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 "북미관계, YS방법 아닌 DJ방법 따라야"
'통합과창조' 포럼서 "정부, '바닥불사론' 등 대북인식 고쳐야"
2009년 01월 12일 (월) 18:36:36 고성진 기자 kolong81@tongilnews.com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올해 북미관계의 변화에 따른 현 정부의 대응방법으로 "'YS방법'이 아닌 'DJ방법'을 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 김근식 경남대 정외과 교수는 12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통합과 창조' 포럼에 초청돼 20여 분간 강연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김 교수는 1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통합과 창조' 포럼 2009년도 총회 초청강연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이달 내 취임하면 북미관계가 급진전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방법으로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속도로 북미관계가 진전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 원인으로 미국의 경우 오바마 당선자가 후보 시절부터 언급했던 북한과의 직접 대화 등의 열린 대북 인식과 차기 국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힐러리 클린턴의 8년 전 북미 협상 경험을 꼽았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은 8년 전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북미관계의 역사적 유산과 한계, 아쉬움을 알고 있다"며 "오바마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굉장히 빠른 속도로 북한과 협상에 나서고 협상의 경험들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문제를 풀려고 할 것"이라고 봤다.

북한 내부적인 요인으로도 '건강이상설' 등 건강문제를 겪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이 8년 동안 부시 정부의 '반북정책'으로 인해 관계 진전에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새 정부와는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김 교수의 전망이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속도감 있는 북미관계 진전 속에서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YS방법'과 'DJ방법'이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YS식의 시대 역행적인 자세를 가질 것인지, 아니면 DJ식의 시대 순응적이고 시대를 앞서가는 방식을 가질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YS방법'은 북미관계 진전에 한국 정부가 잡음을 넣고 훼방을 하는 모양새를 취해 "93,94년 북미간 고위급 협상에 한국 사람이 참석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결국엔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경수로에 대한 책임만 70% 덮어썼다"고 혹평했다.

반면에 'DJ방법'은 한국정부가 오히려 미국에 북미관계를 진전시키라고 계속적으로 요구했고,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진심이 북한에 알려져 남북 간의 신뢰가 쌓이게 됐고 "북미관계가 진전된 상태에서 남북관계가 복원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 성공적인 케이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제2의 'YS방법'을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시대역행적인 정책에서 탈피할 것으로 거듭 주문했다.

남북관계 악화 3요인...'ABR정책', '구호성 대북정책', '바닥불사론 등 잘못된 인식'

또 그는 지난해 남북관계에 대해 "1년 만에 10년의 공든 탑을 무너뜨렸다"고 촌평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지금까지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오면서 크게 3번의 단계를 밟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잃어버린 10년'을 내세운 현 정부가 전임 정부의 모든 정책을 부정하는 정책, 이른바 ABR(Anything But Roh) 정책을 펴면서 6.15, 10.4선언을 부정했으며, 대북정책에 있어서 '비핵.개방.3000' 등과 같은 구호성 정책을 내놓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비핵과 개방이라는 것은 구호에 불과하다. 우리가 이뤄야 할 목표인 것이지, 그 비핵을 어떻게 달성하고 개방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한 아무런 계획이 없다"며 "비핵과 개방은 슬로건이지, 솔루션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MB정부가 남북관계를 위해서 무엇을 움직이기 보다는 남북관계가 바닥까지 가야만이 오히려 북한이 버릇을 고칠 것이라는 '남북관계 바닥불사론'에 깊이 빠져있다"며 이런 커다란 인식의 동굴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 이날 포럼 총회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 원혜영 원내대표 등을 비롯한 당 지도부 및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한편, 이날 열린 '통합과 창조' 포럼 2009년 총회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 원혜영 원내대표, 박주선 최고위원, 김진표 최고위원, 박영선 의원, 김효석 의원, 박병석 정책위 의장 등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및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2007년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범 '민주세력'의 통합을 주창하며 창립된 이 포럼은 장상 전 국무총리 서리가 대표를, 김영진 민주당 의원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포럼은 "국민통합, 정치쇄신, 사회양극화 해소, 실용적 중도개혁주의 지향, 한반도 평화공존 통일기반 확립, 여성 노인 등 사회참여 확대, 교육여건 개선 등 7대 정책목표를 추구한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