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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북한의 핵전략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하냐 유지하냐가 관건
2009년 02월 03일 (화) 17:49:03 이계환 기자 khlee@tongilnews.com

북한의 핵전략은 핵포기전략

북한의 핵전략은 무엇인가?

북한의 핵전략 속에는 한반도비핵화문제를 비롯해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문제, 핵군축문제 등 큼직한 사안들이 서로 얽혀 있다.

북한은 2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대답(이하 <2.2총참모부대답>)과 지난 1월 13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이하 <1.13외무성담화>)를 통해 미국과 남측을 향해 자신의 핵전략을 명확히 밝혔다.

물론 전자는 남측을 겨냥하고, 후자는 미국을 향한 입장 표명이지만 모두가 북한의 핵전략을 밝혔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이외에도 북한은 지난 1월 17일 외무성 대변인 대답(이하 <1.17외무성대답>)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문제와 핵문제는 철두철미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한 바 있다.

최근 북한이 밝힌 이 세 가지 입장표명을 근거로 해서 북한의 핵전략을 살펴보자.

북한의 ‘핵전략’은 정확히 말해 ‘핵포기전략’이다. 북한은 일관되게 핵포기정책을 이야기해 왔지 핵유지정책을 주장한 적은 없다.

지난 2005년 2월 10일 ‘핵보유 및 증산 선언’과 2006년 10월 9일 지하핵실험을 했을 때에도 북한은 이같은 행동이 미국의 대북 고립압살정책에 맞선 자위책이었다고 밝힌 만큼, 이들 핵보유선언과 핵실험도 핵유지정책이 아닌 핵포기정책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이른바 ‘북핵문제(한반도핵문제)’ 발생의 원인

북한의 핵포기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북한이 왜 핵을 보유하게 되었는지, 즉 핵보유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른바 ‘북핵문제(한반도핵문제)’는 어떻게 발생했는가? 북한은 ‘북핵문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한마디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그로 인한 핵위협’ 때문이라고 규정한다.

북한은 <1.13외무성담화>에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그로 인한 핵위협 때문에 조선반도핵문제가 산생되었지 핵문제 때문에 적대관계가 생겨난 것이 아니다”면서 따라서 북한이 한반도를 비핵화하려는 것은 “무엇보다도 지난 반세기 동안 지속되어온 우리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며 한반도핵문제의 원인과 한반도비핵화의 이유를 명확히 밝혔다.

이어 <1.17외무성대답>에서는 “우리가 핵무기를 만들게 된 것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나 경제지원 같은 것을 바라서가 아니라 미국의 핵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북한은 <2.2총참모부대답>에서 “역사는 이 땅에 핵문제를 산생시키고 그 해결에 인위적인 장애를 조성하는 주범이 다름아닌 미국이며 그에 맹종하여온 이명박 역적패당과 같은 남조선괴뢰들이라는 것을 확증하여 주고 있다”며 미국과 남측을 동시에 겨냥했다.

그렇다면 ‘북핵문제’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에 따라 생겨난 것인 만큼, 북한의 핵포기정책 역시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유지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할 경우

먼저,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할 경우다. 여기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의 요체는 미국의 대북 핵위협이다.

즉, 미국이 대북 핵위협 등 일련의 적대시정책을 포기할 경우 북한은 미국과 한반도비핵화로 들어간다. 한반도비핵화의 해법은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 잘 나와 있다.

북한은 <1.13외무성담화>에서 “(6자)회담 참가국들 사이의 자주권 존중과 관계정상화를 통하여 단계별로 조선반도를 비핵화하는 것, 이것이 (9.19)공동성명의 골자”라면서 “6자는 조선반도의 북반부가 아니라 전 조선반도를 비핵화하기로 합의하였으며 이를 위해 미국은 우리와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핵불사용 담보를 하며 남조선에 핵무기가 없도록 한다는 것 등을 공약하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북한은 <2.2총참모부대답>에서 보다 상세히 밝혔다.

<2.2총참모부대답>은 “조선반도의 비핵화가 결코 우리의 핵무기 제거를 위한 ‘북핵폐기’가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명심해야 한다”면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어디까지나 남조선에서의 핵무기 생산과 반입, 그 배비와 이용, 남조선과 그 주변지역에서 우리에게 가해지고 있는 모든 핵위협에 대한 근원적인 청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조선반도 전역에 대한 비핵화”라며 ‘한반도비핵지대화’를 강조했다.

즉, 남측에 있는 미국의 대북 핵위협인 ‘남핵폐기’가 이뤄져야 동시에 ‘북핵폐기’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반도비핵화 과정에서는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문제와 △검증문제가 반드시 발생한다.

우선, 북한은 ‘한반도비핵화와 북미관계정상화와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북한은 <1.13외무성담화>에서 “우리가 9.19공동성명에 동의한 것은 비핵화를 통한 관계개선이 아니라 바로 관계정상화를 통한 비핵화라는 원칙적 입장에서 출발한 것”이라면서 “우리가 핵무기를 먼저 내놓아야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은 거꾸로 된 논리이며 9.19공동성명의 정신에 대한 왜곡”이라고 밝혔다.

일종의 ‘선(先) 관계정상화, 후(後) 비핵화’라는 것이다.

또한 북한은 <1.17외무성대답>에서 “최근 미행정부 안에서 ‘조선이 먼저 핵을 포기해야 관계정상화가 될 수 있다’, ‘관계정상화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핵포기 전에는 불가능하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것은 관계정상화를 마치 우리에게 주는 선사품인 것처럼 여기는 미국의 대국주의적 근성의 발로이며 조선반도핵문제의 본질에 대한 왜곡”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즉, 미국이 북미관계정상화를 북한 핵포기의 댓가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1.17외무성대답>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가 없이는 살아갈 수 있어도 핵억제력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조선반도의 현실”이라면서 그 예로 “우리는 미국과의 관계정상화가 없이도 수십년을 살아왔으며 지금도 끄떡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계정상화문제와 핵문제는 철두철미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어, 북한은 ‘한반도비핵화의 검증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북한은 <1.13외무성담화>에서 “(9.19)공동성명에 명시되어 있는 바와 같이 전 조선반도비핵화는 철저히 검증가능하게 실현되어야 한다”면서 “미국 핵무기의 남조선 반입과 배비, 철수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 자유로운 현장접근이 담보되고 핵무기가 재반입되거나 통과하지 않는가를 정상적으로 사찰할 수 있는 검증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13외무성담화>는 계속해서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비핵화가 최종적으로 실현되는 단계에 가서 조선반도 전체에 대한 검증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혀, 이같은 한반도비핵화 검증과정에서 ‘행동 대 행동’ 원칙이 시종일관 적용될 것임을 명확히 했다.

더 나아가 북한은 <2.2총참모부대답>에서 “남조선에 핵무기가 없고 우리에 대한 핵위협이 청산된 것이 사실이라면 남조선 전역에 대한 핵검증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미국과 남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처럼 북한은 핵포기에 따른 한반도비핵화 과정에서 발생될 소지가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안전장치를 미리 설치해 놓고 있다.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유지할 경우

다음으로,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유지할 경우다. 이 경우는 비교적 명확하다. 북한은 단호히 핵군축이라고 답한다.

북한은 <1.13외무성담화>에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핵위협의 근원적인 청산이 없이는 100년이 가도 우리가 핵무기를 먼저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적대관계를 그대로 두고 핵문제를 풀려면 모든 핵보유국들이 모여 앉아 동시에 핵군축을 실현하는 길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1.17외무성대답>에서도 “조선반도핵문제는 본질에 있어서 ‘미국 핵무기 대 우리 핵무기문제’”라면서 “설사 조미관계가 외교적으로 정상화된다고 하여도 미국의 핵위협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한 우리의 핵보유 지위는 추호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2총참모부대답>에서도 “적대관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현 조건에서 핵무기를 철폐하는 유일한 방도가 핵무기를 보유한 당사자들이 동시에 핵군축을 실현하는 길밖에 없다”며 “전쟁도 평화도 아닌 현 정전상태의 종식을 외면하면서 집요하게 추진하는 반공화국 적대시정책이 언제 핵전쟁으로 이어질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오늘 교전상대방의 핵무기를 일방적으로 제거하려는 것이야말로 파렴치의 극치”라며, 적대관계가 유지되는 가운데에서도 있을 수 있는 상대편의 북핵폐기 요구에 극도의 경계감을 나타냈다.

이렇듯,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하냐 아니면 유지하냐에 맞춰 핵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여하에 따른 ‘맞춤형 전략’인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핵협상에서 한반도비핵화로 가든 아니면 핵군축을 하든 어느 쪽이든 간에, 그것이 핵을 유지하거나 확산시키겠다는 뜻이 아닌 이상 북한의 핵전략이 핵포기전략인 것만은 틀리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