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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가능성 있나?

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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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안함사건 관련 유엔안보리의 의장성명이 발표된 이후 6자회담 당사자국들 사이에서 회담 재개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북한은 안보리 의장성명 직후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머지 않아 6자회담 재개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천안함을 둘러싼 주요국들의 '출구전략'이 대략 6자회담으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문제는 한국정부의 '출구전략'이다. 미국과 중국, 북한 등 천안함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주요국들이 6자회담 국면으로 이행하게 되면, '선 천안함 후 6자회담'을 주장해온 이명박 정부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의 주요 내용이 "직접 대화와 협상을 가급적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 것을 권장"하는 것이었음에도, 한국 정부는 천안함이 북의 공격으로 인한 것이라는 결론을 바꾸지 않았다. 따라서 북한으로부터의 사과를 받지 않고는 6자회담 국면으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이 또다른 출구전략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3~8일 평양을 방문했던 미국 조지아대학의 북한문제 전문가 박한식 교수는 북한으로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가 가해지지 않고, 장관급 회담 등 준비과정을 거치면 남북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5월 25일 남북간의 교류협력을 전면차단한 남측의 5.24조치에 대응해 '이명박 정부의 임기기간 일체의 당국간 대화와 접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이에 비추어 본다면 박 교수가 전한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북한의 입장은 상당히 진전된 입장으로 볼 수 있다. 북으로서는 안보리 의장성명이 천안함사건에 대해 남과 북의 입장을 병기하는 큰 외교적 성과를 거둔 셈이어서 이제 출구전략을 찾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정상회담 개최논의를 비롯해 남북관계 개선에 진전된 입장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과 관련해, 최근 북한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집중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대목도 짚어볼 부분이다.

    북측이 현재 대북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현인택 장관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달리 보면 남측 정부의 통일,외교 분야 책임자들을 새로운 인물들로 교체하면 남북간의 대화가 가능하다는 메세지로 읽히는 부분이다.

    'MB네오콘' 교체 없이는 정상회담 가능성 없어

    하지만 현재는 대북정책을 주도해온 인사들의 교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최근 이뤄지고 있는 청와대 및 내각 개편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 유명환 외통부 장관,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등에 대한 교체는 전혀 언급되고 있지 않다.

    작년 10월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이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만나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기본적으로 합의했지만, 이에 제동을 걸어 결렬에 이르게 한 이들이 바로 'MB 네오콘'이라고 불리는 현인택 장관, 김태효 비서관 등이다 .

    이정철 숭실대 정외과 교수는 "이념적 지향성이 확고한 현재의 외교통일 라인 쪽의 인적교체가 없이는 대북정책이 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외교, 통일 라인의 인적교체가 있다면 북한이 이를 남한 정부가 대화에 대한 메세지를 보내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현재는 인적 교체가 있을 가능성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당장의 정상회담은 어렵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홍 위원은 "통일외교라인의 인적교체, 개성공단 정상화, 이상가족 상봉 등의 조치들이 진행되어야 정상회담으로 가는 경로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정철 교수는 "남북간의 정상회담이 가능한가 여부는 결국 대통령의 의지의 문제"라면서 "현재의 외교라인을 교체할 수 있는냐를 잣대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