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hani.co.kr/arti/politics/defense/343920.html

안보 결의 위반 논란…미 ‘철회’ 압박속 대화문 열어놔
북, 내달초 위성발사 통보
유엔 결의안 1718호 ‘탄도미사일 기술 포괄 금지‘
북, 국제기구에 사전 통보…비난여론 비켜가지
클린턴 “북은 협상재개 용의 세계에 보여줘야”
한겨레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공식적인 절차를 밟고 있음에도 미국은 협상 의사를 재확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공위성 발사가 안보리에서 논의를 거치겠지만 오바마 새 행정부가 직접 협상의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은 2월 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포착됐을 때부터 협상 의사를 밝혔다. 11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미국을 방문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 뒤 회견에서 이를 거듭 확인했다. 역설적으로 보이지만 북한이 미사일이 아닌 인공위성 발사임을 분명히 했지만, 이는 탄도미사일 기술로 본다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니 북-미 협상은 더욱 필요하다는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발언에서 북한 쪽에 “협상을 재개하고 협력하려는 용의가 있다는 ‘증거’를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중·일 방문 기간에 북한을 방문할 준비가 돼 있었으나 북한이 초청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인공위성 발사 전에 협상할 의사를 보였으나 북한이 거부했으니 이제 북한이 나오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12일 강연에서 지적했듯이 북의 인공위성 발사는 미국의 주의를 끌기 위한 ‘경고사격’인 것이고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부시 행정부가 무시해 왔던 미사일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는 명분이 되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 유의할 대목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움직임이 부시 행정부의 미사일방어(엠디) 강행으로 악화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오바마 정부 들어 엠디 배치 재검토로 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2000년 11월까지 북한과 미국 사이에 진행된 미사일 협상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에 합의하는 데까지 진전됐다. 이 과정에서 핵심 현안인 대포동 등 장거리 미사일 발사 문제는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평화적 목적의 위성 발사를 지원해주면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겠다는 제안”을 푸틴 대통령을 통해 미국에 건넸고 이를 바탕으로 발사 유예와 위성 발사 서비스 제공이라는 돌파구가 열렸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에서 북-미 미사일 협상에 참여했던 로버트 아인혼 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비확산군축 담당 차관이 됐으며, 백악관 안보 담당 부보좌관이었던 제임스 스타인버그는 지금 국무부 부장관이다. 북한과 미국이 서로 앞으로 나갈 방향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가 있는 것이다.

북한이 발사에 앞서 국제기구들에 미리 통보하고 우주 조약들에 새로 가입한 것은 98년 광명성 1호 발사가 국제기준에 맞는 사전 절차를 밟지 않음으로써 불러일으켰던 논란과 혼란을 피하기 위한 조처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이는 ‘탄도미사일과 관련한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포괄적으로 명시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 위반 논란을 의식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안보리는 북한의 결의 위반 여부를 논의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추가 제재에 선뜻 동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6자 회담 참가국 순방 과정에서도 중·러는 우려를 표명했지만 ‘평화적인 우주 이용의 권리’는 존중한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따라서 중·러가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에 동의한다면 그건 결의안 13항에서 강조하고 있는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는 모든 당사국들의 노력을 환영하고 고무”한다는 조건 위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kankan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