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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안보정상회의, 열리긴 열렸는데...

러 "MD확대되면 핵감축협정 파기"...핵감축.비확산은 의제에서 배제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 백악관

    1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직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양자회담을 갖고 있다.ⓒ 백악관



    테러집단의 핵물질 취득 방지, 즉 '핵방호'가 최대 의제인 1차 핵안보정상회의가 미국 워싱턴에서 12일(현지시간) 밤 개막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주재로 이날 저녁 47개국 정상들과 3개 국제기구(UN, EU, IAEA) 수장들이 참석한 만찬에서는 핵테러 위협에 대한 평가와 대응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각국 정상들은 만찬에서 핵물질 방호 등 핵안보 조치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핵테러가 현재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최대의 실제적 위협이며, 전 세계 모든 국가가 핵테러의 대상이 되거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번 핵안보정상회의가 테러리스트들의 수중에 핵무기나 핵물질이 넘어가는 것을 차단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해서는 큰 의견차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부터 각국 정상들과 연쇄 양자접촉에 들어갔다.

    백악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핵안보정상회의에 앞서 압둘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와 가진 양자회담 직후 회담장 한쪽에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백악관

    오바마 대통령은 만모한 싱 인도 총리,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 굿럭 조나단 나이지리아 대통령 직무대행 등 5개국 정상들을 만났다.

    12일 개막 전에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으며 요르단, 아르메니아, 말레이시아, 우크라이나와 각각 정상회담을 가졌다. 특히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핵안보정상회의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자국이 보유한 고농축우라늄(HEU) 전량을 2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릴 오는 2012년까지 폐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의 개막에 앞서 기자들에게 지금까지 각국 지도자들과의 협의가 "인상적이었다"면서 핵안보정상회의에서 구체적 성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회의 마지막에 우리는 세계를 조금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각국이 취할 매우 명확하고 구체적인 행동들을 보게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12일에 이어 다음날인 13일(현지시간) 오전부터는 핵안보정상회의 1, 2차 세션과 정상 오찬이 이어진다.

    1차 세션은 핵물질 방호를 위한 국내외 조치를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며, 정상오찬은 IAEA의 핵안보 분야 역할, 2차 세션은 핵테러 방지를 위한 국제협력을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13일 회의에서 핵물질이 탈취되거나 이전되는 일이 없도록 전세계의 모든 핵물질 관리시설에서 방호망을 강화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공동 정상선언과 이행계획(work plan)도 도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각국의 핵물질 생산 제한을 비롯해 핵감축, 핵비확산, 비핵지대 문제 등은 논의조차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오바마 대통령과 핵 보유국인 인도의 싱 인도 총리, 파키스탄의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최근 불거진 양국의 핵물질 생산 문제는 회담 의제로도 올라오지 않았다

    핵감축과 관련해서는 미국과 최근 새 핵무기 감축협정을 맺은 러시아의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다.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9일 미국 ABC방송과 한 인터뷰가 이날 방송됐는데, 인터뷰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미국의 유럽 내 미사일방어(MD) 프로그램이 군사적 "불균형(imbalance)"을 야기하면 협정 자체를 파기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도 12일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의 안보를 위협에 빠뜨릴 수는 없다"며 "세계가 안정되고, 안전한 곳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핵비확산과 관련해서도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와 가렛 에번스 전 호주 외무장관은 정상회의와 함께 열린 '핵분열성물질워킹그룹(FMWG)'이 개최한 별도의 전문가 회의에서는 핵연료 재처리로 위험한 물질이 만들어져 탈취될 수 있다며 정상회의가 핵연료 재처리를 의제로 다루지 않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청와대

    12일 핵안보정상회의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만났다.ⓒ 청와대



    한편 이번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열리는 제1차 세션에 참석해 한국 원자력 발전의 우수성을 설명한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미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서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소 안정적 운용 현황을 설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