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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실용적'으로 인공위성 혹은 미사일 대처하기

[기획-위기의 한반도①] 위기 '이후'의 한반도 전망

홍현익(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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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국제기구에 신고한 ‘광명성 2호’ 통신위성 발사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오고 장거리미사일로 추정되는 로켓을 무수단리의 발사대에 장착함에 따라 한반도 주변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먼저 미 국무부는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간주하고 유엔안보리 결의안 1718호 위반여부를 따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고, 티모시 키팅 미 태평양사령관은 대통령이 지시만 한다면 일본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일본의 하마다 야스가즈 방위상도 북한의 발사체나 그 파편이 일본에 떨어질 경우 이를 파괴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유엔 안보리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여 제재를 도출하는 동시에 일본 나름의 독자적인 추가 제재도 가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우리 정부는 북한이 발사를 강행하면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 참여를 검토하겠다고 압박하는 동시에 안보리에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반면 북한은 우주의 평화적 이용권을 부정하여 자주권을 침해하는 것은 9‧19공동성명의 상호존중 약속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므로 미‧일이 위성발사에 대하여 제재를 가한다면 6자회담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이라면서 위성 발사에 대한 제재를 북핵문제와 연계시킬 것임을 선언하였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안보리결의를 위반하고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를 훼손하는 북한의 도발을 묵과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강하게 제재하다가는 북핵문제 해결 동력이 심각하게 약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문제는 미‧일‧중‧러 4개국 역시 중요한 안보 문제로 간주하여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해관계를 표출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정부는 향후 정세 변화를 현실주의 관점에서 면밀하게 검토하고 예측하여 실용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미,일의 인공위성 요격 가능성은 아주 희박

먼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평가된다. 그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동기가 미 행정부에게 북‧미 협상을 촉구하는 의미가 크다고 평가되기도 했으나, 4월 9일 제12기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가 개최되어 김정일 3기가 출범하는 것에 맞춰 미사일이 발사될 것으로 보이고 새로 임명된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3월초 동북아 순방시 북측과 접촉하거나 평양 방문을 희망했으나 북한이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미사일 발사가 미국의 관심을 끌고 남한 정부를 압박하는 것 외에도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미사일의 성능을 시험하려는 기술적 요인과 함께 선군정치를 과시하고 군부의 충성을 유도하며 주민의 기강을 단속하는 등 체제 유지 차원의 용도도 매우 크다고 여겨진다.

또한 북한과 이란간에 미사일 기술 교환이 계속되어 온 것으로 추정되고 이란이 북한 기술진의 도움으로 2월에 인공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한 것으로 보아 4월 4-5일경에 발사될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인공위성 역시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된다.

미사일에 대한 요격 가능성과 성공 가능성도 관심사이다. 중요한 판단근거는 그간 미국이 1000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퍼부어 개발한 미사일방어체제의 수준이 가상 미사일에 대한 14차례의 지상 요격 실험에서 60%의 성공률을 보였다는 것인데, 특히 이는 목표 미사일의 발사 시점, 이동경로, 타이밍, 특성 등에 대한 정보를 미리 다 인지하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실전에서의 요격 성공률은 현저하게 더 낮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미사일 또는 그 파편이 일본이나 미국의 영토로 향하고 있다면 요격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의 미사일이 미 본토가 아니라 하와이 남쪽 1,000km지점 상공의 대기권 밖을 향해 날아갈 것이고, 요격이 실패할 경우에 겪을 체면 손상과 그간 막대한 예산을 낭비했다는 정치적 비판을 고려할 때 쉽게 요격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요격에 성공할 경우에는 일본이 두 차례 원폭 투하로 인한 피해를 빌미로 마치 세계2차대전의 희생자인양 행세하는 것처럼, 이번에는 북한이 우주의 평화적 이용까지 미‧일이 저지하는 대북 적대정책을 펼친다면서 핵 계획을 포기할 수 없다고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일이 북한의 인공위성을 요격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솜방망이 처벌 -> 중국의 중재 -> 북미 대화로 이어질 듯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면 미국의 후원아래 일본이 앞장서서 유엔 안보리를 소집할 것이다. 그러나 미사일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기 어렵고 새로운 대북 제재는 북핵문제 해결 과정을 저해할 것이라는 현실론이 제기될 것이며,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므로 추가 제재를 결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때 중‧러의 소극적인 태도로 안보리 공식 문서로도 분류되지 않는 의장의 언론성명으로 그쳤던 것이 예측에 참고가 될 수 있다.

안보리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논의한 뒤, 미국은 머지않아 북핵문제 ‘관리’의 절박성을 거론하면서 중국의 중재를 거쳐 결국 북‧미 대화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대북 제재쪽으로 앞서가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것 같다.

남한 전역은 이미 배치된 수백기의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 하에 놓여있으므로 이번의 미사일 발사가 새로운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새로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는 일본과 미국이 앞장 설 것이므로 한발 뒤에서 따라가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묵과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 PSI 전면 참여를 고려한다고 하는데, 이 경우 우리는 미국의 요청이 있으면 언제라도 북한과 대결을 벌일 각오로 북한의 선박을 검색해야하는 냉전의 첨병 역할을 맡게될 것이다.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 우리는 북한과의 군사 대립 위험을 자진해서 추가로 떠안겠다는 것이 된다.

정부는 출범 초부터 북핵문제 해결을 제1 대외정책 과제로 상정하고 남북관계 자체도 이에 연계시키는 정책을 펼쳐왔다.

2002년 10월 제2차 북핵위기가 발발한 때부터 현재까지 진전된 경과를 보면, 참여정부가 적극적인 남북 대화와 경협을 추진하면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일변도 정책을 완화하여 북‧미 대화를 중재하느라 부시 행정부 초반 6년이 다 지나갔고, 2006년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핵 실험을 하자 오히려 부시 행정부가 정책을 전환하여 북‧미 협상을 진지하게 추진한 결과로 2‧13합의 등 북핵 폐기 1단계를 거쳐 2단계 중간단계까지 어렵게 진전되어 왔다. 이제 오바마 행정부가 등장하여 북‧미 대화를 통해 2단계를 완료하고 최종 3단계 협상을 시작하려는데 우리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의 진전을 막는 듯한 정책을 펼친다면 스스로 내세운 정책목표를 저버리는 것이다.

한발 뒤떨어져 따라가기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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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정부는 초심으로 돌아가 우선적으로 북핵문제 해결 과정의 진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면 일본이 앞장서서 안보리 성명이 나올 것이다. 그 때 우리는 안보리 입장을 지지한다는 정도로 일단 인공위성 문제를 마무리 짓는 것이 현명하다.

한편 북핵 폐기 2단계과정의 불능화 작업이 한국과 일본의 대북 에너지 지원 중단으로 지체될 처지이므로 우리의 대북 에너지 지원을 완료하고 일본도 이에 동참하도록 설득하여 일단 북핵 불능화를 완료한 뒤, 3단계 북핵 폐기 최종협상을 적극적으로 주선해야 한다.

위기시에 적절히 자제하여 현명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미국에게 신뢰를 주는 한편 중‧러와의 관계도 개선시키는 계기로 삼으면서 남북간에도 대화가 시작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현명하다.
남북간 경제 형편과 지정학적인 여건, 한반도 정세 안정, 통일조국의 기반 건설, 현 세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국력을 집중해야한다는 당위성 등을 고려하더라도 이제는 남북간에 필요 이상의 ‘버릇 고치기’나 ‘기싸움’을 지양하고 미래지향적이고 ‘선택과 집중’의 원칙 하에 우선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와 안정 회복)를 해결해가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 기사입력: 2009-03-26 22:52:14
  • 최종편집: 2009-03-27 09:1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