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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군정치' 지고 '선경정치' 온다?
[토론회] 북한 전문가들의 신년 공동사설 분석과 전망
2010년 01월 04일 (월) 18:34:43 박현범 기자 http://onecorea615.cafe24.com/xe/tongilnews/mailto.html?mail=cooldog893@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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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평화나눔센터가 공동주최로 국가인권위 11층에서 '2010 북한 공동신년사설 분석 : 북한 동향 및 남북관계 전망'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북한이 2010년 국가목표를 "인민생활 향상"으로 세운 이유가 뭘까?

북한이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혁명적 대고조의 불길 드높이 인민생활 향상에서 결정적인 전환을 가져오기 위한 일대 공세를 벌리는 것, 이것이 올해의 총적인 투쟁방향"이라고 국가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946년 북한이 신년사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제목에 '인민'이란 단어가 제시됐다는 점 자체가 전문가들의 관심의 대상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신년 경제공동사설", "북한판 친서민정책" 등으로 명명, 큰 틀에서는 대동소이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인민생활 향상'이 제시된 구체적 배경과 향후 전망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이 뿐만 아니라, 이번 공동사설에서 여러가지 특징을 분석하고 있다. 선군정치에 대한 강조점이 예년에 비해 줄어들은 것과 '6.15-10.4선언 이행'에서 '존중'으로 요구점이 낮아진 것 등이다.

4일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평화나눔센터가 공동주최한 '2010 북한 공동신년사설 분석 : 북한 동향 및 남북관계 전망' 토론회에서 자리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 인민생활 향상, 왜?

김정수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 북한의 인민생활이 피폐하다. 경공업과 농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본다.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투쟁의 주공전선'으로 경공업과 농업을 지목했는데, 경공업은 생필품, 농업은 먹는 문제에 연결된다. 중국산 생필품 80%이상이 북한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농업부분을 보면,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5년에서 1997년까지 식량부족량이 100여만톤인데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180여만톤이다. 이런 측면에서 새로운 해에 인민들에게 희망을 불러일으켜줘야 하는 내적 상황이 제목에 포함되지 않았을까. 북한판 '친서민정책'이다. (주-2010 신년공동사설 제목 '당창건 65돐을 맞는 올해에 다시한번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서 결정적전환을 이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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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정수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정 교수.[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정 교수 : 올해만큼 북한이 자신감을 보인 적이 없다. 구체적 제목을 설정하는 것은 이례적이며, 더욱이 경제분야의 과업을 제목으로 제시한 것은 1995년 이래 처음이다. 전년도의 성장 토대 마련과 그를 기초로 한 올해의 성과에 대한 자신감 없이는 곤란한 제목이다.

북한경제의 취약부문이었던 경공업과 농업 발전을 기초로한 인민생활 향상을 제시한 것은 그만큼 토대가 마련됐다는 내부적인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예년에는 경제의 우선 언급이 그만큼 경제의 어려움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나, 올해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경제건설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 인민생활 향상과 화폐개혁

김정수 : 화폐개혁의 성공과 실패는 생필품 공급능력에 달렸다. 이런 배경에서 경공업을 중시하겠다고 나온 것 아닌가.

조동호 : 한 달 전 화폐개혁 했다. 경공업이건 채소건 물건 공급 능력이 있으니까 화폐개혁을 했을 것이다. 2008년 '인민생활제일주의'가 처음 등장했다가 지난해 사라졌는데, 올해 신년사 최대의 화두로 제시됐다. 지난 수년간 강조되었던 '자력갱생'도 사라졌다. 화폐개혁 통해 계획경제시스템이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지고 있다는 자신감이다.

◇ 전망은?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이번 공동사설은 '신년경제공동사설'이라고 본다. 인민생활의 수준 향상을 위한 상당히 많은 양의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고, 연말에 가면 달성 여부를 놓고 책임을 엄격히 따지는 국면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도망가거나 처벌받는, 이것이 탈북 동기를 만들 수도 있다. 2009년 '150일 전투', '100일 전투'에 이어 2010년은 공동사설 관철을 위한 '365일 전투'의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수 : 지난해 150, 100일 전투 하면서 4월 중순부터 연말까지 동원돼 주민들의 심신이 피로한 상황이다. 삶의 거처를 중심으로 하는 동원교육은 가능하겠지만, 대대적 전투 형태의 동원은 올해 쉬어가는 해가 되지 않을까? 2009년이 동원의 통치였다면, 올해는 문화통치가 될 것이다. 그래서 공동사설의 내용에서도 저작물에 대한 독려 등의 부분이 나오는 것이다. (연말 책임 관련)성공과 실패와 관계없이 통계적으로 부풀려 발표하고 연말에 치하하는 행사를 치르지 않을까?

◇ '선군'의 퇴조?

조동호 : 김정일 시대에는 국방공업이 발전하면서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것이었는데, 사실은 국방공업 우선정책이었다. 이번에는 국장공업이 뒤로 밀리고 단어도 한 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북한은 경제분야에서 국방공업 우선노선과 경공업.농업 중시노선이 논란이 있어왔고, 대내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화폐개혁을 실시하고 경공업.농업 쪽으로 강조해 가는 게 아닐까? 이 부분이 가장 주의 깊에 봐야 할 대목이다. 경제적으로 본다면 2010년이 '선군'에서 '선경'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김정수 : 올해 '선군'을 강조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선군'에서 '군민일치'로 방향성을 튼 것을 볼 수 있다. 선군은 두 차례 핵실험을 통해 일정정도 목표를 달성했다는 국내외 선언이 배경으로 자리하지 않았을까.

◇ 6.15-10.4선언

서보혁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 연구교수 : 남북관계에서 언술상 전향적 표현이 있다. 기존에는 6.15공동선언의 이행을 강력히 요구하는, 이런 태도를 보이지 않는 남한 당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에서 올해는 '존중'으로 표현이 바뀌었다. 큰 변화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의의를 강조하면서도 "북남관계개선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주-"남조선당국은 대결과 긴장을 격화시키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하며 북남공동선언을 존중하고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의 길로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