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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쌀'의 시린 겨울

[기고] 평화란 쌀을 함께 나눠 먹는다는 뜻이다

이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창한 전농 정책위원장

이창한 전농 정책위원장ⓒ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2007년, 전국농민회총연맹 대의원대회에서 중요한 사업 하나가 결정되었었다. 6.15공동선언 취지를 살리고 6.15공동선언 이행을 실현시키자는 결의로 통일쌀 경작(보내기)사업이 결정되었던 것이다.

전국에 있는 시, 군 농민회에서는 통일쌀 경작농지 마련에 분주해지고 통일의 염원을 담아 정성스럽게 농사를 준비했다. 6.15공동선언 지역본부를 비롯한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모내기부터 수확작업까지 힘을 보태주었다. 일부지역에서는 통일쌀 경작지에서 생산된 쌀 중 일부는 통일쌀 사업을 위해 모금을 해주신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모금액 중 일부는 통일쌀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통일쌀 경작사업은 농민들만이 아닌 각계각층과 함께하는 운동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작년에 수확한 통일 쌀은 이명박정권의 막혀있는 대북정책으로 북송되지 못하고 현재 시린 겨울을 보내고 있다. 바로 ‘대북쌀지원 재개’와 ‘쌀 대란 해결’을 요구하며 야적농성(?)중이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40~50만톤 규모의 쌀을 차관형식으로 북에 지원했었다. 그러나 이명박정권 출범이후 대북쌀지원이 중단되면서 쌀 재고량이 크게 증가하는 원인을 제공하였다. 쌀 재고량 증가는 쌀값폭락으로 이어졌고 농민들의 불만은 고조되었다.

16만 원 대를 유지하던 쌀값이 하반기에 13만 원까지 폭락했으니 농민들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전국 여기저기에서 “대북쌀지원 재개로 쌀대란 해결하라”는 요구를 걸고 농민들이 논을 갈아엎거나 농민대중집회를 개최하였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대북쌀지원 재개로 쌀 대란 해결하고 막혀있는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1만인 선언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명박정권은 쌀 대란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 여지는커녕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였고 농민들이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경작하여 수확한 통일 쌀마저 북송을 불허하였다. 전농은 지난해 12월, 수확된 75톤의 통일쌀 중 20여 톤을 싣고 상경해 야적투쟁을 전개하였다.

여의도 국회 앞 통일 쌀 적재투쟁은 경찰의 저지로 결국 영등포 전농 사무실 앞에 적재할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정권에 통일 쌀 북송과 대북쌀지원 재개를 촉구하는 통일 쌀 야적이다. 벌써 20여일, 유난히도 추운 올 겨울 한파에 통일 쌀은 길바닥에서 추위도, 남북관계도 풀리길 염원하고 있다.

대북쌀지원은 남쪽에는 쌀값안정을, 북쪽은 식량문제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나아가 단순히 인도적 지원을 넘어 정부 및 민간차원의 남북농업교류 확대를 통해 ‘남북공동식량계획’과 ‘남북공동농업정책’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여야한다. 전농은 2010년 6.15공동선언 10주년을 맞아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해동할 수 있는 계기를 대북쌀지원을 시작으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대중적인 투쟁을 전개하고자 한다. 쌀은 곧 평화이다. 平和(평화)란 米(미)에 口(구)를 써서 쌀을 함께 나눠 먹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북으로 보내달라"

서울 영등포구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실 앞에 놓인 통일쌀 400가마.ⓒ 민중의소리



<이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