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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뒤처지지 않았다?"
정부 고위당국자들의 이상한 변명
2009년 11월 30일 (월) 16:53:33 정명진 기자 http://onecorea615.cafe24.com/xe/tongilnews/mailto.html?mail=mjjung@tongilnews.com
날은 갈수록 추워지고 있지만 올 한해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 정세는 조금씩 풀리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12월 초 출범 후 처음으로 북한과 공식 양자대화에 나선다. 집권한 지 얼마 안 된 하토야마 일본 총리도 방북을 위한 물밑접촉이 한창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 10월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 이후 북한과의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유독 남북관계만 11월말 초겨울이다. 지난 8월-9월 현정은 회장의 방북, 북한 특사조문단의 방남, 이산가족 상봉으로 뜨거웠던 늦여름을 보낸 남북관계는 서해교전, 당국간 회담 불발 등으로 얼어붙고 있다.

수개월 동안 일방적인 '러브콜'을 보냈던 북한도 인도적 식량 지원과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에 대한 남한의 '성의 없는' 응답에 삐친 듯 최근 남한 당국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서서히 높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조금씩 양보하는 듯 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북한이 공식적으로 당국간 회담을 제의하면 수용하겠다', '정상회담이라면 장소가 한국이 아니어도 좋다'는 발언 뒤에 '금강산 관광이 유엔 안보리 제재가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 일부분 걸려 있다', '정상회담도 북핵포기가 선결조건'라는 말이 따라 나온다. 여전히 '기다리면 북한이 무릎 꿇고 나올 것'이라는 고압적 자세를 버리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이러한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이상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세간의 평가만큼 남북관계가 뒤처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을 보면 정부 내에서 이런 식을 입을 맞추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5일 "지금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스탠스가 너무 강하지 않느냐는 인식이 들 수 있지만 남북간에는 그런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측면에서는 대화를 잘하고 있는 것도 동시에 있다"고 강조했다. 29일 또 다른 부처의 정부 고위당국자도 "남북관계가 미.북관계에 비해 뒤졌다거나 심지어 일.북관계보다도 못하다, 한반도 문제에서 뒤처졌다, 소외됐다고 하는데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개성공단 발전을 위해 해외공단 남북합동시찰을 합의했고 그동안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간 막후접촉 등이 수차례 있었으며, "그렇게 박하게 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북간 막후접촉에서 남측이 정상회담 문제에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면서 틀어졌다는 후문이 보여주듯 남북간 접촉을 여러 차례 했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꼭 잘 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해외공단 남북합동시찰 역시도 남측이 요구한 것을 북한이 수용한 것이며, 북측이 요구한 기숙사 건설과 출퇴근 도로 건설에 대한 남측의 확답은 아직 없다.

정부는 또 개성공단을 내에 탁아소도 짓고 있고 군 통신선 현대화를 위한 작업도 한창이라고 강조한다. 이것 가지고 남북관계를 논하기는 초라하다. 겨울이 오기 전 월동준비에 불과해 보인다.

고위당국자까지 나서서 변명을 하는 상황을 뒤집어 보면 이명박 정부가 최근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을 그만큼 의식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반도 주변국의 상황도 부담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남북관계가 뒤처지지 않았다'고 외친들 실제 상황이 그렇게 변하지는 않는다.

한반도 주위에서는 봄 기운이 도는데 남쪽만 겨울을 맞고 있다. 지금은 필요한 것은 말뿐인 변명이 아니라 이러한 이상기후를 막을 변화된 태도와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