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1443

정치권發 '대북 쌀지원', MB 수용할까?
한나라당 "지도부, 인도적 차원 기류 강해".. 통일부 엇박자?
2010년 08월 23일 (월) 16:40:44 정명진 기자 mjjung@tongilnews.com

북한의 수해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치권에서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이 앞장서고 야당이 호응하는 형국이다.

22일 밤 열린 당정청 9인 회동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북한의 수해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인도적 차원에서 대북 쌀 지원 재개를 정부에 제안했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정부측에서도 이에 대해 검토해서 답변하겠다고 했다"며 "한나라당은 정부의 답변이 오면 그 뒤에 대북 쌀 지원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환영' 입장을 밝히고 "우리 쌀 농가의 어려움도 해소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세계적 존경을 받을 수 있다"며 "대북 쌀 지원은 북한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말고 조건 없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 보수'이던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도 "대북정책의 상호주의 원칙 하에서도 인도적 식량지원은 예외"라며 "정부는 북한 재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남한의 재고량이 넘치는 쌀의 지원 방안을 강구할 것"을 제안하고 나섰다.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대북 쌀 지원 재개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남북관계 전환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는, 북한의 수해 피해와 남한의 쌀 재고량 증가 등 최근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올해 추수 이후 국내 쌀 재고 규모가 적정 수준의 두 배가 넘는 150여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넘치는 쌀을 남겨 두고 수해가 발생한 북한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국민들의 정서에도 반한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전언이다. 이미 2005년 재고미를 사료용으로 처분하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23일 인사청문회에서 "사료로 활용할 수 있느냐는 부분은 좀 더 신중히 생각하겠다"며 대북 쌀 지원에 대해 "국내 쌀 재고 (해소) 차원의 문제도 있지만, 인도주의적이고 남북 간 화해.협력 측면에서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공식적인 제안 받은 바 없다... 현재로선 검토 안 해"
한나라당 "새 지도부, 인도지원 차원 지원 기류 강하다"


정치권에서 대북 쌀 지원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엇박자 행보를 취하고 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현안 브리핑에서 "쌀 지원 문제를 현재 검토하고 있거나 그런 계획은 현재 갖고 있지 않다"며 5.24 조치 이후 인도적 지원을 원칙적으로 보류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일단 통일부는 당정청 9인 회동에서 안상수 대표의 발언이 대북 쌀 지원 재개에 대한 공식적인 제안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당정청 9인 회동에 통일부 측은 참석하지 않았으며 주로 한나라당과 청와대 고위관계자 사이에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단 청와대 차원의 검토가 선행된 다음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공식적인 제안이 있으면 당정 간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북한 수해 피해뿐만 아니라 '천안함 사건' 이후 대북지원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 등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 쌀 지원 재개'에 대해 한나라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새 지도부는 이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당 내에서 반대하는 분들도 있지만 새 지도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대북 쌀 지원을 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며 "북한에서 홍수도 나고 다음 달 추수를 앞 둔 가운데 동포애적인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북 쌀 지원의 규모나 시기나 방법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인도주의 관점에서 민심의 기류를 반영한 수준에서 언급한 것으로 본다"며 "당 지도부의 면면이나 흐름을 봤을 때 대북정책에 대해 앞으로도 정부보다 유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최근 임명된 임태희 대통령 실장과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 등 대북정책에 다소 온건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인물들이 '3기 내각' 등에 포진하면서 향후 쌀 지원 재개 등 대북정책 유연화로 이어질 수 있을 지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