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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민항기 위협' vs. 남 '에너지 지원 중단'
[분석과 제언] '3월 위기' 잘 넘기고 대북특사 보내야
09.03.06 16:27 ㅣ최종 업데이트 09.03.06 16:27 정욱식 (cnpk)
  
지난 2006년 3월 30일 오전 충남 서산시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에서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이 진행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봄이 오면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경제위기에 안보위기까지 겹치면서 '복합위기'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남북관계, 대규모 한미합동군사훈련 돌입 예정, 북한의 인공위성(미사일) 발사 움직임 및 이에 대한 한미일 3국의 강경 대응 방침, 서해상에서 군사 충돌 우려, 대북 에너지 지원 중단 및 이에 따른 6자회담 파행 가능성 등이 악순환을 형성하면서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5일 한미합동군사 '키 리졸브' 훈련기간(3월 9일~20일) 동안 북한의 영공과 그 주변을 통과하는 남한 민항기들의 "항공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북한의 대남 위협이 말에서 행동으로, 그것도 민간 항공기를 대상으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대규모의 한미합동군사훈련과 인공위성 발사 움직임에 대한 한미일 3국의 대응 방향에 위협을 느끼고 불만을 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남한의 민간인을 상대로 위협적인 언행을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사태만 악화시킬 뿐이다. 마땅히 이를 철회해야 할 까닭이다.

 

그러나 6일 유엔사와 북한간의 장성급 회담에서 나타난 것처럼, 북한은 '키 리졸브' 훈련 철회를 요구하고 있고 한미 양국은 '방어적 목적의 연례 훈련'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북한이 남한 민항기 위협을 철회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군사 문제 전면화해 미국과 담판 시도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러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일까? 일단 북한은 '키 리졸브'에 상당한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훈련 기간과 규모 자체가 예전보다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한미 군부에서 나온 발언도 북한을 자극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상희 국방장관과 월터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지자, 북한 내 급변 사태가 발생하면 군사적인 투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북한으로서는 '방어용'이라는 한미연합군의 해명을 수긍하기 힘든 까닭이다.

 

특히 새로운 대북 접근을 기대했던 오바마 행정부 들어 오히려 과거보다 더 큰 규모의 군사훈련을 실시하려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성명에서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선 후 처음으로 벌리는" 것이라고 비난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오바마 당선 직후 리근 외무성 미주국장이 뉴욕을 방문해, "대화에는 대화로, 대결에는 대결로 상대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 것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북한의 최근 위협적인 언행은 '협상 전략'의 맥락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 미국의 핵위협, 즉 남한 내 핵무기 재배치 및 일시통과 금지와 핵우산 철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최근에는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반발의 수위를 크게 높이는 한편, 6년 만에 유엔사 장성급 회담 재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향후 북미대화 및 6자회담에서 북한의 핵무기 및 핵물질 폐기 협상을 앞두고 한미 양국의 대북 군사적 위협 해소도 의제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의도를 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한반도의 갈등과 협상 구도는 '군사 대 군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에너지 지원 중단이 몰고 올 후폭풍

 

6자회담의 앞날도 심상치 않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검증 미합의를 이유로 작년 하반기부터 에너지 지원을 사실상 중단한 상황이다. 2.13과 10.3 합의에 따라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은 20만톤씩의 중유나 이에 해당하는 에너지 설비·자재를 지원키로 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미 완료한 상태이고, 중국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한국은 아직 5.5만톤이 남아 있고, 일본은 납치 문제를 이유로 한 방울의 중유도 보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지원이 완료되고 한국이 계속 지원 중단 조치를 강행할 때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는 외교 관계자가 "북한이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이는 등 긴장을 높이는 상황에서 지원 재개가 어렵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한반도 정세의 추가적인 악화는 불가피해진다. 북한은 남한의 에너지 중단에 핵시설 불능화 조치 중단 및 원상 복구 위협으로 맞설 것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반도 위기 관리 차원에서 이명박 정부가 신중하고 지혜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너지 지원은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에 대한 상응조치로 제공하기로 한 만큼, 이를 검증 합의나 인공위성(미사일) 문제와 연계하는 것은 큰 무리가 따른다. 오히려 조속히 에너지 지원을 완료함으로써 6자회담 재개의 문을 여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이 합의 사항에도 맞고 한반도 위기를 관리해 반전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시적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볼 때, 적어도 3월 한 달간 한반도 긴장고조는 불가피해 보인다. 한미연합군이 북한의 요구에 따라 '키 리졸브'를 철회할 가능성도, 북한이 한국과 유엔사의 요구처럼 남한 민항기에 대한 위협 행위를 철회할 가능성도 낮은 현실이다. 더구나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까지 겹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3월 위기'는 4월로 접어들면서 더욱 악화되면서 장기화될 수도 있고, 극적인 반전을 가져오는 일시적 진통으로 끌날 수도 있다. 북한의 언행이 상당히 유감스럽지만 예측 가능했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이명박 정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우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에너지 지원을 조속히 재개해 6자회담 재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더라도, 필요 이상의 과잉대응은 자제해야 한다. 인공위성 발사를 이유로 에너지 지원 중단을 공식화하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및 미사일방어체제(MD) 정식 참여를 추진하며,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을 촉구하는 등의 과잉대응을 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악화되고 만다.

 

남한의 초강경 대응은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와 한반도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경제에도 심대한 타격을 입히는 결과도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더라도 '유감 표명' 수준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환기시켜 준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대북정책의 통합성과 일관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최근 이 대통령은 "남북한의 합의 사항을 존중한다", "김정일 체제의 안정이 한국에게도 이롭다"는 등의 이전과는 다른 전향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에서 북한의 인권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혼선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6.15와 10.4 선언에 대해 더 명확한 존중 의지를 천명하고, 북한을 자극하는 언행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특히 대화 재개만 촉구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화 의제를 제시하면서 남북대화 복원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 및 이산가족 상봉 재개, 금강산과 개성 관광 재개, 철도·도로 재개통, 개성공단 숙소 건립을 비롯한 활성화 방안,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논의 등 남북한이 시급히 다뤄야 할 사안은 넘쳐나고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부가 대북특사를 파견하는 것이다. '위기의 3월'을 슬기롭게 관리하고 대화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으로 보내면서, 4월경에 특사를 보내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정욱식 기자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로 일하고 있으면서, 블로그 '정욱식의 뚜벅뚜벅' http://blog.ohmynews.com/wooksik/ 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