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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변화 전제 ‘상호주의’ …공영 아닌 체제위협 인식
 이용욱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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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북한 왜 반발하나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핵심인 ‘비핵·개방·3000’의 골자는 간명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서면 남한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펼쳐, 10년 안에 북한주민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가 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양보와 변화를 전제로 지원 등을 내건 것이어서 ‘엄격한 상호주의’로 평가된다. 정부·여당은 “단계적으로 북한의 경제개방을 도와 남과 북이 다 함께 상생하고 공영하자는 정책”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이 정책에 집착했다. 지난해 8월에는 통일부가 △북핵 시설 불능화 완료 △북한의 핵폐기 이행 △북핵 폐기 완료 등으로 이어지는 3단계 이행방안도 공개했다. 1단계인 불능화가 완료되면 ‘남북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고위급 회의’ 등을 설치해 남북경협의 활성화, 남북교역 자유화 등을 추진하고, 2단계(핵폐기)가 이행되면 경제·교육·재정·인프라·생활향상 등 5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3단계에선 5대 프로젝트 본격가동을 위해 400억달러의 국제협력자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비핵·개방·3000’ 정책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 내정자,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남성욱 국가전략안보연구소장, 서재진 통일연구원장, 남주홍 경기대 교수 등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외교안보 브레인 역할을 했던 인사들의 손을 거쳐서 탄생했다. ‘비핵·개방·3000’ 정책의 입안자들이 현재 대북정책의 주요 포스트를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서재진 원장은 지난해 2월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와의 간담회에서 “비핵·개방·3000은 웬 떡이냐 싶을 정도의 인센티브”라며 “북한도 이 구상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측은 ‘전쟁 선언’ ‘반통일 선언’이라며 지속적으로 반발해 왔다.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북측에 정치적 주권침해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핵 포기는 북·미관계 정상화 등과 함께 논의돼 왔지만, ‘비핵·개방·3000’은 이런 언급 없이 비핵화만 선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면서 “북으로선 체제전복을 꾀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욱기자 woo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