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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절망과 희망④] 남북관계 '파산' 경고... 2012 강성대국 향한 총동원령 선포한 북한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본 북한의 대내외 전략과 전망
2009-01-15윤지훈/(주)EJ컨설팅 이사, 새사연 운영위원

“조정”과 “파산”의 다른 잣대로 바라보는 남북관계

2008년 세밑, 남북관계 분야에서 오랜 활동을 해왔던 사람들이 조촐한 송년회 자리를 마련하여 한 자리에 모였다. 통일부 출입기자, 연구자, 남북경협 기업 임원, 대북지원 단체 관계자 등 여러 분야에서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오던 사람들의 모임이라 이야기의 주제와 오가는 정보들이 실로 다양했다. 그러나 2008년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반영하듯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 못했다. 술잔이 한 순배 돌고나니 참석자들은 저마다 MB정부의 대북 정책과 남북관계 인식에 대해 우려하며 2009년을 더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남북관계를 직접 다루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남북관계의 체감온도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YS 정부에서부터 대북지원 사업을 담당했던 시민단체 관계자는 “2009년 상반기에 MB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이 구체화되지 않는다면 YS 정부 때보다 더한 남북관계의 악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현 정부 당국자들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2008년 남북관계는 합창의장의 북핵 선제타격 발언과 통일부 장관의 지난 10년 반성 발언으로 삐그덕 거리기 시작하였고, 북한은 한국의 새 정부가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교착 상태로 접어들었다. 이후 남한은 북한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과 개성공단 출입 제한 등의 조치를 비난하였고, 북한은 남측의 대북 삐라 살포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제기 등을 문제 삼아 격렬히 반발하였다.

이명박 대통령과 통일부는 2008년 남북관계에 대해 지난 10년의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는 “조정기”라고 평가하고, 북한은 노동신문과 대남 기관을 동원하여 남북관계가 “파산”의 길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하나의 현상을 대하는 남과 북의 온도차가 너무 큰 대목이다. 시각의 차이야 어찌되었든 남북 당국 간 대화는 전면 중단되었고, 남북 상생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도 위태롭다. 백두산 관광까지 합의하였던 남과 북은 그나마 열려 있던 금강산과 개성 관광의 문마저 닫아 버렸다. 남북관계가 악화되더라도 인도적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10여 년 이상 지원했던 식량은 단 한 톨도 북으로 전달되지 못했다.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 꽁꽁 얼어붙은 한국의 경제상황 만큼이나 남북관계도 극도의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9년 북한의 선택,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내부 자원 총동원령 선포

이러한 시점에서 북한은 지난해를 평가하고, 올 한해의 총적 과업을 제시하는 신년공동사설을 「로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라는 3대 기관지의 공동 명의로 발표하였다. 매년 1월 1일 발표되는 신년공동사설은 북한 대내외 정책의 총적 방향과 과제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아 왔다. 우리 신문과 방송 등에서도 연초가 되면 북한 전문가들을 동원해 공동사설을 분석하는 것이 연례화 돼왔다.

이번 공동사설에서 주목할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보인다.
첫째, 북한이 규정한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내부 자원 총동원령이 선포되었다는 점이다. 2012년은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김정일 위원장 탄생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북한은 2007년 전국지식인대회에서 2012년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로 규정하고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북한식 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북한은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을 바탕으로 사상에서의 강국을 이뤘고, 핵 보유로 군사에서의 강국을 실현했다고 자평하며, 이제 경제에서의 강국을 이루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내부 구성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조선노동당 창당 60주년을 맞은 2008년이 북한 내부적으로 주민들에게 자신감과 긍지를 심어주고, 고난의 행군 이후 강성대국 건설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을 교양하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가용할 수 있는 내부 자원 총동원령을 선포하고 경제 강국 건설을 위한 기초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본격적인 군중 운동과 수행 과제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12월 24일 김정일 위원장의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 현지지도를 과거 1956년 12월 김일성 주석의 강선제강소 방문과 비교함으로써 북한 경제의 돌파구를 열었던 천리마 대고조의 사회적 분위기를 다시 한 번 창출해 제2의 천리마 운동과 같은 대중동원형 군중운동으로 북한 경제 재건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집단주의와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인민을 돕자”라는 구호로 군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강국 건설에서 군이 사회적 선도자로서 역할을 담당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급의 위상을 부쩍 강조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군대를 앞세우는 선군(先軍)의 원칙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노동계급을 ‘대고조 역사의 주인공이며, 경제강국건설의 기본전투부대’로 규정하여 경제강국 건설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012년에 맞춰진 북한식 경제발전 5개년 계획 실행

둘째, 이번 신년공동사설에서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경제분야에서 실질적인 과제를 강조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의 정상화’, ‘생산의 정상화와 현대화의 결합’ 등의 표현은 과학기술을 통한 단번 도약, 생산 현장의 현대화 사업을 통한 정상적 생산 시스템 마련으로 실질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되거나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수준을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80년대 중후반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제일 높았던 시기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선행부문으로 강조되던 금속공업을 경제발전의 중심고리로 내세운 것은 전체 경제의 생산 정상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철강생산에서의 비약적 발전을 통해 전체 경제의 활력을 마련하겠다는 북한 경제 당국의 의지를 보여준다 하겠다.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가 초고전력 전기로를, 김책제철연합기업소가 대형 산소분리기를 잇따라 건설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정책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대북 광물자원 확보 전략은 무서울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2005년 통화철강그룹 등 3개 회사가 컨소시엄으로 총 매장량 30억 톤의 함경북도 무산철광에 14억 달러를 투자하여 50년 동안 매년 1,000만 톤의 철광석을 반출하기로 계약을 맺고 전기, 기계설비,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지린성과 산둥성의 2개 기업이 3,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혜산청년 동광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으며, 중국의 비철금속 전문 우쾅집단은 용등탄광에 대한 시굴권을 확보하고 북한과 합작회사를 설립하였다.

특히 북한과 중국은 2008년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의 방북 이후 올해를 북중 수교 60주년을 기념하여 북중 우호의 해로 정하고 대규모 경제 사회문화 교류협력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김정일 위원장과 후진타오 주석의 교차 방문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만약 두 국가 수반의 교차 방문이 현실화 된다면 북중 간 대규모 경제프로젝트(일각에서 발전소와 제강을 포함한 종합 제철소 건설이라는 설이 있다)는 현실화 될 것이며 북한 경제의 취약점인 인프라 건설에 활로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 정부의 노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현실의 절박한 요구’, ‘자체의 힘으로 먹는 문제 해결하겠다는 비상한 각오’ 등의 표현은 남쪽의 지원이 중단된 현실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임을 보여준다. 인민 생활의 가장 기초가 되는 식량 문제의 해결 없이는 강성대국의 꿈도 허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년에 북한의 식량생산량은 약 430~480만 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식량 수요를 약 510만 톤으로 예측하고 있는 식량농업기구(FAO)의 기준에 약 30~80만 톤 정도 부족한 수준이다. 이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북한은 유기질 비료 생산 등의 군중적 운동을 통한 생산성 확대, 테러지원국 해제로 식량 지원에 나선 미국과 국제기구의 도움, 그리고 전통적 동맹관계인 중국의 원조 등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NGO기구의 한 인사는 “만성적인 식량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 당국은 옛 소련 지역의 중앙아시아 등지에 북한의 대규모 노동력을 파견하여 해외 식량생산 기지를 건설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관련 국가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남측의 지원이 없으면 춘궁기를 버틸 수 없어 남쪽에 손을 벌릴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예상이 틀릴 확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 눈에 띄는 또 한 가지 내용은 평양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독려다. ‘도시경영사업에서의 혁명’을 강조한 평양 현대화 계획은 2007년 김정일 위원장의 직접 지시로 시작되었다.
작년 9월 필자는 평양을 방문해서 살림집 개보수와 105층 류경호텔의 리모델링 그리고 전차 궤도 정비 사업 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 경제 분야에서 오랜 시간 일을 했던 한 인사는 “대동강변 1킬로미터 컨벤션센터 및 상업시설 조성 공사, 평양 순안공항 현대화 사업 등 몇 가지 사업을 열거하며, 평양의 개건 현대화 사업이 완료되면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이렇듯 북한 당국이 평양 현대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테러지원국 해제, 서방 자본의 대규모 투자 유치 등으로 국제사회와 본격적인 교류를 앞두고 관문인 평양을 정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 된다.

통미통중(通美通中)과 무한무일(無韓無日)

마지막으로 이번 신년공동사설에 주목할 점은 대남, 대외관계의 북한 입장을 관련국들에게 분명히 전달하는 메시지로 활용하였다는 것이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은 조국 통일의 표대’, ‘력사적인 북남공동선언들에서 탈선하는 그 어떤 요소도 허용하지 않을 것’ 등의 표현은 그동안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김정일 시대의 남북 정상간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 개선은 없다는 점을 우리 정부에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 된다.
또한 ‘조선반도의 비핵화’,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한다는 표현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 등장 이후 6자회담 지속과 북미관계 개선에 있어 북한이 적극적인 행보를 하겠다는 것을 천명하고, 미국 또한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5년 9.19공동성명에서 밝힌 것처럼 한반도 평화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를 본격적으로 풀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관련국들에게 공표하는 의미가 있기도 하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의 단초가 마련되지 않는 한 그리고 정상적인 북미관계 수립 없이 강성대국 실현이라는 북한의 목표는 제약을 받을 것이며 국제사회와 북한이 정상적인 소통을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북한 지도부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표방한 오바마 행정부를 상대로 북한은 통 큰 주고 받기식 협상으로 북미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 할 것이다.

조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상무장관 지명에서 사퇴한 빌리처드슨 주지사, 커트 캠벨 신임 동아태차관보,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조정관, 프랭크 자누지 오바마 캠프 한반도 정책 팀장 등 북한 문제에 정통한 미국 인사들은 오바마 집권 1기 북미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북한과 직간접적인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집권 초기부터 북미관계 개선 프로젝트를 과감히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브레인들은 체육과 문화예술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를 높이고, 고위급 특사 파견과 연락사무소 개설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된다면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며 북한과 기싸움을 하고 있는 한국과 납치문제에 사로잡혀 6자회담에서 외톨이가 되어버린 일본을 배제한 채 북한이 통미통중(通美通中)하는, 남쪽으로서는 최악의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파워엘리트의 세대교체

전반적으로 2009년 북한의 신년공동사설은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의 실천 과제들을 구체화 하고 내부 자원을 총동원하기 위한 행동전을 주민들에게 독려하고 있으며, 테러지원국 해제 및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등장으로 대외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의지를 엿보이게 한다.

한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로 화두가 된 북한의 후계 체제 또한 우리의 관심사항이 아닐 수 없다. 작년 9월 북한 정권 60주년 행사에 김정일 위원장의 불참으로 증폭된 건강이상설은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에 김위원장의 현지지도 사진이 빈번히 등장하며 수그러들고 있다. 특히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지난 3일 “국제비정부기구에서 일하는 한 미국인이 작년 10월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고 보도하면서 ‘반신불수설’, ‘사망설’ 등 김위원장의 신변과 관련한 논란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령의 김위원장 나이 등을 고려할 때, 북한 내부적으로는 이에 대한 준비 작업도 서서히 진행될 것이다. 특히 북한에서 이른바 ’인민경제 4대 선행 부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금속, 전력, 철도, 석탄 가운데 석탄 분야를 제외한 모든 분야의 상(장관)들이 현장 실무 경험이 풍부한 젊은 세대로 교체되었고, 무역, 농업, 임업성 등의 상(장관)들도 바뀐 것으로 확인되면서 북한의 세대교체도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남분야에서는 그동안 당국, 민간교류, 경제교류 분야에서 활약하며 남쪽에 많이 알려진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 최승철 통전부 부부장, 정운업 민경협 회장 등이 모두 교체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부서 개편과 후임자 인선도 마무리 된 것으로 전해진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신임 대남 사업 담당자들은 전임자들에 비해 원칙적이고 신중한 인물들로써, 남쪽 입장에서 보면 사업을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2009년 남이나 북이나 경제에 올인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도 연말연초 통일부 신년 업무보고와 2009년 신년사를 통해 올 해 국정운영 방향과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였다. ‘비상경제정부 구축을 통한 경제 살리기’로 표현되는 이대통령의 신년사에도 북한과 마찬가지로 경제 살리기에 대한 강한 집념이 묻어나 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근시안적인 남북관계가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며 북한에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북한은 이제 더 이상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구태를 벗고 협력의 자세로 나와야 한다”며 북한을 압박했다.

2009년 남과 북의 신년사의 주된 화두는 경제였다. 그리고 남북관계에 있어서 상대방이 변하지 않는 한 개선의 여지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남과 북의 목표와 주장이 분명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남과 북이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북한의 2012년 강성대국 건설도, 남한의 경제위기 극복도 쉽지 않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달리한다면 남과 북이 서로 win-win 할 수 있다. 남과 북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원자재 수입으로 많은 돈을 해외에 지불하고 있는 남한이 매장량 가치 3,700조에 달하는 북한의 자원을 공동 개발하는 문제, 철의 실크로드를 비롯한 물류시스템 정비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대규모 프로젝트, 북의 기초과학과 남의 응용과학의 시너지 효과, 북의 고려의학과 남의 서양의학의 협업, IT기술 분야의 교류, 문화 컨텐츠 협력, 신재생에너지 사업, DMZ를 활용한 평화생태관광 사업 등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치면 세계 경제위기 속에 남북이 돌파구를 열 수 있는 기회를 분명히 잡을 수 있다. 이는 남한이 이야기 하는 상생과 공영이요, 북한이 이야기 하는 민족의 화해와 번영을 실현하는 길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질서는 급격한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6자회담의 진전과 비핵화에 맞춰 동북아 평화체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으며 오바마 행정부 등장 이후 북미관계 개선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이미 눈치 빠른 EU, 중동 자본들은 북한을 주목하고 있으며,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북한과의 접촉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자원은 유한하고 시간은 제약되어 있다. 기다리다 보면 기회가 오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사고로 진정한 남과 북의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독선적 아집을 버리고 우물 안에서 나와야 한다. 편향된 이념의 잣대로 남북문제를 대하지 말고 무늬만 실용인 허황된 대북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지지층 결집 등 정치 공학적 사고와 기독교 근본주의 이념을 가지고 선과 악의 이분법적 논리로 남북문제를 대할 것이 아니라 칠천만 민족의 상생공영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 김정일 위원장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현재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정치인은 대통령 이명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