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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사과와 한반도 평화 구상 부재
이 대통령 천안함 담화, 남북관계 여지 남겨
2010년 05월 24일 (월) 11:08:00 김치관 기자 http://onecorea615.cafe24.com/xe/tongilnews/mailto.html?mail=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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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동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24일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해상교통로 폐쇄와 남북 교역과 교류 중단 등 사실상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는 등 여지를 남겨 주목된다.

먼저 이날 담화 발표 장소는 당초 평택 2함대 사령부가 검토됐지만 전쟁기념관으로 최종 결정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 책임을 추구, 응징 하겠지만 별개로 한반도 남북 미래에 대해서도 희망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서 ‘평화에 대한 의지’도 담을 수 있는 전쟁영웅 흉상이 있는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담화문 첫머리에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밝힌 대목에 대해 이 관계자는 “‘패러다임 시프트(인식체계의 전환)’를 많이 쓰지만 이제는 진짜로 천안함 이전과 이후로 한반도가 달라져야 한다. 그것은 북도 변화해야 하고 우리도 대응에 있어서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상징한 것이다”고 설명하고 이 대통령이 직접 이 문구를 넣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먼저 천안함 침몰 사건을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군사도발’로 명확히 규정하고 “이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어떤 나라도, 천안함 사태가 북한에 의해 자행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또 북한이었다”는 심경도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예상대로 “<남북해운합의서>에 의해 허용된 우리 해역의 어떠한 해상교통로도 이용할 수 없”다는 점과 “남.북간 교역과 교류도 중단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초 예상했던 제주해협 봉쇄뿐만 아니라 우리 해역의 모든 해상교통로를 봉쇄하는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한 셈이다. 그러나 북한 영유아에 대한 지원과 개성공단은 당장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혀 남북관계의 여지를 남겼다.

영유아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제외시킨 것은 이 대통령의 뜻이 직접 반영된 것이며,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은 계속하겠다는 취지”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일단 축소 운영하는 것으로 가닥 잡았고 다음 상황은 2단계로 검토하겠다로 이해해달라”며, 외국들이 ‘한반도 리스크’를 주목하고 있는 점도 감안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앞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적극적 억제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적극적 억제 원칙'을 ‘3가지 포인트’로 해석했다.

“첫째 개념은 북한 추가도발 및 대남위협 행위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안보대비태세를 구축한다. 두 번째는 북한 우리 영해영공영토 침범할 때 즉각 자위권 발동하겠다. 세 번째는 향후 남북경협 및 대북지원은 남북간 정치군사적 신뢰구축과 연계해서 고려하겠다는 개념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위권 발동에 대해서는 “자위권 전문가들이나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 개념 확립돼 있다”며 “군사적 위협의 격퇴뿐 아니고 침해 제거를 위한 필요한 행위까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일본의 자위권 개념을 많이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의 영해, 영공, 영토를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다소 추상적으로 표현해 당장 군사적 대응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초 대국민 담화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대북 공세를 취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최종 담화문에는 “북한 정권도 이제 변해야 한다”며 ‘북한 정권’으로 표기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단순히 개인을 거명하는 것보다는 개념 속에 김정일 위원장 그리고 아들, 군부 총칭해서 촉구한다는 의미로서는 북한정권이라는 표현이 훨씬 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의 이름이 마지막 조율 과정에서 빠진 것은 담화문의 수위를 전체적으로 낮춘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신 이 대통령은 북한이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거나 "여전히 대남적화통일의 헛된 꿈에 사로잡혀 협박과 테러를 자행하고 분열과 갈등을 끊임없이 조장하고 있다"며 "같은 민족으로서 참으로 세계 앞에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도 높게 북을 성토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담화를 통해 해상교통로 봉쇄와 남북 교류.교역 단절을 선언했지만 영유아 지원과 개성공단 유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거명 자제와 즉각적 군사적 대응조치 불포함으로 당장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집단과 대치하고 있다는 현실을 잊고 있었다"며 "우리 군도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책임자 문책을 거론하지 않았고, 유족과 국민들에 대한 사과는 일체 없었다.  

다만 안보태세 강화와 군기강 재확립, 군 개혁 가속화, 군 전력 획기적 강화, 한미연합방위태세 공고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 구축이라는 비전은 아예 빠진 셈이다.

이날 대통령의 담화 발표에 이어 국방.통일.외교 장관의 합동 기자회견에서 보다 구체적인 대북 조치들이 발표될 예정이며, '조사단(검열단) 파견'을 제의해온 북측의 반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