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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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전본부 최영민 공동대표

(대전평화여성회 공동대표)

 

평화라는 말이 편하게 들리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 단체로 교육문의 전화를 받을 때도, 단체 성격을 물어올 때도 어떤 평화인지 설명을 요구할 때가 많다. 이럴 때면 말하는 나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할지 고민스럽다. 단체가 하고 있는 활동이 결국 우리가 지향하는 바이기 때문에 활동을 설명하면 그래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럼 더욱 친절하게 평화학에서 얘기하는 소극적 적극적 평화개념을 설명하기도하고 무력이나 폭력을 수단으로 하는 평화가 아니라 대화 협력을 바탕으로 한 평화형성까지 얘기해보지만 질문과 대답이 겉돌고 있다는 것을 자주 감지한다. 질문하는 사람의 의도와 우려는 흔히 말하는 좌우, 진보와 보수, 정체불명의 종북과 반종북 중에 어느 쪽인가?’하는 전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평화뿐 아니라 모든 가치는 나라와 문화마다 다를 뿐 아니라 각자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상도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임에도 우리 사회는 점점 다름에 대한 불편함과 두려움이 짙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다름에 대한 불편함이나 두려움이기보다는 다름이 차별이나 폭력으로 치환되는 직간접 경험이 자기검열과 같은 수준에서 평화에도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사회에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대립으로 언성이 높아지고 분노감과 상실감이 지속되면서 사회적 자존감이 낮아지니 새해가 다가오는 시점에도 희망과 기대의 기표가 바닥에서부터 올라오고 있지 못하고 있다. 갈등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 주장하는 것, 행동하는 것과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한편이 다른 편에게 항복을 요구하기 때문에 생긴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쓰러트리고 벌을 줘야 한다는 당위에서 벗어나야 갈등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개인간의 갈등인든 노사간의 갈등이든 폭력과 억압은 갈등해결이 아니라 또 다른 갈등을 유발시키는 요인일 뿐이다.

그러한 면에서 비폭력, 정의, 평등, 사랑, 다양한 삶의 가치들을 담고 있는 평화는 언제나 인류의 이상이자 실천 덕목이었다. 또 이런 가치들로 평화는 무게중심이 뚜렷하기 때문에 쉽게 동요하지 않지만 어떤 사건과도 능동적으로 교감할 수 있기도 하다. 갑오년 새해에는 어떤 일이든 무게중심이 뚜렷한 평화를 동력으로 풀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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