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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택, 비핵.개방.3000 '불도저'
"대화, 진정성..." MB 대북기조 되풀이, 강경파 의식 '말 바꾸기'
2009년 02월 09일 (월) 22:36:22 박현범 기자 cooldog893@tongilnews.com
   
▲ 9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야권과 시민사회계로부터 강한 사퇴압력을 받아 온 현인택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이 입안한 '비핵.개방.3000' 구상에 대한 확신을 나타냈다.

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 조치에 대해선 현 정부의 종전 입장인 '진정성 있는 대화 제의'만을 되풀이 하는 한편, 학자로서 가져온 종전의 대북강경 입장들에 대해선 '오해'라며 에둘러 넘어가거나 번복해 통일부 수장으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았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당초 이날 인사청문회를 끝내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려고 했지만, "통일부 장관에 부적합하다"는 민주당의 반발로 연기하고 내일(10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소집해서 다시 논의키로 했다.

◇ 비핵.개방.3000 확신 =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야권은 물론 여권 일부에서 가장 문제시 된 것은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요체로 여겨지고 있는 '비핵.개방.3000' 구상이었다. 북한은 물론 남측에서도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는 이 구상의 입안자가 통일부 장관 자리에 앉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현 후보자는 '비핵.개방.3000' 구상 입안을 자신이 주도했다고 밝히는 등 이 구상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참여정부서 외교부 장관을 역임한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개혁이나 개방은 주체가 적극적으로 하도록 유도하고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지 외부에서 하라고 해서 안 되는 것이 국제질서에서 입증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서면답변에서 비핵.개방.3000은 6자회담에서의 9.9공동성명과 2.13합의의 연장선에 있다고 했다"면서 "9.19, 2.13 어디에도 북한 보고 개방하라는 얘기는 없다"고 지적하고, '비핵.개방.3000' 대신 '비핵.관계정상화.경제협력'으로 명칭을 수정할 것을 제의했다.

이에 현 후보자는 "(비핵.개방.3000에서)개방이라는 말을 할 때 북한이 알아서 개방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체제 개방을 억지로, 아니 체제 개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개방을 억지로 하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현 후보자는 박선영 선진과창조의모임 의원이 "현 후보자는 DJ를 비판하면서, IMF 상황에서 경제적 유인책을 쓰는 햇볕정책을 쓰는 게 타당하냐고 했는데,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에서 비핵.개방.3000을 똑같이 적용한다면 어떤가?"라고 꼬집자 "남북문제를 진정으로 풀기를 원한다면 어느 정도의 희생비용이 불가피 하게 들어갈 수 있기에, 다만 목적과 수단이 서로 일치가 되어야 한다"고 이중잣대를 대며 비핵.개방.3000 구상을 옹호했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도 "북한에서 가장 위중한 게 체제보장이고, 이를 유지할 것이 핵과 폐쇄성인데 비핵.개방.3000은 차 떼고 포 떼라는 얘기"라며 '비현실성'을 지적하자 "그것은 개방을 잘못 오해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는데 이것을 북한의 체제를 변화시키려고 하는 강압적 개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거듭 항변했다.

현 후보자는 이밖에도 "비핵.개방.3000은 유연한 대북정책", "비핵.개방.3000은 포용정책" 등등의 표현을 써가며 이 구상을 수정 또는 폐기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확인했다.

   
▲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현 후보자의 논문 자기표절 의혹을 자료를 제시하며 따지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남북관계 경색 타개 방안 없이 '대화제안' 되풀이 = 이날 현 후보자가 밝힌 대북정책에 대한 전체적 구상과 방향은 '의연하게 기다리겠다'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그대로였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구상을 묻는 질문에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와야 하고, 이를 위해 대화의 진정성을 전달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6.15, 10.4선언에 대한 입장도 "남북이 만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정부의 종전 입장을 그대로 옮겼다.

현 후보자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내정자가 만약 현 정부가 하는 것을 그대로 하면 'Ministry of Unification(통일부)'이 아니라 'Ministry of Waiting(기다리는 부)'이 된다"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대화의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합의정신을 어떻게 할 것이냐, 모호한 형용사만 나열이 됐고, 구체적 정책대안이 제시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같은 당 홍정욱 의원도 "전임 장관과 똑같이 말하면서 일 년 내내 기다리겠다고 하시고 역사에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물러났다"고 우려했다.

홍 의원은 나아가 "계속해서 진정성을 말씀하고 계시는 데 여러 논문을 통해서 북한에 대한 입장, 군사제재 가능성을 언급한 분이 실용정부에 적합한 분인가? 2년차를 맞아 날아올라야 할 시기에 족쇄가 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종전 입장서 말 바꾸기? = 현 후보자는 대북 강경론자라는 여론을 의식한 듯 학자시절 가졌던 입장을 에둘러 넘어가거나 번복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홍정욱 의원은 현 후보자가 자신이 쓴 논문 '한반도평화의 군사안보'에 "한반도의 장래를 생각할 때 영구적이고 탄탄한 평화의 도래는 같은 체제를 가진 두 국가가 태어나는 것이다. 그것이 반드시 통일된 한반도가 아니어도 별로 상관은 없다"고 기술된 것에 대해 "민주평화이론을 설명하는 가운데 나온 말"이라고 해명하자, "결론부에서 분명히 '상기방안은 이루기 힘들지만 가장 이상적 사안'이라고 주관적 입장을 표명했지 않냐"고 따졌다.

홍 의원은 "오늘 보니까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된 이후에 견해가 많이 바뀐 것 같다"며 "얼버무리는 해명하지 말고, 당당한 소신을 밝히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민주당 문학진 의원이 "2007년 <조선일보> 칼럼에 '유화정책의 강도를 높이면 북한으로 하여금 허망한 희망을 갖게 해서 핵문제 해결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썼다. 대북정책을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는 뜻인가?"라고 질문하자 "그런 뜻은 아니다. 포용정책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으로 기억을 한다"고 해명했다.

이날 인수위 시절 외교통일국방 분과위에서 '통일부 폐지론'을 논의했다는 정황이 담긴 자료가 밝혀진 점도 '분과위에서 폐지론을 논의한 적이 없다'는 종전 현 후보자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점이다.

현안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두루뭉술함을 탓하는 목소리가 7시간 동안 진행된 인사청문회 내내 튀어나오기도 했다.

한나라당 진영 의원은 현 후보자가 2007년 총리회담 합의서의 국회 비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하자 "후보자 때 안 되면 장관이 되서 더 안 된다. 확실히 얘기를 해야 한다. 없는 것처럼 가면 아무것도 이뤄지는 게 없다"고 말했다.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도 "두루뭉술하니까 소신이 없는 학자다, 대통령의 의지를 이행할 수 있을까 전부 걱정을 하는 것"이라고 핀잔을 놨다.

◇ 의혹 밝혀져도 사퇴불가? = 현 후보자는 "각종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사퇴하겠냐?"는 박선숙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정말로 따가운 충고와 조언으로 받아들이면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해, 통일부 장관으로서의 의욕을 내비치기도 했다.

편법증여 의혹과 관련해선 "제 부친이 올해 89세로 도저히 회사를 운영할 수 없기에, 회사를 매각해야 하는데 타인에게 팔면 같이 일해 왔던 직원들이 갈 곳이 없어진다"며 "그래서 제가 사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선숙 의원은 세법 44조 2항을 언급 "세법상 3년 이내에 후보자와 후보자의 동생, 후보자의 어머니도 이 땅을 살 수가 없다"며 "샀으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후보자는 자녀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선 "제 아이를 중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편의상 주소를 한 50일간 옮긴 것"이라며 "유권해석을 받아보니까, 위장전입의 경우 재산상의 이익을 얻는 게 목적이어야 하는데 그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고구려사 폄하 논란과 관련해서도 "저는 고구려사에 대단한 긍지를 갖고 있다. 민족의 위대한 유산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진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