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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 ‘빅뱅’이 될 북의 로켓발사

[기획-위기의 한반도②] 우주무기 전쟁은 군비경쟁의 최후단계

김종대(월간 D&D Focus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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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로켓발사가 임박하면서 동북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은하 2호’로 알려진 북한의 로켓발사가 성공한다면 앞으로 한반도 정세는 이제껏 겪지 못했던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다. 앞으로 역사가들은 북한의 로켓 발사 ‘이전의 역사’와 ‘이후의 역사’로 구분하여 기술할지도 모른다. 우주무기가 촉발하는 새로운 전략적 양상은 한반도 정세에 있어 대폭발, 즉 ‘빅뱅’에 비견되는 엄중한 사태다.

‘은하 2호’는 미완성 ‘우주 독침’

미․소의 재래식 군비경쟁을 끝낸 것은 다름 아닌 미사일 전쟁이다. 80년대 초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일명 ‘별들의 전쟁(SDI)'을 표방하고 나선 것은 냉전에서 미국의 최종적 승리를 견인했다. 가공할 재원이 투입되는 이 우주무기 전쟁에서 소련은 더 이상의 경쟁을 포기해버렸고, 이는 곧바로 소련의 해체로 이어지게 된다.

같은 시기 8년을 끌던 이란-이라크 전쟁을 어느 날 갑자기 종결시킨 것도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이었다. 미국의 후원을 받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테헤란에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하자 더 이상 재래식 전쟁은 의미가 없어졌다. 후세인은 손쉽게 이 전쟁을 승리하고 중동의 강자로 급부상하게 된다. 그는 이스라엘을 타격할 수 있는 ‘독침’을 가진 중동의 유일한 전갈이 되었던 것이다. 이에 자신감을 갖게 된 후세인은 1차 걸프전쟁을 일으켰다. 스커드 미사일 하나가 중동 전체 질서를 바꾸는 힘의 중심축으로 작용한 것이다.

현재 인류의 과학으로는 10m 밖에서 던진 공을 능숙하게 받을 수 있는 로봇도 개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야구경기의 외야수는 절대 로봇으로 대체될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대기권 밖에서 초속 7km의 속도로 돌진하는 미사일을 쫓아나가 정확하게 탄두를 파괴시킨다는 구상은 이론상으로도 가능하지 않고 실제로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장거리 미사일을 갖고 있다는 것은 한 번 쏘이면 대책이 없는 ‘우주 독침’을 갖게 된다는 얘기다.

다만 아직도 북한이 수직발사 로켓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치명적인 우주독침이 될지는 의문이다. 한미 군사당국은 북한의 로켓이 7~8000km를 날아갈 수 있는 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사체에 소형화된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능력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진다. 제대로 타지도 않고 피시식 거리다 꺼져버리는 성냥불처럼 멀리 날아가 불꽃놀이 할 능력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언젠가 북한이 소형 핵탄두를 개발하는 날, 이때는 문제가 전혀 달라진다.

그러므로 현재 상황은 활은 만들어지고 있으되 화살은 아직 완성 안 된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재래식 군사위협은 줄어들 것

그러므로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다고 해서 당장 한반도에서의 전략적 균형이 파괴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러한 가능성이 커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중요한 변화가 초래된다는 것이다.

첫 번째로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론상으로나 실제상으로나 가능하지도 않은 우주에서의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한․미․일 합동 미사일방어체계의 요구가 높아질 것이다. 이 허황된 체계는 인류와 과학기술과 부를 소모적인 군비경쟁에 착취하는 전형적인 수탈의 기제다. 고층에서의 미사일 요격이 어렵다는 점이 판명되면 이번에는 발사 단계, 또는 발사 이전단계에서 사전에 북한의 미사일을 제압하는 선제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군사교리도 뒤따라온다.

한국의 경우는 각종 징후경보수집자산, 즉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조기경보기, 인공위성 등 첨단 고가의 정보장비 구매를 더욱더 앞당기게 되고 이미 보유하고 있는 이지스함,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미국의 전역미사일방어계획(TMD)에 통합된다. 이미 지난 3월 19일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의회 보고서에서 이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더불어 미국이 한국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X밴드 레이더의 한국배치가 긍정적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미국의 요구는 명확하다. 저고도가 아닌 고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MD 시스템에 한국이 하루속히 참여하라는 것이다.

더불어 신속하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정밀억제타격력, 즉 스텔스 전투기와 스마트 폭탄, 크루즈 미사일 등을 조기에 획득하려는 움직임으로 국방정책을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동맹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라 하더라도 쉽게 미국의 요구에 응할 것 같지는 않다. 이것은 이미 지난해 1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서 당시 김장수 국방장관으로부터 충분히 설명 받고 납득한 바다.

두 번째로는 미사일에 대한 대응체계를 구비하려는 군사적 선택이 북한의 재래식 군사위협으로부터 군사대비태세를 갖추는데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가능성이다. 미국의 국방정보국장은 이미 지난 3월 11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은 노후화되어 전쟁을 지속할 능력이 의심스럽다”며 전통적으로 한미가 가장 우선적으로 대비해왔던 북한의 재래식 군사위협으로부터는 등을 돌려 버렸다. 더불어 그는 “북한은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며 북한 군사위협을 평가절하 했다.

북한은 현재 경제상황으로는 더 이상 한국과 재래식 무기의 군비경쟁이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더 이상 병력과 기계에 의한 20세기식 대량 전면전쟁이 가능하지도 않고 무의미하다는 점이다. 이점은 한반도 안보정세에 있어 엄청나게 중요하다. 한편으로는 소규모 국지도발에 의한 남한 위협과 함께 재래식 군비경쟁에서 대량살상 전략무기 군비경쟁의 시대로 대전환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빅뱅’이 나타날 수 있는 개연성이다.

우주로부터의 전쟁과 평화

전략무기 경쟁은 군비경쟁의 최후 단계이며 또한 종착역이다. 이것을 넘어서는 군비경쟁은 없다. 그러나 북한이 하나, 또는 몇 개의 독침을 갖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집을 새로 지으면서까지 이를 방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려면 정부예산 전체를 국방비에 쏟아부어야 할 판이다.

그러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예견된 지금,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는 어떻게 달성해야 하나?

우리도 역시 경제위기로 인해 노무현 정부 때와 같이 높은 수준의 국방비 증가율을 유지할 수 없는 형편이며, 청년 인구수 감소로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즉 재래식 전력은 한국도 유지하기 곤란한 형편이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이 재래식 군사력이 아닌 전략무기라고 한다면 이 전략무기만 잘 통제하면 한반도 정세는 예전보다 훨씬 안정과 평화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점에서 한반도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역사를 갖고 있다. 91년의 비핵화 공동선언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과 북이 협력하여 세계에 일방적으로 비핵을 선포한 사건이다. 이것보다 더 위대한 민족협력은 없다. 그러나 그 취지가 상당부분 퇴색된 지금, 우리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야 한다. 이러한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변국에 적극적으로 핵 감축을 주장해오지 못했다는 사실은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둘째 6자회담은 동북아에서 최초로 다자간 안보협력의 가능성을 구체화한 최초의 협상 테이블이다. 북한 핵 위협은 이해관계가 다른 강대국들을 한 테이블로 불러 모으는 ‘강제된 협력’을 만들었다. 이러한 강제된 협력이 만들어 낸 기회의 공간을 한국이 주도하려는 결의만 있다면 얼마든지 ‘한국주도형 평화구조’ 정착이 가능하다. 이것은 여건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오히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그 호기가 될 수도 있다.

우주무기 전쟁은 군비경쟁의 최후 단계다. 더 이상은 없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한반도에서의 전쟁과 평화 문제는 새롭게 도전과 기회라는 양면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 기사입력: 2009-03-30 08:18:31
  • 최종편집: 2009-03-30 08:5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