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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최대석 외교국방통일 위원. 사진은 지난 8일 인수위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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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의 최대석 인수위원이 사퇴한 이유가 명확히 발표되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증폭하고 있다. 대북 정책에 있어 '대화 우선'을 내세운 최 교수인만큼 정책전환의 속도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 교수의 인수위원직 사퇴가 발표된 다음 날인 14일에도 '인수위 사람들'은 최 교수 사퇴에 대해 어떤 힌트도 주지 않았다. 같은 분과의 김장수 간사도 "나도 모른다"고만 했고 진영 부위원장도 "(대변인 발표대로) 그렇게만 알아달라"고 했다. 하루 전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일신상의 사유"라고만 브리핑했기 때문에, 최 교수가 인수위 업무가 아닌 사적인 사정으로 인해 그만둔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됐다. 

윤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도 최 교수의 사퇴에 대한 질문이 계속되자 "인사문제에 대해서 말을 아끼는 것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구도 인사문제로 인해서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나름대로의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 때문"이라며 "그런 배경 설명에 대해서도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주시면 되겠다"고 했다. 사퇴 사유를 알리면 최 교수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서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비리 아니다"..."출범 전부터 모양새 빠지네"

윤 대변인의 답변에서 자연스럽게 '인수위원직 수행에 결격 사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유추된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측 핵심관계자는 "개인적인 비리와 같은 사유는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최 교수를 잘 아는 학계 인사들도 '비리를 저지를 사람은 아니다'라는 데에 의견이 일치했다. 통일·안보분야의 한 저명한 교수는 "최 교수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며 "성격상 누구와 척지고 그런 것도 없다. 응어리가 있을 만하면 자기가 먼저 푸는 성격"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사퇴 사유는 알 수 없지만, 인수위가 딱 뭉쳐서 팀워크를 잘 발휘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밖에서 볼 땐 정권 출범 전부터 모양새가 안 좋게 됐다"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학계에선 최 교수의 사퇴를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최 교수와 함께 일을 해본 한 정치학 박사는 "원래 박근혜 당선인과 가깝게 지낸다는 건 알았는데, 이번에 인수위원이 된 걸 보고 남북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그런데 이렇게 되니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그런 기조가 좌절되는 것 아닌가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 박사는 "최 교수는 평소에 자신의 연구 성과를 정책에 반영하는 데에 의지가 큰 사람"이라며 "당선인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글자 그대로라면 MB의 '비핵개방 3000'과 큰 차이가 없음에도 최 교수의 존재 때문에 섣불리 그런 평가를 하지 못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교류협력의 확대가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의 최 교수가 인수위에서 탈락, 대북정책 전환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5·24조치에 비판적...인수위는 "조치 해제? 그럴 일 없다"

여기서 자연스레 인수위 내 노선 갈등이 최 교수 사퇴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2010년 3월 천안함사건 뒤 이명박 정부가 남북 인적·물적 교류를 중단시킨 5·24조치에 대해 최 교수는 대선 전에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 교수가 외교·국방·통일분과 인수위원이 되자 새 정부의 첫 대북 조치가 '5·24조치의 단계적 완화'일 거라는 보도가 나온 게 무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인수위에선 북한에 유화적인 신호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김장수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는 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5·24 조치 완화 가능성을 묻는 기자에게 "그럴 일 없다"는 말로 일축한 바 있다. 같은 날 박근혜 당선인은 장즈쥔 중국 특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북한 핵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당시 장즈쥔 특사는 "한반도 정세가 복잡하고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당선인이 밝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서 남북관계가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이에 박 당선인은 "북한의 핵개발은 국가의 안보 및 국민의 안위를 위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추가적 도발에 대해선 단호히 대응할 것이지만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대화와 협력의 창구는 열어둘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측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간접 요구하자 박 당선인이 '북한 비핵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협조 요청으로 응수한 셈이다. 안보와 대화를 동시에 유지하겠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서 지금 급한 것은 대화보다는 비핵화라는 뜻이 실린 셈이다.

최 교수 본인도, 인수위도 명확한 사유를 제시하지 않고 있고, 사퇴가 본인의 의지에 따른 것인지 타인의 압박 때문인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 교수의 사퇴로 분명해진 것은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가 남북관계에 전향적인 청사진을 만들 거란 기대를 하긴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