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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양자대화 예상 시나리오는>
낙관.비관론 교차속 후속대화 관측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오는 8일부터 2박3일간 평양에서 열리는 북.미 양자대화는 북핵사태의 큰 흐름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다.

   사그라드는 6자회담의 불씨를 되살려내 '협상국면'으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도발과 제재가 충돌하는 '대결국면'으로 되돌아가느냐의 갈림길이다.

   현재로서는 전문가들 조차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는 안갯속 형국이다. 북핵 해결의 열쇠를 쥔 북한이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 지, 또 미국 보즈워스 대표단이 어떤 보따리를 풀어놓을 지가 예측불허인 탓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할 것이란 희망적 관측과 북.미간 '동상이몽'이 심해 성과없이 결렬될 것이란 전망이 엇갈려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교가에서는 북.미의 현행 스탠스와 북핵 협상패턴을 고려할 때 이번 북.미대화가 전초전에 그치고 본게임은 후속대화로 넘어가는 '유보국면'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점차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북.미 합의→6자회담 재개 = 북한이 이번 대화에서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고 이를 토대로 6자회담이 재개되는 수순이다. 현단계에서는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다.

   이는 이미 양측이 뉴욕채널을 통해 6자회담 복귀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봤다는 관측에 근거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사전합의 없이 미국이 북한에 들어가서 아무런 효과없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는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보따리'에 든 포괄적 패키지 또는 일괄타결안이 대화테이블에 오를 것이란 가설도 작용하고 있다. 보즈워스 대표에게 공식 부여된 재량권은 제한적이지만 그가 '막후'에서는 6자회담 복귀 설득을 목적으로 평화협정과 관계정상화, 경제지원을 의제화하며 북한을 적극 유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또 노련한 협상기술을 가진 북한이 '깜짝 선물'을 내놓고 담판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단순히 6자회담 복귀 선언을 넘어 불능화 작업 재개와 같은 고강도 카드를 던짐으로써 미국으로부터 통 큰 양보를 얻어내는 시나리오다. 이런 맥락에서 보즈워스 대표가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소지하고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양측의 담판이 순조로울 경우 내년초 곧바로 6자회담이 재개되고 북.미간 일괄타결안 논의가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관망이 나온다.

   ◇대화 결렬→긴장 재고조 = 북.미간 대화가 기약없이 결렬되는 시나리오다. 미국의 6자회담 복귀 요구에 북한이 선(先) 평화협정론을 내세워 거부하고 추가대화 합의도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 미국과 국제사회는 한동안 내려놨던 제재의 칼을 다시 들어 북한을 옥죄고 북한 역시 도발카드로 맞서며 긴장국면을 조성할 공산이 크다. 양측의 '강 대 강' 대결구도 속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관측에 터잡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기자들에게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시그널이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제한된 미션'을 부여받은 보즈워스 대표는 사전 각본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약속이 나오지 않으면 그대로 보따리를 싸서 되돌아올 것이란 얘기다. 보즈워스 대표가 친서를 소지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이와 맞물려 있다.

   물론 후속대화 가능성도 있지만 미국은 '단 한번'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이라는게 정부 당국자들의 강조점이다. 정부 고위소식통은 "미국은 한번에 끝내겠다는 입장"이라며 "지금 후속대화를 거론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합의 불발→후속대화 재개 = 이번 대화가 가시적 성과 없이 끝나더라도 후속대화가 이어지며 대화의 동력이 유지되는 시나리오다.

   서로의 입장차가 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대화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북.미 양국의 입장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높은 선택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일례로 북한이 모종의 조건 하에 6자회담 복귀를 약속하고 보즈워스 대표는 이를 수용할 재량권이 없는 경우가 해당된다. 당장의 합의 가능성는 없지만 대화의 여지가 남는 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북.미협상의 패턴상 첫 대화에서 양측이 큰 틀의 합의를 도출해내기 어렵다는 경험론도 작용하고 있다. 서로 '줄 것'과 '받을 것'을 견주어본 후에 의미있는 협상은 후속회담으로 넘길 것이라는게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또 협상의 격(格)을 중시하는 북한으로서는 대학에 직을 걸고 파트타임으로 행정부직을 수행하는 보즈워스 대표와 '통 큰 합의'를 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측도 애초부터 추가적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보즈워스 대표는 3일 영국 런던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첫번째 방북에서 특별한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며 미묘한 언급을 내놨다.

   이런 맥락 속에서 이번 대화는 서로의 입장을 탐색해보는 전초전에 그치고 내년초에 가서 후속대화가 열려 큰 틀의 합의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격을 한단계 높여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참여하는 북.미 장관급 대화가 내년 1, 2월 열릴 것이란 시나리오도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