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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오바마 행정부와 ‘샅바싸움’ 돌입
북한의 다각적 6자회담 적극 행보
2009년 01월 14일 (수) 14:26:02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일주일 앞둔 13일,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원칙적 입장을 밝히고 나서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12일 남측 ‘미사용연료봉 실사단’의 방북을 수용하는 뜻을 전해왔으며, 13일 마약밀매 혐의로 억류해왔던 일본인 사와다 요시아키 씨와 요도호 납치범의 아들을 출국시켰다.

이같은 일련의 입장표명과 조치들은 오바마 신 행정부에 대한 ‘원칙에 입각한 전면 대화’ 제스쳐로 읽혀지며, 오바마 정권과의 새판짜기 돌입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북 외무성 “관계정상화를 통한 비핵화” 강조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최근 미국에서 조선반도 비핵화가 마치 우리만 핵무기를 내놓으면 실현되는 문제인 것처럼 여론을 오도하는 그릇된 견해와 주장들이 울려나오고 있다”고 전제해 이번 담화가 이같은 미국 내부의 흐름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담화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그로 인한 핵위협 때문에 조선반도 핵문제가 산생되였지 핵문제 때문에 적대관계가 생겨난 것이 아니다”며 “우리가 핵무기를 먼저 내놓아야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은 거꾸로 된 논리이며 9.19공동성명의 정신에 대한 왜곡이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가 9.19공동성명에 동의한 것은 비핵화를 통한 관계개선이 아니라 바로 관계정상화를 통한 비핵화라는 원칙적 입장에서 출발한 것이다”는 입장을 명백히 해 북.미간 관계정상화가 기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담화는 “미국의 핵위협이 제거되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이 없어질 때에 가서는 우리도 핵무기가 필요없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조선반도비핵화이며 우리의 변함없는 입장이다”고 주장했다.

오마바 당선자의 ‘핵무기 없는 세계’ 정책이 주로 북한 핵무기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방식으로의 제거에 방점을 찍고 있는 현 상황에서 북핵 문제의 본질을 직시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발 나아가 6자회담 2단계 조치를 마무리짓고 3단계 조치로 진입하는 기존의 단계적 접근 방식보다는 오바마 신 행정부는 북미 양자간 관계정상화와 비핵화를 포괄적으로 일괄 타결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선반도 전체에 대한 동시 검증”

담화는 “공동성명에 명시되여 있는 바와 같이 전조선반도 비핵화는 철저히 검증가능하게 실현되여야 한다”며 “미국 핵무기의 남조선 반입과 배비, 철수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 자유로운 현장접근이 담보되고 핵무기가 재반입되거나 통과하지 않는가를 정상적으로 사찰할 수 있는 검증절차가 마련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측의 기본 논리인 ‘한반도 비핵지대화’에 근거해 ‘조선반도 전체에 대한 동시 검증’을 재확인 한 것으로 ‘검증 문제’에 관해서도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일이 북측에 대해 ‘검증 의정서’ 체결을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6자회담의 진전이 가로막혀 있는 상황에 대한 북측의 답변인 셈이다.

담화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핵위협의 근원적인 청산이 없이는 100년이 가도 우리가 핵무기를 먼저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적대관계를 그대로 두고 핵문제를 풀려면 모든 핵보유국들이 모여앉아 동시에 핵군축을 실현하는 길밖에 없다”고 밝혀 미측을 압박했다.

북미 관계 정상화에 근거하지 않는 핵문제 해결 방식은 ‘핵보유국 간의 핵군축 실현’ 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거꾸로 북미 관계 정상화 없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향후 6자회담과 북미관계의 열쇠는 미국 오바마 신 행정부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전환 의지와 북미 관계 정상화 여부에 달려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전면 대화’ 걸림돌, 한국.일본 가지치기
북미 관계정상화와 핵무기 폐기 ‘샅바싸움’


북한의 이같은 ‘원칙에 입각한 전면 대화’ 제의는 실제적 행동으로도 옮겨지고 있다.

그간 북한은 남북관계와 6자회담을 별도의 트랙으로 추진해왔지만 경제.에너지 워킹그룹 회의를 갖더라도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갖는 등 남북관계 경색 상황을 고려해 조심스런 행보를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남측이 제안한 ‘미사용연료봉’ 실사단의 방북을 수용해 남측 인원으로만 구성된 실사단의 방북을 수용했다. 현 남북관계의 초경색 상황을 감안하면 파격적 조치로 비쳐진다.

뿐만 아니라 6자회담과 북일관계 정상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서도 ‘인도주의적 조치’라는 명분으로 사와다 요시아키 씨와 요도호 납치범의 아들을 출국시켰다.

이같은 조치들은 지난해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 당시 ‘검증 의정서’를 핑계로 미국의 발목을 한국과 일본에 대해 가시적인 양보조치를 취함으로써 미국의 ‘전면 대화’ 입지를 넓혀주는 조치들로 풀이된다.

이제 공은 오바마 당선자와 힐러리 국무장관 내정자에게 넘어간 형국이다.

그러나 13일(현지시간) 힐러리 내정자는 인준 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관계 정상화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제거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못박고 △플루토늄 생산 △우라늄 농축 △핵 확산 활동을 충분히 설명할 것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웠을 뿐만 아니라 “관계 정상화의 한 조건인 북한의 인권침해 에 대해서 계속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고 밝혔다.

‘선 핵무기 폐기 후 관계정상화’ 입장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라늄 농축, 핵확산, 북 인권 문제까지 관계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북측의 입장과는 한참 동떨어진 입장이다. 나아가 "북한이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북한에 다시 제재를 가하고 새로운 제재도 고려하겠다"고 북측을 압박했다.

지금 북미관계는 북한의 ‘선 관계정상화 후 핵무기 폐기’와 미국 신 행정부의 ‘선 핵무기 폐기 후 관계정상화’가 팽팽히 샅바싸움을 하는 형국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