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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평양, 외국인 사업.관광객들로 북적>"상류층 달러 풍부, 평화자동차 특수".."류경호텔 유리벽 전시효과 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주로 투숙하는 평양 보통강호텔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국인들로 북적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합영의 평화자동차 관계자는 11일 "보통강 호텔이 지난해 미국, 중국, 아랍, 유럽 사람들로 넘쳐나 수백만달러 규모의 최고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도 외국인들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한달전 민간인 신분으로 미국인 전문가들과 방북했던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이 호텔에 묵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북한 이동통신과 류경호텔에 투자한 "이집트 오라스콤 사람들만 30명이나 현재 보통강 호텔에 장기투숙하면서 8층은 숙소로 7층은 사무실로 쓰고 있어" 이들 덕분에 생선회 같은 식자재가 순식간에 동날 정도라는 것.

   그는 보통강호텔이 평화자동차와 같이 '통일교' 평화그룹에 속해 있어 자신이 이 호텔 상황을 매일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작년 호텔에 설치한 북한 유일의 스크린 골프장에선 영국 대동신용은행 총재 등을 비롯한 외국인 장기 투숙객들이 업무후 한두시간씩 골프 연습을 하기도 한다.

   지난달 말 방북하고 돌아온 등대복지회의 신영순 이사도 "평양 호텔과 비행장 등이 외국인 방문객들로 붐벼 함께 방북중이던 호주와 뉴질랜드 교포들이 일정을 앞당겨 출국하려다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주 시작된 키 리졸브 한미 합동군사연습 기간 외국인 비즈니스 관계자는 이에 상관없이 예정대로 투숙하지만 관광객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평화자동차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난 4일 평양에서 돌아온 대한예수교장로회 남선교회 전국연합회 관계자도 "양각도 호텔에 묵었는데 북한에 선거도 있고 미사일 발사 문제도 있어서인지 지난해 7월 갔을 때보다 외국인이 많지는 않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소년학생궁전 공연도 이전에는 수십명 정도 외국인이 같이 관람했었는데 이번에는 공연장이 '리모델링'중이어서 공연도 소회의실 같은 작은 방에서 했고 외국인도 서너명 밖에 못 봤다"고 말했다.

   평화자동차 관계자는 한편 "남한이 북한에 투자하지 않으니 평양에 달러가 없으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오라스콤의 대북 투자 이후 연쇄효과로 평양에 달러가 넘쳐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1,2월 평화자동차의 자동차 판매가 160대로 예년 대비 5배나 증가했고 작년 전체 판매도 652대로, 전년 대비 116% 증가했다는 것.

   그는 북한에서 평화자동차의 판매가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수입차들과 달리 1년간 애프터서비스를 해주고 부품 공급도 잘 되며, 직영 주유소도 남포와 평양 시내에 있는 데다 평양 광복거리에 판매 전시장도 있는 등 평양 시민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해주는 점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당국도 "공화국 자동차산업 발전 차원에서 국가적으로 장려"해 주고 있다며 "1만달러에 달하는 평화자동차 승용차의 주요 고객은 외교관을 비롯한 외국 대사관 관계자, 기업소 사장, 무역회사 사장, 당 간부들"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28일부터 3월4일까지 평양을 다녀온 안동대마방직의 김정태 회장 역시 "평화자동차의 생산이 부쩍 늘었다"며 "평양 상류층에 자금이 많아 굉장히 잘 팔리고 있는 것 같다"고 평화자동차 관계자의 말을 뒷받침했다.

   등대복지회의 신영순 이사는 "평양에서 한국 차를 이전 만큼 많이 보지 못했는데, 남북관계가 악화되자 남한차가운데 12인승 미만은 다 지방으로 내려 보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고 말하고 북한 당국의 이런 조치 배경엔 "평화자동차 내수를 늘리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해 북한 당국의 자동차산업 육성정책을 엿보게 했다.

   한편 안동대마방직의 김정태 회장은 "한 북한회사 관계자로부터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후 북한 기업들이 당국에 연간 '토지 사용료'를 내고 있어 경영에 좀 부담스럽다는 투의 말을 들었다"며 우리 기업으로 치면 재산세에 해당하는 토지 사용료가 북한 업체에 경영부담이 되는 새로운 현상도 전했다.

   김 회장은 또 평양에선 '수송대'라는 이름의 영업용 택시가 주로 남측 업체들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다며 "과거엔 남측 기업인들에게 북측에서 무료로 차를 제공해줬는데 이제는 차를 하루동안 쓰면 대체로 10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평양 '리모델링'의 일환으로 이집트 오라스콤의 투자를 받아 공사를 재개한 류경호텔의 외벽 유리 붙이기 작업이 전면부는 거의 끝나감에 따라 "이제는 노을이라도 지면 번쩍번쩍 빛나는 게 마치 서울의 63빌딩 같다"고 한 대북 사업 관계자는 전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집무실에서 걸어서 15-20분거리에 있는 류경호텔은 오랫동안 방치돼 있을 때는 평양의 흉물이었지만 "외벽을 유리로만 치장해놓아도 평양시민들이 '장군님 덕'이라고 느끼도록 하는 강성대국 전시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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