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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고문회의' 새 고문 이상우 "시간은 우리 편"
'기다리는 것도 전략' MB 코드... '보수고문회의' 일단 드러나
2009년 02월 03일 (화) 21:39:25 박현범 기자 cooldog893@tongilnews.com

"시간은 우리 편이다. 우리가 내부에서 남남갈등을 극복해서 국민을 잘 설득하고 기다린다면 우리가 이긴다."

   
▲ 대통령자문기구인 '통일고문회의' 고문단으로 새로 위촉된 이상우 신 아시아연구소장(전 한림대 총장).[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에 대한 대통령자문기구인 '통일고문회의' 고문단으로 3일 새로 위촉된 이상우 신아시아연구소장(전 한림대 총장)이 "실제 핵무기 사용이 가능한 것은 한국이기 때문에 북한이 자살할 것이 아니라면, 우리 서울에 핵폭탄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한 말이다.

이는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관계 인식과 맞닿아 있다. 보수인사로 대거 교체돼 '코드인사' 논란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이는 통일고문회의 고문단 성격의 일단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날 오후 4시 서울 소재 한 호텔에서 '세계질서 재편과 남북관계'를 주제로 진행된 '2009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연찬회'에서 '미 오바마 행정부 출범과 남북관계'를 주제로 발제한 이 소장은 남북, 한.미관계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이 소장은 먼저 북한에 대해 "(북한은) 한국 정부는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지 공존을 협의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다"며 "북한은 한국 사회내의 동조자를(친북세력) 앞세워 한국 사회에 친북 정권을 창출해 한국을 북한 체제에 통합하려는 통일 정책을 펴고 있으며 힘의 우위에서 한국을 다루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여 보유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의 이 같은 대북인식은 이 대통령이 지난해 재향군인회 회장단.임원 오찬간담회에서 한 '좌파청산' 발언("막연하게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들을 솎아내 국가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청와대 관계자)과도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이 소장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올해를 "20년간 지속되어 온 미국 지배의 단극 질서에서 강대국간의 세력균형체제라는 새로운 질서, 즉 탈냉전체제(Post-Cold War System)에서 이라크전 이후 체제(Post Iraq War System)로 전화되는 시점"으로 규정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는 미국이 세계 질서를 단독으로 관리하고 개혁해 나갈 힘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며 "따라서 미국은 EU, 중국, 일본, 인도, 러시아 등과 협력을 해나가는 다자적 관리체제를 창출해야 한다. 미국은 독자적 지배를 할 수 있는 초강대국의 지위에서 내려앉는다 하더라도 아직은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미국은 새 체제 속에서도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스마르크가 여러 개의 의사동맹(pseudo alliance)을 만들어 이 동맹간의 균형 조작으로 안전을 확보했던 이른바 '비스마르크형 세력균형체제'와 같은 체제를 만들려는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이 소장은 이 같은 배경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핵문제는 6자회담 틀 속에서 해결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6자회담으로 북핵제거라는 목적 달성이 어려우리라 생각하면서도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이 한 틀 안에서 협력할 수 있는 이 체제 자체가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핵을 제거하기 위해 군사적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소장은 한.미관계와 관련해선 "냉전시대처럼 한국이 어떤 행위를 해도 미국이 이를 탓하지 않고 무조건 한국을 옹호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미국은 한국이 건강한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유지하고 미국이 추구하는 단일 세계 민주공동체 구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이념을 공유하는 동맹국'임을 인정하게 되면 한국을 더 중시하고 대북정책에서도 한국의 의사를 존중하려 할 것이나 그렇지 않게 되면 한국 지원 수준을 낮출 수도 있는 유연성을 가지려 할 것"이라고 미국과의 '가치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소장은 최근 방미일정 중 만난 미측 인사들에게 "앞으로 한미관계 개선에서 제일 좋은 방법이 뭐냐"고 묻자 "4월경 한.미정상회담이 있을 것 같다. 그 때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를 미국이 얘기하기 전에 한국이 알아서, 한 발 앞서서 얘기해 줄 수 없냐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전 두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인사로는 유일하게 새로 위촉된 '통일고문회의' 고문단에 남은 박재규 경남대.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이 사회를 맡고, 전직 통일외교안보 관련 장.차관, 북한 관련 학계 인사 등 30여명이 자리한 연찬회에선 현 정부의 '방관적 태도'와 흡사한 이 소장의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인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 이날 '통일고문회의'에서 해촉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북한대학원대학교 연찬회에서 이 소장의 발제를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포문은 공교롭게도 이날 '통일고문회의'에서 해촉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열었다. 정 전 장관은 "시간은 우리 편이란 말에 동감한다. 그런데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판단할 때의 전제가 되는 것은 북한 붕괴, 굴복, 개방개혁 등의 경우일 때"라며 "어떤 전제에 서느냐에 따라서 시간을 관리할 필요가 있고, 아무것도 안 하고 무턱대고 기다릴 수도 없는데... 현 정부는 어떤 판단이라고 보냐?"고 물었다.

이에 이 소장은 "개방개혁"이라고 답하면서 "언젠가는 (개방개혁으로) 가야 할 텐데 결정시기가 다가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주선 민주당 의원은 좀 더 어조를 높였다. 박 의원은 "이 상태로 간다면 북한이 붕괴됐을 때 엄청난 문제점이 있고, 남북이 상생할 수 있는 경제적 측면, 안보적 측면까지 기회를 상실하는 문제"와 "기다리기만 한다면 세상을 떠나는 이산가족 문제와 화해협력보다 국방비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기다리는 것도 전략",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이 대통령과 이 소장의 발언을 싸잡아 비판했다.

정태익 전 주러시아대사도 "기다리기에는 우리가 너무 여유가 없는 것 같다"며 "경제살리기를 하는 차원에서 남북관계의 악화는 큰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다리는 것도 전략", "시간은 우리 편" 발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자 이 소장은 "1년 정도는 그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으로 제안해 놓고 합의를 기다려 보겠다는 것이지 무제한 (기다리자는 것이) 가자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전직 통일외교안보 관련 장.차관, 북한 관련 학계 인사 등 30여명이 자리한 연찬회에선 현 정부의 '방관적 태도'와 흡사한 이 소장의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인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이상우 소장을 비롯해 한승주 전 외무장관, 유세희 한양대 명예교수, 김진현 전 <문화일보> 사장, 김학준 <동아일보> 회장, 장대환 한국신문협회 회장(<매일경제> 회장), 이경숙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대통령 사돈) 등 보수성향의 인사들을 대거 포함된 총 30명의 '통일고문회의' 고문단으로 새로 위촉했다.

반면, 백낙청 6.15남측위 상임대표,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한승헌 전 감사원장, 임동원.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인 기존 인사들을 대부분 해촉해 '통일고문회의'가 균형 잡힌 시각으로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에 대한 대통령 자문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