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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MB정부의 관성 버려라”

[인터뷰] 김상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정지영 기자 jjy@vop.co.kr
입력 2013-03-14 10:18:58l수정 2013-03-14 11:33:28
김상근 목사는 지난 4년간 이끌어왔던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의 상임대표 자리를 조만간 물러난다. 김 상임대표는 웃으며 “이명박과 같이 임기가 끝난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남북 대화나 민간 교류가 완전히 단절됐기 때문에 김 상임대표는 가장 어려운 시기 6.15남측위를 이끌어온 셈이다.

김 상임대표는 남북관계가 단절된 지난 시기에 대해 “우리 역사를 위해 참으로 불행한 기간이었다”고 말한다. 남북, 북미 대립이 심각할 때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실종됐으며 ‘안전핀’ 역할을 했던 민간의 설자리마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한반도는 유례없이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을 맞고 있다. 김 상임대표는 “문제는 관성이 지금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난 어두웠던 5년 동안 그것을 즐겼던 사람들을 제외하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도 그렇게 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상근 6.15 남측위 상임대표

김상근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박근혜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그는 가장 중요한 게 지도자의 비전과 신념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인류 역사가 국가주의, 제국주의 시대, 냉전과 이념의 시대를 지나 지금 지역 공동체의 시대에 와 있으며 “궁극적으로 이를 넘어 세계가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지향해 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이러한 흐름에서 가장 걸려있는 지역이 동북아와 중동이라며 “한반도에서 긴장관계를 풀고 동북아 평화공동체로 나아가면 인류 사회를 바꿔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지금 우리가 한반도에서 총을 맞대고 있어야 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대화를 통해 비전과 신념을, 가치를 공유해 가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았다.

김 상임대표는 이러한 철학적 기초에서 남북, 북미 간 대립을 과연 누가 먼저 풀어야 하냐고 되물었다. 동구 사회주의권이 무너진 후 우리에겐 북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공산화’ 될 수 있다는 실체가 사라진 반면, 북한은 여전히 거대한 자본주의라는 실체를 맞대고 있지 않느냐는 물음이다.

그러면서 그는 “전혀 상대에 의해 정복될 가능성이 없는 우리가 풀어야 한다. 잔뜩 두려워져 있는 상대에게 ‘먼저 풀어라’ 하면 풀지 못한다”며 “마치 헤비급 권투선수가 작은 아이와 맞서서 ‘먼저 풀어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김 상임대표는 특히 박근혜 정부에게 미국과의 관계에서 자주권을 세워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그는 최근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연설을 하는 자리에서 박 대통령의 방미와 한미정상회담 시기를 언급해 ‘외교적 결례’라는 논란이 빚어지는데 대해 “부끄럽고 분한 노릇”이라며 자주권을 세워 존재감을 먼저 찾지 않으면 비전과 신념을 가지고 힘 있게 일해 나갈 수 없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가 가깝게는 현재의 긴장국면을 해소하기 위해, 남북 간에 살아있는 통로를 이용해 ‘만나자, 대화하자’는 특단의 핫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김 상임대표는 극우 세력이 ‘전쟁 불사’를 외치며 다른 세력을 ‘종북’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데 대해 “만약 전쟁이 나면 누가 하냐. 우리 아들, 딸들이 한다. 내 손주들이 죽고, 도망 다녀야 한다”며 무책임한 여론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군 당국이 북의 위협에 맞대응해 호전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데 대해서도 “그런 말이 북한의 언론에 났을 때 어떤 영향을 끼치겠는가. 이거야말로 북을 진짜 단결시켜주는 말”이라며 “‘미필적 종북’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11일은 ‘키 리졸브’ 연습이 시작되고 북이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의 기점으로 삼은 날이다. 한반도 정세는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듯하다. ‘민중의소리’는 13일 김상근 상임대표를 만나 긴급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최근 한반도 정세가 유례없이 긴장하다. 오랫동안 남북관계 발전과 통일을 위해 앞장서 오신 분으로서 현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여쭙고자 인터뷰를 요청했다.



김상근 6.15 남측위 상임대표

김상근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남북이, 북미가 왜 서로 대립하는 것인지 근본적인 고민을 해봐야 한다. 이명박 정부와 북의 김정일-김정은 정권은 왜 대립했었나? 미국과 북한, 북한과 미국은 무엇을 하려고 대립하고 있는 것인가?

예전에는 남쪽은 공산주의를 막아야 했고, 북은 자본주의를 막아야 했다. 명분이 있었다. 북을 경계하고 국방, 안보를 강화하는 게 너무나 당연했다. 이를 소홀히 하면 우리가 공산화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그 시대는 지나갔다. 지금 사태가 상당히 심각하지만 국민들이 예전처럼 당황하지 않는다. 왜냐. 이제 공산화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 이미 국민들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나 미국이나, 여전히 반공위에 서 있는 것 아닌가 되묻고 싶다. 

그런데 북한은 우리와 다르다. 북에겐 자본주의라는 실체가 여전히 있다. 또 그 존재가 매우 크고 막강하다. 지금 우리는 ‘전쟁 날 것 같냐’고 물으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북쪽에선 같은 질문을 하면 ‘그렇다’고 한다. 남쪽의, 미국의 거대한 자본주의가 쳐들어온다, 이런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전혀 상대에 의해 정복될 가능성이 없는 우리가 풀어야 한다. 잔뜩 두려워져 있는 상대에게 ‘먼저 풀어라’ 하면 풀지 못한다. 마치 헤비급 권투선수가 작은 아이와 맞서서 ‘먼저 풀어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누가 옳고 그른지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의 관점에서 얘기하는 것이다. 강한 쪽에서 풀어야 한다. 

우리 역사를 보면 국가주의 시대가 있었고, 그 나라들이 서로 싸워서 제국화 하는 시대가 있었다. 자기 나라를 크게 만들기 위한 전쟁의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대영제국도, 로마제국도, 스페인제국도 사라졌다. 그 후에 동서로 양분된 이념의 시대가 왔다. 그것도 지금은 무너졌다. 요즘은 유럽, 북미 NAFTA와 같이 지역 블록화 시대다. 그런데 동북아에서만 지역공동체가 생기질 않는다. 중국과 북한이 붙어있고 우리는 미국, 일본과 붙어있고 한반도 상황이 이렇지 않나.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남북이 지금의 긴장관계를 해소하고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보다 궁극적으로는 지역 공동체를 넘어 세계가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지향해 가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저 앞의 국가주의, 제국주의, 냉전과 이념세계, 패권주의, 이런 것들이 다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 시대를 향해 가는데 있어 가장 걸려있는 지역이 동북아와 중동이다. 여기서 긴장관계를 풀고 동북아 평화공동체로 나아가면 인류 사회를 바꿔낼 수 있다. 그러려면 우리가 한반도에서 총을 맞대고 있어야 하는 것이냐. 그렇지 않다. 대화를 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가치를 찾고 어디로 가야 할까 얘기해야 한다. 누가 먼저 할 것이냐. ‘힘 있는 내가 주먹을 안 쓸 테니 긴장하지 말고 대화하자’ 이렇게 가야 하는 것이다. 지금 국면을 이렇게 보고 있다.



지난 시기를 보면 대화 국면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작동했는데 지금은 남북,미.중 등 관련국 어디서도 그러한 리더십이 보이질 않는다. 박근혜 정부가 지금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시나.



박근혜 정부의 역할에 대해 아직 크게 기대는 안 한다. 미국에게 있어 대한민국 정부가 존재감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김대중 정부 때는 존재감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한미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하는 과정을 봐라. 원래 우리와 협의하고 날짜 맞춰서 양국이 공동으로 발표해야 하는 건데, 미국 백악관 보좌관이라는 사람이 강연에서 먼저 말을 해버리지 않나. 중세시대 속국도 아니고, 부끄럽고 분한 노릇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고한다면 이 같은 상황에서 5월에 미국에 가면 안 된다. 외교적 결례를 당당하게 지적하며 양국 협상을 통해 정상회담 날짜를 잡자고 해야 한다. 박 정부가 미국에 대해 우리의 자주권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 정부가 힘 있게 일할 수 있다. 

그러면 자주권을 세워서 무엇을 할 것이냐.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세계평화에 대한 비전을 미국과도 공유하고, 북한과도 공유하고, 중국, 러시아, 일본과도 부지런히 외교적 공유를 해야 한다. 이는 나라의 힘이 크고 작은 문제가 아니라, 지도자의 비전과 신념 문제다. 

가깝게는 ‘키 리졸브’ 연습을 두고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고 남북 판문점 연락통신을 끊었다. 하지만 다른 통로는 살아있다. 이를 통해 ‘만나자, 우리가 여기까지 가마, 너희도 여기까지만 와라, 대화하자’ 라는 특단의 핫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게 정치다.



최근 보수 언론이나 보수 단체에서 ‘전쟁 불사’를 외치며 대화와 협상을 요구하는 세력을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매카시즘적 선동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금은 전쟁의 시대가 아니다. 전쟁은 야만이고 살인이라는 것을 명백히 해야 한다. ‘전쟁 불사’라는 건 야만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얘기로 입에 담으면 안 된다. 지금의 가치로는 용서가 안 된다. 상대가 전쟁하자고 하지 않느냐? 상대가 그렇게 해도 우리가 안 하도록 만드는 것이 문명이다. 

극우 진영에서 ‘전쟁 불사’를 외치면 마치 용기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만약 전쟁이 나면 누가 하냐. 우리 아들, 딸들이 한다. 내 손주들이 죽고, 도망 다녀야 한다. 가져야 할 시간을 못 갖고 즐겨야 할 삶을 즐기지 못한 채 전쟁의 참화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남쪽 뿐 아니라 북쪽의 아들, 딸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을 주장하면 안 된다.



북도 위협적인 발표를 계속 내놓지만, 우리 군 당국도 만만치 않게 호전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듯하다.



북은 안팎의 걱정이 있는데 그 가운데 내부적 걱정은 두 가지다. 국민의 생활과 단결이다. 생활은 당장 어떻게 할 수 없으나 단결은 더 뭉칠 수도, 흩어질 수도 있으니 이 부분이 북이 판단하는 기점이 될 것이다. 적에게 한 방 맞는 게 내부를 뭉치게 하는 걸까, 반대로 적을 한 방 치는 게 강하게 하는 걸까, 지금처럼 긴장을 계속 고조시키는 게 강하게 하는 걸까 판단할 듯하다.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군 당국이 ‘김정은 정권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둥 이런 말을 막 쏟아낸다. 이건 북을 진짜 단결시켜주는 말이다. 이런 말이 북한의 언론에 났을 때 어떤 영향을 끼치겠는가 생각해 보라. 역으로 북을 단결시켜주니 ‘미필적 종북’ 아닌가.



김상근 6.15 남측위 상임대표

김상근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민간의 역할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 보자.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 민간교류가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으니 가장 어려운 때에 6.15남측위 상임대표를 맡고 계신 듯하다. 예전처럼 남북 민간교류가 활발했을 때는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될 때 ‘안전핀’ 역할을 했다. 지금은 그런 면이 안타깝다.

이명박 정부 초기만 해도 북을 왕래했다. 지금 내가 인터뷰에서 하고 있는 얘기를 북에도 한다. 물론 북의 반응이 좋지 않지만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 그 사람들도 판단이 있는데, 서로 얘기하고 생각 안 해보겠나. 그런데 이게 왜 남쪽 정부에 피해가 간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민간교류를 일체 다 끊었다. 나는 지난 3년 8개월 동안 남북 교류가 완전히 단절된 것이 우리 역사를 위해 참으로 불행한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무식하고 비전이 없는 대통령이 있었다는 것이 저주도 이런 저주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관성이 지금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나간 어두웠던 5년 동안 그것을 즐겼던 사람들을 제외하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도 그렇게 가게 될 것이다. 제대로 가는 길은 다른 것이 아니다. 비전과 신념이 있으면 된다.

미국이 지금 한반도 비핵화보다 확산금지 쪽으로 가는 것 아니냐. 그러면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 대화가 없는 동안 확산이 된다. 미국이 선 비확산, 후 비핵화로 가자고 하지 않을까. 알다시피 6자회담은 비핵화다. 그 틀에서 확산을 막진 못 한다. 비확산은 북.미 간 이슈다. 그렇다면 우리가 빨리 북미회담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서 확산을 먼저 막고 비핵화를 얘기하는 게 이제 순서다. 

이명박 정부 전까지만 해도 6자회담, 비핵화가 먼저였다. 이명박 정부 지나면서 이렇게 됐지 않나.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에 퍼줘서 이렇게 됐다?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 때는 비핵화가 먼저였다. 이명박 정부 지나면서 비핵화는 없어지고 비확산으로 가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보면 답답할 노릇이다.



끝으로 남기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



이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임기가 며칠이면 끝난다. 4년 간 상임대표를 맡아서 이명박과 같이 임기가 끝난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가치의 실현은 자기 헌신에서 온다. 자기 헌신을 접으면 가치는 무너진다. 그런 위기감을 지금 갖고 있다. 조건이 좋을 때는 가치의 실현을 위해 자기 헌신을 안 해도 가치가 발전하지만, 조건이 나쁘면 자기 헌신을 안 하면 가치가 무너진다. 이는 인류의 불행이며 국가의 불행, 민족의 불행이다. 

국민들께서 좋은 가치면 이를 위해 자기 헌신을 해 달라. 특히 운동가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조건이 좋을 때 하는 운동, 그것도 소중하지만 조건이 나쁠 때 자신을 던지는 운동이 더 값진 것이다. 그래서 운동가다. 이런 부탁의 말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