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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경협, 숨어 있는 그림 많다"
<포럼> 전문가들, 중국의 전략적 목적에 초점
2010년 04월 20일 (화) 21:45:29 고성진 기자 http://onecorea615.cafe24.com/xe/tongilnews/mailto.html?mail=kolong81@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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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에서 평화재단 주최로 '중국이 장길도 개발계획과 북중경협의 향방' 전문가 포럼이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최근 북.중 간에 경제협력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중국이 경제뿐만 아니라 전략적 목적에서 경협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배종렬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위원은 20일 오후, 평화재단이 주최한 포럼에서 중국의 '장길도(장춘-길림-도문, 창지투)' 선도구 개발사업에 대해 "인프라 쪽과 관련된 경제협력사업에는 숨어 있는 그림이 많다"며 "중국이 과연 경제사업적인 목적으로 경협을 추진하고 있는가. 최근 북.중 접경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의심을 살 정책들이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 선임연구위원은 "'요령연해경제벨트'와 '장길도'의 국무원 비준, 온가보(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에 이어 중국 국무원이 '장길도'를 개발 선도구역으로 하는 '중국두만강지역합작개발전망계획요망'을 공개한 것은 2002년부터 본격화된 중국의 동북진흥계획이 한 단계 더 심화됨을 의미한다"며 "2009년 온가보 총리가 북한을 갈 무렵에 두 가지 중요한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만리장성 동단, 단동 호산성으로 확장"

먼저, 중국의 만리장성 동단(東端) 확장 시도를 꼽았다.

배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진나라 장성(만리장성)의 동단을 기존의 산해관에서 단동 호산성으로 당겨버렸다. 1980년대 초반 중국의 고고학적 결과가 불과 20년여 만에 달라졌다"며 "그동안에 북.중 간에 진나라 장성 동단에 대한 서로 간 양해가 되어 있었던 사안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술 더 떠서, 요령성 본계시 박물관에서 연나라 장성의 동단을 북한 영토인 청천강까지 늘렸다"며 "이 흐름을 일개 박물관의 수준으로 볼 수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장길도 개발' 전략적 목표 중, 연변조선족자치주(간도)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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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종렬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위원.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그는 중국이 '분쟁 지역'인 간도 지방의 명칭을 새롭게 바꾸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건강상태와 후계체제 구축이 맞물리면서 이전 후계체제와 비교할 때 북한은 매우 약한 상황"이라며 "이럴 때 중국이 대대적인 인프라 건설을 제의하면서 다른 문제에 손을 대더라. 과거에 중국은 새로 점령한 지역에서는 꼭 문패를 바꿔 달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족 자치주의 경제를 부강하게 만들면 되는 것이지, 왜 연룡도(연길-룡정-도문)라는 이름을 만드나"라며 "연길, 룡정이 사라지고 도문이 사라진다. 이것은 지명을 바꾸고 성씨를 바꾼다는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근 연변조선족자치주(간도)를 연변시로 조정할 의사를 표명한 것은 '장길도 개발'의 전략적 목표 중의 하나가 연변조선족자치주 해체에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런 것들이 우리가 경제 외적인 문제, 심리.문화.역사적인 차원에서 중요한 포인트"라며 "중국 지도부가 역사를 정치적 도구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계속해서 "북한이 아주 약할 때 경제협력 카드로 다른 문제에 대한 양보를 요청했다는 것은 우리가 북.중관계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안병민 "중국 나진항 사용권, 일부분에 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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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중국의 '북한 라진항 사용권' 확보가 실제로 외부에 알려진 경제적 효과와는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토론자로 나와, 중국의 '북한 라진항 사용권'은 경제적 차원에서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며 "중국이 나진항 부두를 다 먹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바로잡았다.

안 연구위원은 "중국의 나진항 진출은 80년 전 일본이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해서 동경에서 나진을 지나 중국 도문을 통해 장춘까지 가는 루트를 80년이 지난 중국이 거꾸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라며 "중국의 나진항 사용권은 3개의 부두 가운데 1호 부두에서 1개 선석에 해당하는 것이고 창리(중국 기업)과 북한이 공동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이 나진 쪽으로 가는 항만과 도로, 교량 공사를 하고 있다는 것은 현대화 신설의 개념이 아니고 긴급 복구 수준"이라며 "전력, 인프라, 철도, 항만 등 제가 본 바에 의하면 중국이 한다는 수준으로 보면 도저히 대량 수송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북.중 경협, 극동 아시아 지역의 군사.안보적 측면에도 연관"

중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 사업에 대해서 극동 아시아 지역의 군사.안보적 측면을 고려해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백성호 동춘항운 회장은 "중국 '장길도' 사업, 두만강유역 사업의 총체적인 발전에 대해 군사적, 안보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중국이 나선 지역을 자기 주도로 개발할 때는 자국(중국) 상선들이 동해에 자유롭게 왕래하고 안정적으로 항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국 군함이 나타날 일도 머지 않았다"고 관측했다.

그는 "특히 동북아 극동지역의 경제나 인구분포를 보면 중국 길림성, 흑룡강성 인구만 해도 대략 6천5백만 명이 거주를 하고 경제 개발을 하는 메인 파워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중국은 장길도 개발계획을 전제로 동진정책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동 러시아 인구는 연해주만 따지면 2백만 명 전후밖에 안 된다. 러시아가 라진의 3호 부두를 자기들이 개발하겠다고 한 것은 중국의 동진정책을 견제하려는 수단"이라고 봤다.

그는 일본의 경우도 대륙 진출을 위해서는 나진항이 주된 통로가 될 것이라며, 이런 군사.안보적 상황을 비추어 볼 때 "핵 문제를 풀어가면서 나선지역을 개발하는 카드를 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북.중 경협 지속, 北급변사태에 중국 개입 명분 많아"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극단적으로 북한 급변사태를 상정해보면, 과연 남한이 북한에 대해서 개입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얼마나 있겠는가"라며 "북한 내부에 남한 지역에서 투자한 것은 없는데 중국은 상대적으로 있다는 상황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한다고 하면 남한보다는 중국이 개입할 명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북한 땅에 자국민의 재산이 있다고 주장하고 개입할 수 있다"며 "우리도 같은 민족이라고 국제사회에 얘기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얼마만큼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는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적인 요인을 제외한 상태에서 경제적인 요인만 놓고 본다면 북한의 입장에서는 남한보다는 중국과 경제협력할 소지가 크다"면서 "남북한은 경제적 격차가 훨씬 커져 버렸지만, 중국과는 상대적으로 격차가 적고, 더욱이 개발할 수 있는 소지들, 기능적인 경제적 보완성은 북.중 간이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북.중 협력의 확대라는 것이 남북경협 입장에서 보면 기회적인 요인과 도전적인 요인이 있다"며 "21세기 글로벌 시대라고 하면 어느 정도의 중국 자본이 (북한에) 들어오는 것은 환영해야 되지만, 우리가 바라는 남북 간 통일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질 때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중국의 장길도 개발계획과 북.중 경협의 향방' 주제로 진행된 포럼에는 배종렬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위원, 윤승현 연변대학교 경제관리학원 교수가 발제를, 양문수 교수와 안병민 연구위원, 백성호 동춘항운 회장이 토론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