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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상 국지전 가능성과 '평화체제' 메시지
북 군부 성명, "우리는 빈말을 모른다"?
2009년 01월 19일 (월) 19:32:15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17일자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이 ‘전면 대결태세 진입’과 ‘강력한 군사적 대응조치’, 그리고 ‘서해해상 군사분계선 고수’를 천명함으로써 남북간 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우리 혁명 무력은 이명박 역적 패당의 반공화국 대결책동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릴 것이다”는 성명의 첫 구절부터가 섬뜩할 정도로 예삿일로 지나칠 수 없는 심각한 대남 경고로 보인다.

통상 북측은 대남 강경 성명을 발표하더라도 일말의 관계개선 여지 한 자락쯤은 깔아두는 법이어서 비난과 촉구를 병행하는 것이 관례지만 이날 북한군 성명은 “우리 혁명무력은 이명박 역도와 그 패당들의 '대화재개' 타령과 역사적인 두 선언에 대한 '존중입장' 광고를 민족을 우롱하고 민심을 속이기 위한 권모술수로 낙인한지 오래”라고 아예 분명한 선을 그어 버렸다.

<노동신문> “가면마저 벗어던져, 우리는 빈말을 모른다”
98년 북군부 성명 후 평양시 군중집회 개최


19일자 <노동신문>은 한발 더 나아가 “새해에는 그런 기만적인 소리조차도 입에 올리지 않고 있는 것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것은 이명박 반역도당이 가면마저 벗어던지고 우리에게 노골적으로 도전해 나섰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못박았다.

또한 “우리가 바라는 것은 6. 15공동선언과 10. 4선언의 성실한 이행으로 자주통일, 평화번영을 이룩하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괴뢰호전광들이 한사코 전쟁을 하겠다고 달려드는 오늘에 와서까지 선의를 보여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신문은 “우리는 빈말을 모른다”며 “이명박 패당은 우리의 엄숙한 경고를 똑바로 새겨듣고 분별없이 날뛰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북 군부 인사가 군복을 입고 나와 이처럼 강경한 성명을 발표한 것은 1998년 이래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며, 이후 이어지는 <노동신문> 후속 기사 등을 보면 이번 성명이 일시적인 사안이 아니라 확고한 북측의 입장임을 알 수 있다.

1998년 12월 2일 당시에는 북한의 지하 의혹시설 사찰 촉구와 ‘작전계획 5027’ 내용 등이 알려지면서 북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군복을 착용하고 북한 방송에 등장해 ‘섬멸적 타격’으로 대응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이틀후 ‘김일성광장’에서 성명을 지지하는 평양시 군중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제2차 지하 의혹시설 성격규명 협상을 앞둔 시점”에 “대미 협상력을 제고키시며 주변국의 ‘북한 달래기’를 유도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으며, “주민 생활고가 심화되는 동절기에 전쟁분위기 조성을 통해 주민 결속을 도모하면서 군의 전의를 다지려는 목적도 내포된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차분하게 대응, 교류협력 특이동향 없다”
국방부 “상투적 주장, 행동으로 보여줄 것”


이번 북군부 성명에 대해 19일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의) 의도가 어떤 지에 대해서 예단하지 않고 여러 가지 다양한 가능성에 대체를 하면서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며 “남북교류협력과 관련해 특이 동향이 없고 현재 교역사업을 중심으로 해서 민간차원의 방북은 계속 되고 있다”고만 말했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19일 “군에서 그날 경계강화 지시를 내린 바 있고 지휘관들이 정위치한 바는 있다”면서도 “북한의 이번 성명 내용은 1월 13일 그리고 1월 17일 외무성 담화 및 성명에서도 나왔던 내용들이다. 대개 상투적이고 지금까지 주장해왔던 내용이다”며 “내용상 별다른 특별한 것은 없다고 보여진다”고 축소 평가했다.

원 대변인은 “뉴스도 보면 미국 대통령 취임과 관련해서 연결시켜서 설명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며 “마찬가지로 그런 것과 관련해서 그런 움직임에 대해서도 저희들이 최대한 촉각을 세우고 감시하고 있다”고도 했다. 또한 “북한은 말을 많이 하고, 저희는 말을 적게 하면서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다”고 덧붙였다.

합동참모본부는 17일 육.해.공군에 대북경계태세 강화 지시를 하달하고 주요 지휘관은 부대에 정위치하는 한편 접적지역의 부대는 대북 감시.경계태세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김정일 위원장, 새해 첫 현지지도로 군부대 찾아
통일부 업무보고와 이명박 대통령 발언이 계기


북군부가 강경한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해석은 구구하지만 북측의 이날 성명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한은 이미 지난 연말 ‘12.1 조치’를 통해 육로 통행을 엄격히 통제하고 개성공단 상주인원을 대폭 감축토록 했는가 하면 국방위원회 관계자들의 개성공단 현지시찰을 통해 “두 선언에 대한 남측의 도전적 행동이 계속되고 금강산 사건에 대한 여론을 호도한다면 중대 조치는 더 엄격해질 수 있다”며 “현재 북남관계는 경색되어 있다. 그리고 심각한 상태다.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는 “자주통일의 대강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전면부정하고 파쑈독재시대를 되살리며 북남대결에 미쳐 날뛰는 남조선집권세력의 무분별한 책동은 온 겨레의 치솟는 분노와 항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온 겨레는 숭미사대주의와 동족에 대한 적대의식에 사로잡혀 자주통일의 시대적흐름에 역행하는 반통일세력의 책동을 단호히 저지파탄시켜야 한다”고 예년과 달리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5년 이후 처음으로 새해 첫 현지지도로 군부대를 선택해 2일 ‘조선인민군 근위 서울류경수제105땅크사단’을, 4일 ‘조선인민군 포병사령부관하 제1489군부대’를 방문한 바 있다.

특히 18일자 <노동신문> 논설은 지난해 12월 31일 통일부 업무보고와 그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 내용이 북측의 판단을 굳히는 결정적 계기가 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논설은 “《통일부》는 《2009년 업무보고》라는 데서 올해 정책의 목표가 그 무슨 《안정적이고 생산적이며 호혜적인 남북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를 위한 《4대중점과제》라는 것을 내놓았다”며 “이것은 그들이 지금껏 떠들어온 것과 조금도 다른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남조선《통일부》가 《대화》니, 《협력》이니 하며 《상생, 공영정책》을 골자로 하는 《4대중점과제》를 들고나온 것은 지난해에 북남관계를 파국에로 몰아넣은 범죄적 책임을 어떻게 하나 회피하고 내외여론을 오도하며 북남대결책동을 더욱 교활하고 악랄하게 벌리려는 흉심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이다.

논설은 통일부 업무보고에서의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들에 대해서도 “사실들은 이명박 역도가 온 민족의 강력한 단죄규탄에도 불구하고 저들의 범죄적인 반공화국대결책동에 대해 꼬물만한 가책도 느끼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북남관계를 아예 결판낼 잡도리를 하고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한다”고 보도했다.

대통령 의지와 무관한 서해상 ‘국지전’ 가능성도

북군부가 강경한 성명을 내놓은 후 과연 어떤 실질적 조치가 이어질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아직 예단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성명에서는 ‘강력한 군사적 대응조치’와 ‘서해해상 군사분계선 고수’를 밝혔기 때문에 아무래도 서해상 군사충돌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점치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남측이 서해상에서 기준선을 삼는 ‘북방한계선(NLL)’과 북측이 지난 1999년 선포한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이 겹치는 조건에서 언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인데다 남북 군사당국간 통신 회선도 제대로 유지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북군부의 성명은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1,2차 서해교전 정도로 판단한다면 오판이고 함대전투 수준을 넘어 우리의 이지스함이 동원되고 북의 미사일이 발사되는 국지전 수준으로 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지금 상황은 남북관계가 전혀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며, 서로 본때를 보일려고 붙는 것이기 때문에 서해교전과 같은 사태를 맞을 경우 우리 증시가 600선까지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며 “이미 우리의 서해상에서의 교전수칙이 바뀌어 대통령의 의지와 무관하게 군부 매파세력에 의한 무력충돌도 가능한 상황임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군사적 대응조치와 관련 육로통행 전면 차단 조치가 시행돼 개성공단 사업이 사실상 문을 닫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예상 가능한 수순 외에도 예기치 못한 군사적 대응조치들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바마 출범 앞둔 ‘평화체제’ 부각용?

다른 한편으론 이번 북군부 성명이 발표된 시점에 주목하며 미국 오바마 정부 출범을 앞둔 대미 메시지라는 분석들도 나오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13일자 대변인 담화에서 ‘관계정상화를 통한 비핵화라는 원칙적 입장’을 천명한데 이어 17일자 외무성 대변인 답변에서 ‘관계정상화와 핵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을 잇따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 전문가는 “북한이 군사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다”며 “군사적 실력행사 보다는 최근 외무성 대변인의 입장발표와 관련해 볼 때 오바마 행정부 출범에 앞서서 부시 행정부에 대한 마지막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고 풀이했다.

그는 “북측이 원하는 것은 비핵화를 대가로 북미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화체제 문제이다”며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NLL을 포함한 정전체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메시지를 미국측에 전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대미 ‘평화체제’ 메시지라는 부차적 목적보다는 대남 압박용 엄중경고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으며, 앞이 보이지 않는 남북관계 속에서 신중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소지가 농후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2010년 지방선거 때까지는 남북관계를 경색된 상황으로 끌어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을 가진 여권 핵심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남북관계는 기대할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부터 2012년까지 강성대국을 위해 경제건설에 힘써야 할 북측이 군사적 긴장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분석까지 다양한 해석이 난무하고 있지만 오바마 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윤곽을 드러낼 때쯤 상황이 보다 분명해질 것이라는 관측은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