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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중 "'김일성' 재등장, 권력 세습 정당성 암시"
전문가들이 본 '2011년 北 신년공동사설'은?
2011년 01월 03일 (월) 17:44:41 고성진 기자 kolong81@tongilnews.com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평화나눔센터 공동주최로 3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11층 배움터에서 북 신년공동사설 분석과 한반도 정세전망'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2011년 김일성이 통합과 정체성의 상징으로 재등장해 있는바, 이것은 권력 세습 정당성을 암시하고자 하는 바가 큰 것으로 보인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11층 배움터에서 열린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평화나눔센터가 공동주최한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제자로 나와 "북한 신년공동사설에서 '김일성'이라는 단어가 10회 사용됐는데, 이는 2008년 1회, 2009년 2회, 2010년 3회에 비해 사용빈도가 현저하게 증가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대내적인 정당성을 사상적 이데올로기를 뜻하는 '선군'이나 '사상' 등의 단어를 버리고, 따뜻한 이미지를 주는 김일성이라는 단어를 통해 내부를 포용하려는 것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당', '경공업', '인민생활', '김일성', '당중앙위원회의 두리' 등 "2011년도 신년사의 핵심 단어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후계체제 구축 가속화 전망
통일硏 "김정은, 빠르면 올해 연말쯤 최고사령관 추대 가능성도"
정성장 "김정은 영도체계 확립 보다 강화할 것"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박 연구위원은 "북한 대내 정치의 핵심 화두는 후계체제 추진이 될 것"이라면서 "후계체제 진전과 함께 인적 재편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며, 김정은이 존재를 보다 확실히 부각함에 따라 후계체제에 대한 북한 내부의 호응과 저항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바라봤다.

북한 후계체제 구축과 관련,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2일 '2011년 북한 신년 공동사설의 의미'라는 제목의 자료를 발표, "정치적으로는 후계자 김정은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은 채 김정일 중심으로 서술하는 등 김정일의 통치권이 유지되고 있음을 과시하고 있다"면서도 "작년에 '특기할 정치적 대경사'로 '계속혁명의 근본담보가 마련'되었음을 강조함으로써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통일연구원은 이 자료에서 "빠르면 김정일의 최고사령관 추대 20돌(2011.12.24)이 되는 연말쯤 김정은에게 원수칭호 부여와 함께 그를 최고사령관에 추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3일 '세종논평'에 실린 '북한의 2011년 신년공동사설과 대내외 정책의 변화'에서 "올해 북한 신년공동사설은 작년 9월에 개최된 당대표자회에서 '당의 위업, 주체혁명위업을 계승 완성해 나갈 수 있는 근본담보가 마련'되었다고 주장함으로써 사회주의체제에서는 전무후무한 봉건적인 3대 권력세습이 대외적으로 공식화된 사실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위원은 "2010년까지 (북한 신년사설의) 최종 맺음말이 '모두 다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혁명의 수뇌부 두리에 굳게 뭉쳐'였으나, 2011년에는 '모두다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의 두리에 굳게 뭉쳐'로 바뀌었다"며 후계체제 구축이라는 흐름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신년사설에서 당, 군대, 근로단체 등에 대한 서술의 순서가 군대가 먼저 나오고 당이 왔으나, 2011년에는 당이 먼저 나오고 군대가 오는 순서로 바뀌었다"며 "과거에는 주로 당의 역할과 전투력을 강조했으나, 2011년도에는 그에 첨가하여 당의 영도체계를 강화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박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정 연구위원도 "신년공동사설은 '정치와 군사,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당의 령도체계를 더욱 철저히 확립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당의 영도에서 핵심적인 것은 당중앙위원회와 당중앙군사위원회의 영도라고 할 수 있다"며 "현재 북한에서 '당의 영도체계' 확립은 곧 김정은의 영도체계 확립으로 연결된다. 그러므로 북한은 올해 '당의 영도체계' 확립을 강조하면서 김정은의 영도체계 확립을 보다 강화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박형중 "북한 체제 정당성, '사상에서 실적' 위주로"

박 연구위원은 또 지난해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전쟁'이라는 단어가 이번에 10번이나 등장한 것을 언급, "북한 정책을 판단하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짐작했다.

그는 "대체로 볼 때, 신년사에서 사용되고 있는 주요 단어 빈도를 비교해 보면 2008년과 2009년을 한 그룹, 2010년과 2011년을 다른 그룹으로 묶을 수 있다"며 "두 시기를 비교하면, 선군, 사상, 사회주의의 단어 사용빈도가 저하한 대신 당, 강성대국, 경공업, 인민생활의 사용빈도가 현저히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부분을 통해 "북한의 체제 정당성이 사상 정당성에서 실적 정당성 위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또한 "2010년은 '농업과 경공업', 2011년은 경공업을 중심으로 인민생활 향상을 신년사설의 핵심으로 내세웠다"면서 "2010년은 농업과 경공업을 포함 200자 원고지 4매 수준에서 2011년은 특히 경공업에 대한 서술에만 8매 수준으로 이례적으로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위원은 신년사설 분석 발표에 앞서 "신년공동사설은 북한의 대내외정책 방향을 판단하는 데 있어 참고자료의 하나일 뿐"이라며 "그 효용 가치는 북한 지도부의 정책 의향을 보여주기 때문에, 판단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정성장 "'중국' 첫 언급, 북.중 경제협력 심화 시사"

한편, 정성장 연구위원은 "올해 북한의 대외정책과 관련하여 특별히 관심이 끄는 부분은 북한이 신년공동사설에는 이례적으로 중국과의 친선관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김정일 시대에 북.중 간에 여러 차례 정상회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년공동사설에서 '중국'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2010년의 두 차례 북.중 정상회담이 북한의 생존전략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이었고, 올해에 양국 간 전략대화 및 철도.도로.다리 연결 등 경제협력이 더욱 심화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정 연구위원은 예상했다.

또,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던 부분을 지적, "2009년 말에만 해도 북․미 간의 직접대화로 데탕트(화해)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2010년 신년사설에서는 양국 간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었지만, 천안함 사태 이후 북․미 관계가 계속 악화되어 북한이 현재에는 대미 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해 큰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