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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증된 북 과학기술, '단번도약' 지렛대 될까
북 위성발사와 2012년 경제강국 건설
2009년 04월 05일 (일) 12:06:01 김치관/고성진 기자 http://onecorea615.cafe24.com/xe/tongilnews/mailto.html?mail=tongil@tongilnews.com
5일 오전 11시 30분 15초, 북한이 예고대로 시험통신위성 '광명성 2호'를 실은 운반로켓 '은하-2호'를 쏘아올렸다. 이로써 북한은 10번째 위성발사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됐다.

경제사정이 열악한 북한이 국력을 집중해 위성발사에 성공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북미관계를 중심으로 한 정치군사적 해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해석들과는 달리 북한의 이번 위성발사를 북한의 과학기술 측면에서 보았을 때 비로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박한식, “인공위성 발사는 고도의 과학적 성취 과시”

지난 3월 24일부터 28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 조지아대 박한식 교수는 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인공위성 발사는 오바마 행정부를 테스트하거나 이명박 정권의 대북강경정책에 맞서 군사적 파괴력을 과시하려는게 아니라 북한이 오랫동안 추진해온 군사, 경제, 과학기술 등 3대혁명 과제 중에서 과학기술혁명의 일환으로 고도의 과학적 성취를 과시하려는 것이라는게 북측 설명”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번 위성발사가 오바마 행정부와의 ‘샅바싸움’에서 기선잡기라거나 남북관계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는 의미도 내포돼 있음은 물론, 12기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 개최(9일)를 목전에 두고 북측 내부의 ‘축제 분위기’ 조성용이라는 해석도 당연히 따를 것이다.

그러나 박한식 교수가 전한 북측의 기류는 이보다는 3대혁명 과제 중 과학기술혁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의 최근 기류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북한은 1998년 인공위성 광명성1호를 실은 로켓 백두산1호를 발사한 뒤 ‘강성대국’ 구호를 전면에 내걸기 시작했으며,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7년 12월 전국 지식인대회를 계기로 김일성 주석의 탄생 100주년인 2012년까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자고 결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08년 신년공동사설부터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이 국가의 공식목표로 천명되고 2008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를 방문해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를 불러일으킴으로써 2012년 경제강국을 건설을 위한 총력전이 시작됐다.

올들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정력적으로 경제분야 현지지도에 나서고 있으며, 2012년 경제강국 건설의 현실화를 위해 전국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자력갱생은 ‘정신력 더하기 과학기술력’

그러나 북한이 경제강국 건설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이 가로놓여 있다.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봉쇄는 물론, ‘고난의 행군’ 여파로 아직도 농업과 공업이 정상화되지 못한 상태이다.

북한은 ‘공화국 창건’ 60주년 기념일인 지난해 9.9절을 테러지원국 해제 속에 축제 분위기로 맞으려 했으나, 미국이 ‘검증의정서’ 문제로 시간을 끄는 바람에 결국 2차 핵실험이라는 협박카드를 꺼내들어 예정보다 2개월 후인 10월 11일에야 테러지원국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국가 창건 60주년을 앞두고 <노동신문>은 9월 8일자 정론에서 “우리는 자력갱생으로 얼마든지 잘 살수 있다”며 “우리 공화국의 영토는 넓지 않아도 거기에는 억대의 자원, 첨단을 향해 나래편 과학기술, 반세기이상 쌓은 물질경제적 밑천이 들어있다. 용감하고 근면하고 총명한 인민이 있다. 더 높이, 더 빨리 달려 세계의 상상봉에 올라서려는 우리 인민의 하늘에 닿은 자존심과 기세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 현지지도 이후 <노동신문>은 12월 30일자 정론에서 “뚝심으로 강철메를 휘두르던 시대는 멀리 지나갔다”며 “백절불굴의 정신력 더하기 과학기술, 이것이 오늘의 시대에 마치의 위력으로 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자력갱생으로 2012년까지 경제강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의 ‘정신력’과 무엇보다도 자체의 ‘과학기술력’이 관건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조선신보> ‘강성대국 개문 예고의 신호탄’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가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과학기술혁명과 연관이 있다는 직접적 보도도 나오고 있다.

3월 23일자 <조선신보>는 “2012년에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기 위한 우람찬 총진군이 벌어지고 있는 속에서 우리나라의 인공지구위성 발사는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귀중한 한걸음으로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측이 발사를 발표한 4일 <조선신보>는 ‘광명성 2호 발사 - 강성대국, 개문예고의 신호탄’이란 기사에서 “‘광명성 2호’의 성공적 발사는 과학기술상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는다”면서 “시험통신위성의 궤도진입은 국가경제와 인민생활, 외교 및 안전보장에도 파급효과가 있다”고 밝혀 인공위성이 곧 2012년 강성대국건설의 신호탄임을 밝혔다.

<조선신보>는 보다 구체적으로 "대형로케트의 개발은 인민생활과 무관하지 않다"며 "우주공간에 운반된 각종 위성의 이용, 로케트개발과정에 탄생한 첨단기술의 민수이전, 위성발사의 상업화와 로케트기술의 수출 등 일련의 경제적 효과를 상정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따라서 “국산로케트에 의한 시험통신위성의 성공적 발사는 2012년을 향한 조선식 경제부흥노선-‘과학기술에 기초한 자력갱생’의 실효성을 증명하는 사변”이라고 규정했다.

전문가 “군수 기술력을 민수로”

강호제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은 1일 한 토론회에서 "인공위성 제작발사와 관련한 기술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과 겹치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이것을 군사적 의미로만 국한시켜 해석하는 것은 시야가 너무 좁은 것이라 할 수 있다"며 북한 강성대국 건설론의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강성대국 건설론을 보면 국방과학기술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면서 그 결과를 적극 활용해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며 "군수를 민수로 전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북한 경제 구조의 특징을 살펴보면 이러한 전환에 긍정적인 요소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 연구위원은 <통일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인공위성 발사는 군수가 자체적으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선군정치의 의미를 강조할 수 있는 부분이 될 것이며, 국제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군수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생산할 때 그 기술력, 공신력이 높아져 선전 측면이 향상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그동안 민수가 군수를 보장하기 위한 시스템 상에서 양쪽이 비대칭적으로 발전했다"며 "군수를 민수로 전환시키기 위한 시스템 구축을 고려한다면, 과연 민수가 과연 얼마큼 뒷받침될 수 있느냐가 강성대국으로 가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위성 발사는 국제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내수와는 차이가 있다"며 "상품경제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가 역시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장창준 새세상연구소 통일외교 연구위원도 전화통화에서 "북은 국방공업을 발전시키면서 축적된 기술력을 발전시킨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인공위성 발사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 분야에 대한 기술을 계속적으로 발전시킨다면 민간 경제부문으로 상당부분 전이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북한 경제를 회복시키는 민간 영역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강국 ‘단번 도약’ 계기될까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성공으로 북측이 내세웠던 경제분야에서의 ‘단번 도약’이 보다 현실성을 획득하게 되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산악지형이 많은 북한의 경우 휴대전화 서비스를 위해서도 위성통신 기술이 보다 적합할 것이고, 낙후된 정보통신 분야를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고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북한은 중소분쟁기를 거치며 1960년대 중반부터 경제건설과 국방력 강화를 병행추진하는 북한식의 독특한 사회주의 건설노선을 견지해왔지만 사실상 민간경제를 희생해가면서까지 이른바 ‘제2경제’로 불리는 군수공업을 우선적으로 발전시켜와 민수와 군수 경제의 불균형이 초래됐다.

그러나 2012년까지 경제강국을 건설하겠다는 절대절명의 과제 앞에서 인공위성 발사로 상징되는 군수분야의 앞선 과학기술이 민수분야에도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켜 ‘단번 도약’의 계기를 맞게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