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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택 장관임명땐 MB임기 내내 남북경색”
 안홍욱기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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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先핵폐기는 항복 요구”… 전문가·여당 내부도 “비현실적”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가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인택 고려대 교수가 차기 통일부 장관에 내정되면서 ‘비핵·개방·3000’ 구상이 논란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 내정자가 ‘비핵·개방·3000’ 설계를 주도한 당사자라는 점에서다. 이 구상이 재부각될 경우 가뜩이나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내몰리는 남북관계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런 연유에서 전문가들과 민주당 등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비핵·개방·3000’의 폐기 또는 전면 수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대북정책의 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있다. 북한의 ‘선(先) 핵폐기’ 후 남북관계 개선을 핵심으로 하는 ‘비핵·개방 3000’이 기본 골격이다. 하지만 현실성이 결여된 구상이라는 비판에 부딪혔다. 북한에 ‘변화’를 요구할 뿐 변화를 유인할 각론이 없어 과정과 결과가 뒤바뀐 정책이라는 것이다.

통일부가 지난해 7월 정부의 대북정책을 ‘상생·공영 정책’으로 공식 명명하고, ‘비핵·개방·3000’을 그 하위 개념으로 배치한 것은 이러한 비판을 자인한 것이다. 북한의 “북남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반통일 선언”(지난해 4월1일자 노동신문)이라는 격한 반발과 영변 냉각탑 폭파 등 북핵 문제의 진전 상황 등이 감안됐다.

그러나 현 내정자가 ‘비핵·개방·3000’ 구상을 다시 부각시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외교·안보·통일 분야 자문그룹을 이끄는 좌장으로 이 구상을 입안했다는 점에서다. 또 올해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 필요성’을 개진한 김하중 장관의 후임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당하게 출발해야 한다”(지난달 30일)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현 교수가 내정된 것도 강경한 대북정책이 두드러질 것임을 예상케 한다.

전문가들은 ‘비핵·개방·3000’이 부각될 경우 남북관계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본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일 “청와대가 현 교수를 ‘비핵·개방·3000’의 기수로 확실한 역할을 하라고 지명했다면 앞으로 임기가 끝날 때까지 남북관계는 풀리기 힘들다”면서 “북한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고 오바마 정부도 한국을 부담스러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또 “이 대통령이 ‘747 공약’도 못 지키게 됐지 않나. 7% 경제성장률을 0.7%로 바꾸는 마당에 ‘들어와 보니 국제정세가 ‘비핵·개방·3000’을 써먹을 수 없게 됐더라’라는 얘기를 왜 못하나”라고 꼬집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의 반발을 빼더라도 남한 내부에서도 부적절한 정책으로 평가작업이 끝난 것”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은 “‘비핵·개방 3000’의 설계자로 알려진 현 내정자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더 꼬이게 할 뿐”이라며 인사청문회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따질 계획이다. 민주노동당은 “남북관계 단절의 직접적 원인인 ‘비핵·개방·3000’을 만든 현 교수의 내정은 정부가 남북관계 해결 의지가 없음을 입증한다”(우위영 대변인)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비핵·개방 3000’의 폐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정욱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 “상호주의에 입각한 ‘비핵·개방·3000’은 사실상 이뤄지기 쉽지 않은 탁상공론”이라며 “경직된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탄력적인 정책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의원도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해야 지원하겠다는 논리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안홍욱기자 ah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