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물론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 민족의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러한 현실이 자유민주주의의 본령이 훼손됨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서독의 수상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이 독일통일의 초석이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외국에서의 사례에 대하여는 별반 거부감 없이 인정하면서 그와 동일한 의미가 있는 우리의 햇볕정책에 대하여는 폄하하려 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비판이 아니라 악의적인 비난과 모함이 횡행하고 이를 언론이 아무런 여과 없이 확대재생산하며, 마치 그와 같은 극우적 사고가 사회의 일반적인 평가인양 받아들여지는 현실은 참으로 우려된다.

2007104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이루어진 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일명 10·4선언)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의 6·15선언에 대하여 각론적 의미를 갖는다. 6·15선언을 좀 더 구체화시켜 그 실천방안을 모색하고자 한 것이 10·4선언이다. 그러나 이미 10·4선언은 실질적으로 폐기된 것이나 다름없이 되었다. 10·4선언 어디를 보더라도 NLL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다만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서해지역을 평화해역으로 전환하자고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대선을 전후하여 NLL을 포기했느니 안했느니 하는 정쟁만 무성하다.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서해상에서 이루어진 북한의 도발이 10·4선언에 기인하였다고 생떼를 쓰기도 하였다.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어태세를 소홀히 한 국방의 지휘라인과 그 최종적 책임자인 대통령이 석고대죄할 문제이지 이미 문서창고에서 썩어가고 있는 종이쪽지 하나가 북한도발의 원인이라니 어이가 없는 일이다. 그와 같은 억지가 통용되는 사회라는 것이 서글픈 따름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비상식적인 변명이 박근혜정부에서는 안 나오기를, 그리고 이전 정부에서 이루어 놓은 업적은 비록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계승할 수 있는 정책과 도량을 기대한다.

 

구한말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편협한 아집에 매몰되어 역사의 큰 흐름을 읽지 못함으로써 나라를 잃을 수밖에 없었던 오류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어느 정파든 역사와 민족의 대의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