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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로켓발사 한달..북.미 치열한 기싸움>
냉각기 거친뒤 해결책 모색나설 듯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 북한이 지난달 5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뒤 한 달동안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북한이 브레이크 없는 대결로 치닫고 있다.

   올해 초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예상됐던 북.미간 대화국면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더욱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북한이 서로 격한 공방을 주고 받으면서 양측간 절충을 위한 접점을 찾기조차 쉽지 않은 형국이다.

   ◇회초리 든 국제사회..반발하는 북한 = 지난달 5일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 미국과 일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곧바로 소집, 대북 응징에 나섰다.

   북한의 로켓이 당초 예상했던 거리보다는 더 날아갔으나 궤도진입에 실패하는 등 `절반의 성공'에 그쳤지만 미.일의 강경태도는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은 새로운 제재결의안 채택을 주장했고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새로운 결의안 대신 10일만에 강력한 내용을 담은 안보리 의장성명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이를 통해 미국과 일본은 '일치되고 단호한 국제사회의 경고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는 차선의 목표를 달성했다.

   특히 미.일은 의장성명에 북한의 로켓 발사가 유엔 결의 1718호 위반이라고 명시했고 후속조치로 로켓 발사 20일만에 미사일 수출 등에 관여해온 조선광업무역회사 등 북한 기업 3곳이 유엔의 제재대상기관으로 선정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로써 미.일은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대북 제재 내용을 담은 유엔 결의 1718호 이행기반을 강화하며 북한을 압박하는 성과를 거뒀다.

   북한과의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내세웠던 오바마 행정부도 당근을 접고 `채찍'을 들었다.

   체코 방문 도중 북한의 로켓 발사 소식에 새벽잠을 설친 오바마는 국제사회에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북한의 협박성 발언과 행동이 이어지자 "북한은 더 깊은 무덤을 파고 있다"면서 대북경제지원계획이 없다고 발표, 북한을 압박했다.

   심지어 오바마 행정부는 계속되는 북한의 위협발언에 대해 전임 빌 클린턴, 조지 부시 행정부때와 달리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전술을 구사하기도 했다.

   로켓 발사를 강행한 북한도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맞섰다.

   북한은 로켓이 아니라 인공위성을 발사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유엔의 제재에 발끈했다.

   북한은 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되자 4월 14일 6자회담 참가 거부 및 불능화했던 핵시설 복구를 선언한 데 이어 불능화작업을 감독해왔던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팀과 미국 핵전문가들을 추방시켰다.

   이어 25일 안보리 산하 제재위원회가 3개 북한 기업을 제재대상기관으로 결정하자 유엔의 사과를 요구하며 추가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실험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북한 외무성은 4일 오바마 행정부가 전임 부시 정권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북.미 접점은 없나 =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북한이 마치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어서 당분간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남북한을 동시에 방문, 북한에 6자회담 참가를 촉구하는 등 중재에 나섰지만 북한의 태도는 전혀 변함이 없다.

   오히려 미국, 한국 등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폐연료봉 재처리, 핵실험.ICBM 발사실험 등을 시사하며 위협수위만을 높여가고 있다.

   융통성을 보이고 있지 않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게리 세이모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WMD) 정책조정관은 최근 한 강연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이라며 "북한은 싸움을 걸기를 원한다"고 의도를 분석한뒤 북한이 9개월 이내엔 회담에 복귀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기다릴 뿐'이라고 말해 북한의 위협발언에 굴복해 미국이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냉각기를 거친 뒤 북한과 미국간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북.미 양자접촉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일본 정부도 최근 6자회담의 틀내라고 단서를 달긴 했지만 북.미간 직접대화에 동의를 표했다. 한국 정부는 예전부터 북.미간 양자회담에 대해 지지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에 억류중인 2명의 미국 여기자 문제가 북.미간 대화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두 여기자를 재판에 회부한 만큼 조만간 미국 정부 인사가 방북, 이들의 신병을 인도받고 그와 동시에 북.미간 현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단초를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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