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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지난 10년'과의 완전한 단절?
2010년 08월 16일 (월) 18:15:32 이광길 기자 gklee68@tongilnews.com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전에 서구인들에게 대북화해협력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종종 '이솝우화'를 끌어다 쓰곤 했다.

이른바 '바람과 햇볕의 비유'인데, 결국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햇볕이었다는 얘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햇볕정책(sunshine policy)'으로 알려진 배경이다. 이로 인해 국내 보수세력에게서는 '대북유화론'이라는 비난을, 북측으로부터는 또다른 의미의 '흡수통일론'이라는 반발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서구 국제정치학계에서는 '무역평화론'으로 널리 알려진 경험적 진리에 기초하고 있다는 게 대북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이는 '무역을 통한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즉, '교류협력을 통한 평화공존'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내놓은 이른바 '선평화론(선비핵화론)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선비핵화' 주장의 빌미로 핵을 가진 북한을 들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논의를 진지하게 이끌어가려 했다면 불쑥 '통일세'를 던지기 보다 '핵을 가진(또는 가지려 하는) 북한과는 절대로 교류.협력문제, 나아가 민족문제를 논의할 수 없는가'는 물음을 던졌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다 본질적인 차이점이 있다. 김 전 대통령은 한반도 냉전 해체를 통해서 '통일지향적 평화체제'를 구축하려 했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 간의 문제인 '천안함 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가져감으로써 주변 4대국을 한반도 문제의 이해 당사자로 깊숙히 끌어들였다. 중국과 러시아더러 남과 북 사이에서 일방을 선택하라고 강요하다 외면을 자초했다. 동북아시아에 '신냉전'의 그림자가 드리웠다는 평까지 나온다.

요컨대, 이명박 대통령의 올해 광복절 경축사는 취임 이후 계속된 '지난 10년'에 대한 부정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15일 청와대가 '평화->경제->민족공동체'로 이어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론이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의 '자주 평화 민주를 기본 원칙으로 하는 3단계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계승했다고 밝힌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단순히 '대북 퍼주기'를 시정한다는 방법 차원을 넘어, '지난 10년'과 연계된 모든 것을 다 뒤집어엎겠다는 뿌리깊은 증오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가 궁극적으로 '대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